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기후불안을 경험할 가능성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기후불안을 심각한 수준으로 경험할 경우 병리학적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이 문제를 국가와 지역사회가 완화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습니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은 지난달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보건복지포럼 8월호’를 발간했습니다. 해당 호는 기후변화와 정신건강 간의 연계성을 다뤘습니다.
6일 관련 내용을 살펴본 결과, 한국의 기후불안 실태는 국외 연구와 유사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채수미 보사연 미래질병대응연구센터장은 “앞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많은 정보가 제공될 것이기 때문에 기후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습니다.
“그러나 근거를 기반으로 하지 않은 기후불안에 대한 우려는 오히려 기후불안을 증가시키고 기후대응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채 센터장의 설명입니다.
“IPCC도 우려한 기후불안…기후행동 유발 또는 회피” 🚨
기후불안은 기후시스템의 위험한 변화에 대한 반응으로 감정·정신·신체적 고통이 고조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제6차 종합보고서(AR6)에서 기후불안이 세계적으로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언급했습니다. 더욱이 기후불안은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을 직접적으로 체험하지 않아도 겪을 수 있습니다.
언론이나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기후불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IPCC의 말입니다. 물론 현재 기후불안 연구 상당수가 신뢰도가 낮은 만큼 관련 실태와 심각성에 대한 근거가 더 축적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기후불안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치료가 필요하단 뜻은 아닙니다. 적당한 수준의 기후불안은 오히려 기후친화적 행동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기후불안이 제대로 다뤄지지 못해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입니다.
식욕부진·수면 방해·공황발작 같은 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미 범불안장애나 정신질환이 있으면 기후불안을 경험할 확률이 더 높습니다.
채 센터장은 “기후불안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경우 심리적 고통·우울 등을 경험할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행동을 회피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2023년 조사 결과, 韓 기후불안 평균 1.90점 🤔
보사연은 2023년 7월 전국 성인(19~65세) 2,000명을 대상으로 국내 기후불안 실태를 조사한 바 있습니다.
기관은 ①걱정 ②불안 ③무력감 ④기후불안 등 4개 지표로 기후위기에 대한 감정을 확인했습니다. 이 조사에는 해외에서 개발된 기후불안 정량화를 위한 척도가 활용됐습니다.
조사 결과, 기후위기에 대해 걱정하는 경우는 93.3%로 나타났습니다. 불안하다고 답한 경우는 90.8%였습니다. 무력감을 느낀다는 경우는 54.2%에 이르렀습니다.
채 센터장은 “우리나라 기후불안 점수는 1.90점이었다”며 “국외 연구들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수준이 아주 높다거나 낮은 상태라고 설명할 만한 특이점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조사 결과) 대부분 경증의 기후불안이 확인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젊은층서 기후불안·무력감 ↑…“세대별 소통체계 필요” 🗣️
보사연은 조사 결과에 대해 세대별 인식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걱정과 불안은 연령이 증가할수록 높게 나타났습니다. 반면, 무력감과 기후불안은 반대 경향을 보였습니다. 일례로 20대의 기후불안 평균 점수는 2.02점이었습니다. 60대는 1.75점이었습니다.
채 센터장은 “(젊은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통제하거나 해결할 수 없는 무력한 감정을 더 많이가지고 있다”며 “비교적 높은 수준의 불안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고 기성세대가 기후문제에 무관심하고 불안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조사에 사용된 기후불안 척도만으로는 문제의 지점을 모두 파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채 센터장은 “이 부분은 앞으로 개선돼야 할 기후불안 척도의 과제로 남아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의 젊은세대는 전 세계 청년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기성세대에 초래된 기후위기가 어떤 미래를 가져올지 고민하고 있다고 채 센터장은 덧붙였습니다.
이에 그는 “기후불안에 대한 세대 간 차이가 뚜렷하므로 세대별 소통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기후위기에 따른 정신건강 영향, 정책적 연계 필요” 🏛️
국가와 지역사회 모두 기상이변에 따른 위험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됐습니다. 채 센터장은 “이러한 과정에서 합의와 설득이 이뤄져야 하고 함께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그는 “기후위기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심리적 반응으로 이해해야 한다”면서도 “국내 기후불안 문제가 사회 전반에 만여해 있어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기후불안을 이해하고, 이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이 전제라고 채 센터장은 밝혔습니다.
한편, 국내에서도 기후변화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연구는 활발하나 이를 실제 정책으로 연결되는 측면은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국이 기후변화에 충분히 노출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경우 기후정책 수립 시 정신건강에 대한 영향이 고려돼야 한다고 보사연은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선 기후변화와 정신건강 간의 영향에 대한 추가 연구도 필요하다고 기관은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 관련 범부처 정책에 정신건강 영향 반영 ▲취약 인구집단·지역 맞춤형 정책 수립 ▲기후보건영향평가에 정신건강 영향 반영 ▲기후건강 리터러시 증진 위한 소통체계 구축 등의 필요성을 제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