미국에서 고금리 국면이 1년 넘게 지속되는 가운데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 핵심정책인 해상풍력 발전 프로젝트가 수익성 저하 등을 이유로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지난 1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확산함에 따라 일부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전력구매계약을 취소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세계 최대 해상풍력 개발업체 오스테드(Ørsted)의 매즈 니퍼 최고경영자(CEO) 또한 “우리의 기준에 맞는 가치 창출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미국에서 진행되는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그만둘 수도 있다”고 지난달 말 밝힌 바 있습니다.
해상풍력 업계 사이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지급 기준을 완화하지 않는 한 프로젝트가 진전을 이루지 못할 거라는 경고도 나옵니다.
美 2030년 30GW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일부는 올해 가동 시작!” 🇺🇸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30GW(기가와트)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조성하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습니다.
이 목표에 따라 향후 10년 이내 미국 동·서부 해안과 멕시코만에 7개 이상의 대규모 주요 해상풍력 발전소가 구축될 계획입니다. 현재 미국 정부는 여러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승인했습니다. 지금까지 총 15개의 주요 프로젝트가 구축됐습니다.
그중에서도 매사추세츠주와 뉴욕주·로드아일랜드주에서 각각 진행되는 ▲바인야드 윈드 1(Vineyard Wind 1) ▲사우스 포크 윈드(South Fork Wind) 프로젝트는 올해 안으로 가동을 시작해 전력을 공급할 예정입니다.
“초기 투자비용 높은 해상풍력, 인플레이션 따른 비용 증가에 가장 취약” 💰
이같이 미국에선 대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으나 동시에 인플레이션 등 외부 요인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는 실정입니다.
이를 두고 로이터통신은 “미국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인플레이션 역풍에 직면했다”고 진단했습니다.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다른 재생에너지원보다 공사 기간이 오래 걸릴뿐더러, 초기 투자비용도 높아 고금리·고물가에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투자은행 라자드(Lazard)에 따르면, 해상풍력 발전단지 건설 시 중간 지점까지 발생하는 투자비용은 kW(킬로와트) 당 4,000달러(약 531만원)에 달합니다.
반면, 동일 기준에서 육상풍력 발전단지와 태양광 시설의 초기 투자비용은 각각 1,360달러(180만원)와 1,050달러(139만원)에 불과했습니다.
한마디로 가뜩이나 높은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초기 투자비용이 금리인상으로 치솟을 경우, 수익 창출에 대한 부담이 가중된단 것.
여기에 인플레이션으로 터빈·타워·하부구조물 등 부품은 물론 인건비·공사비 등도 무섭게 오르고 있어 수익성은 더욱 악화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오스테드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미국의 고금리 추세가 장기화함에 따라 이미 일부 프로젝트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3분기 말까지 고금리 현상이 유지된다면 약 50억 덴마크크로네(약 9,494억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 우려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스테드는 미국에서 진행되는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당장 손을 떼지는 않을 계획입니다.
데이비드 하디 오스테드 북미지사 CEO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국 해상풍력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이라며 “이해관계자와의 대화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모든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 피력했습니다.
해상풍력 업계, IRA 보조금 기준 완화 요구…“미국산 부품 조달 난항” 📉
한편, 미국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가운데 외국계 해상풍력 업체들은 미국 정부에 IRA 보조금 지급 기준 완화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미국에서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노르웨이 에퀴노르(Equinor) ▲프랑스 엔지(Engie) ▲포르투갈 EDP 리뉴어블스(EDP Renewables) 등 주요 에너지 기업이 “IRA의 지원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며 압력을 가하는 상황입니다.
이유는 크게 3가지 입니다.
첫째,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수입된 부품에 의존하고 있단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미 재무부는 해상풍력 터빈용 타워 제작 시, 전적으로 미국산 강철을 사용하는 업체에 IRA 보조금을 지급할 것을 명시했습니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미국산 부품을 사용하고 싶어도 미국에서 이를 만들 수 있는 제조 기반이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둘째,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미국 연안 해역에 위치한단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IRA는 청정에너지 프로젝트가 ‘에너지 커뮤니티(Energy Community)’에 위치한 경우 세금 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커뮤니티란 석탄 채굴·석유 추출 등 화석연료 산업에 의존하는 지역을 말합니다. 즉, IRA 보조금 등 연방 정부 지원을 통해 청정에너지로의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한 지역입니다.
세금 공제 혜택은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육상변전소가 에너지 커뮤니티에 위치한 경우에 한해 적용됩니다.
이에 이들 업계는 육상변전소 외 다른 항만 기반시설도 에너지 커뮤니티에 포함될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촉구했습니다.
반면, 미국 재무부는 업계 요구에 대해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다른 재생에너지 부문에 비해 IRA 보조금 지급 요건이 느슨하다고 줄곧 반박해 왔습니다.
미 재무부는 로이터통신에 “IRA 보조금은 법안의 기본 목표에 따른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다”며 “이미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이 법안을 기반으로 신규 투자를 촉발해 왔다”고 반론했습니다.
“터빈 블레이드 대형화 경쟁, 공급업체 조달 등 공급망 지연 초래” 🚨
미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둘러싼 난항은 인플레이션과 IRA 보조금에만 비롯된 문제는 아닙니다.
로이터통신은 ‘공급망 병목 현상’도 해상풍력 업계의 수익성을 악화하는 요인으로 제시했습니다.
오스테드 또한 성명에서 “미국 해상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소수 공급업체의 공급 지연으로 차질을 겪고 있다”며 “공급능력에 대한 위험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공급망 차질 문제는 해상풍력 업계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업체 간 해상풍력 터빈 블레이드(풍력발전기 날개)를 더 길게 만들려는 경쟁이 대표적인 원인입니다.
터빈 블레이드는 풍력발전기의 효율성을 결정하는 부품으로, 길이가 길수록 한번 회전에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쟁은 대형화된 풍력발전기에 맞는 부품을 생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화됐단 지적이 나옵니다.
다시 말해 터빈 부품 제조업체 등이 대형 터빈 블레이드를 설치 시 필요한 운송수단과 공급업체를 조달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것.
따라서 수익성에 영향을 주는 공급 지연에 따른 추가 비용 문제 역시 해상풍력 업계가 해결해야 할 숙제로 거론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