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구달 박사님은 늘 희망을 이야기한다. 작년에도 그런 이야기를 드렸다. 희망을 이야기하기 위해선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근데 그 근거를 찾기가 어렵다. 구달 박사가 말했다. 인간은 불굴의 의지를 가졌다. 이 문제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25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2024 기후전망과 전략: 10인과의 대화’ 포럼에 참석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남긴 말입니다. 구달 박사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 말한 문제는 기후위기입니다.
기후싱크탱크 녹색전환연구소가 주관한 이번 포럼은 기후위기 시대를 예측하고 대비하기 위한 전략을 조망하기 위해 10인의 강연자를 초청해 진행됐습니다.
올해로 2회차를 맞은 포럼은 1,600여명의 시민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참석했습니다.
“재앙의 판도 바뀌고 있어”…자연 보호 위한 ‘생태백신’ 필요 🦜
세계적인 생물학자이자 생물다양성재단 이사장인 최 교수는 이날 ‘생물다양성 조화로운 삶’을 주제로 포럼의 문을 열었습니다.
최 교수는 “재앙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가리지 않고 기후재난이 발생하고 있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최 교수는 “장마와 홍수 등 재난이 배수시설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비가 하늘에서 속수무책으로 쏟아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문제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최 교수는 피력했습니다. 그 근거로 기후변화로 인해 박쥐 생태계가 변하고 있단 연구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2021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열대지방에 살던 박쥐가 온대지역으로 옮겨갔습니다. 특히, 중국 남부 지역으로 열대박쥐 40여종이 이주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문제는 박쥐가 코로나바이러스를 비롯한 병원성 바이러스의 숙주란 것. 최 교수는 열대박쥐가 중국으로 넘어갔단 뜻은 “최소 100종류의 바이러스가 중국에 진입했단 것”이라며 “그중 한놈이 이번에 우리를 제대로 공략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뜻합니다.
최 교수는 “기후변화가 어떤 형태로든 멈추지 않으면 열대박쥐들이 온대로 몰려올 것”이라며 “(박쥐를 숙주로 한)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때문에 코로나19 대유행과 같은 일을 점점 더 자주 겪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최 교수는 자연을 보호하는 ‘생태백신’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더불어 박경리 작가의 “원금은 건드리지 말고 이자로만 살아라”라는 말을 인용하며 “지속가능성의 핵심은 지금의 자연환경을 그대로 두고, 망가뜨린 자연을 되돌려놓고 세상을 떠나야 하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지속가능한 미래 위한 창문 빠르게 닫히는 중” 🚨
대기과학자이자 전(前) 국립기상과학원장인 조천호 박사는 기후위기로 인해 “문명의 붕괴를 걱정해야 한다” 말했습니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대비 3℃ 이상 오를 경우 지구 전역에서 붕괴가 일어난단 것.
조 박사는 작년 3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내놓은 ‘제6차 종합보고서(AR6)’ 속 내용들을 주로 설명했습니다. 그는 “기후위기는 배출량이 아닌 누적량을 결정된다”며 “다음 세대는 편익 없이 위험만 누적되기 때문에 세대간 정의의 문제가 불거진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IPCC 6차 종합보고서 속 문장을 인용했습니다. 조 박사는 “6차 종합보고서에는 10년간 우리의 선택이 인류의 수백년 나아가 수천년을 결정할 것”이라며 “그 창문이 너무나 빨리 닫히고 있어서 지금 당장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후위기와 건강’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미래질병대응연구센터의 채수미 센터장은 기후불안을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기후불안이란 직접적으로 기후변화 관련 사건을 경험하지 않더라도 기후변화의 심각한 위협을 인식함으로써 발생하는 부정적인 감정적 반응입니다. IPCC 또한 6차보고서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정신건강 등 기후변화 연계 질환이 증가할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채 센터장은 “기후불안은 기후위기 시대 당연히 필요한 감정”이라면서도 “방치할 경우 병리학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더는 부정적인 감정만 가지고 뒤로 미룰 수 없다”며 기후대응을 촉구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서 대응 가능하단 ‘희망’ 잃지 말아야” 🥊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기후대응을 촉구했습니다. 동시에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단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 교수는 기후위기로 인해 “죽고 사는 문제를 고민할 시점”이라며 “생물다양성의 불균형이 너무 커졌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럼에도 인류가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단 증거를 찾기 위해 지금부터 기록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조 박사는 “지금 이대로 사는 방식이 이어지면 (기후대응이) 늦은 건 확실하다”면서도 “인류가 스스로 야기한 것이기에 바꿀 수 있단 것에 희망을 걸어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이어 “돈이 없고 기술력이 없어서 기후위기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 아니다”라며 “정치경제적 기득권 때문에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탄했습니다. 이에 시민들이 정치적 참여를 통해 제도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조 박사는 강조했습니다.
한편,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국가·에너지·산업·정치·삶 5가지 영역에서 만들어야 하는 전환과 구체적인 행동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이 소장은 “지금 부담하지 않으면 (향후에) 더 큰 부담을 안게 된다”며 “전환 방향에 물꼬를 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회 전체에 에너지가 있을 때 전 분야에서 녹색전환을 해야 한단 것이 이 소장의 말입니다.
이 소장은 “2030년이면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이 50대가 된다”며 “좀 더 에너지가 있는 사회일 때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일자리 재교육, 기술교육 등 기존 경제구조가 녹색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단 것.
이 소장은 “석탄화력발전소 등 좌초자산으로 재원이 흘러가고 있다”며 “그 재원을 기후대응으로 돌려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기후유권자’라며 시민들의 정치적 참여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2024 기후전망과 전략: 10인과의 대화]
① “기후위기 해결 위한 골든타임 얼마 남지 않아”…기후불안 속 대응이란 희망 잃지 말아야
② 금융·산업·에너지·농업 전문가에게 묻다 “기후위기 시대 일어날 한국 사회 변화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