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기후테크 스타트업 성공 사례, 그 비결은? “관점·혁신·아이디어”

D3쥬빌리파트너스 대표, “투자자, 기술 매력도만 보지 않아”

“기후테크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과 다르다. VR·AR 없다고 미래가 없는 건 아니다. 그런데 기후테크가 없으면 우리의 미래가 없다.”

건물 탈탄소 스타트업 에너지엑스의 박성현 대표가 지난달 30일 열린 ‘2024 경기도 기후테크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세미나는 이날 경기 성남 판교스타트업에서 열린 ‘2024 경기도 기후테크 콘퍼런스’의 일환으로 개최됐습니다.

세미나는 국내 기후테크 스타트업 성장 사례와 전문 투자자의 투자유치 성공 사례 공유를 주제로 열렸습니다.

박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들이 메타버스·AR 같은 트렌드가 아닌 기후테크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에너지엑스 “5대 기후테크서 건축 빠진 점에 놀라” 🏗️

2019년 설립된 에너지엑스는 지속가능 건축 플랫폼을 개발·운영하는 스타트업입니다.

박 대표는 사업 아이디어를 찾는 과정에서 한국에서 분류한 기후테크 5대 분야를 보고 놀랐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건물·건축 등 부동산 산업이 기후테크 분야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에 따르면, 국내 기후테크는 크게 5개 분야로 구분됩니다. 클린테크·카본테크·에코테크·지오테크·푸드테크 순입니다.

박 대표는 기후위기의 가장 큰 부분이 건물이란 점에서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세계 탄소배출량의 39%와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37%가 건물에서 나온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이에 한국 나아가 세계 국가의 모든 건축물을 100% 제로에너지빌딩(ZEB)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박 대표는 설명했습니다.

이를 위해 품질·디자인·비용 개선을 목표로 최적화 관리를 위한 소프트웨어와 함께 건물일체형 태양광발전시스템(BIPV) 개발에 착수합니다.

그는 “기후테크에는 건축 외에도 수많은 분야가 있다”며 “더 많은 스타트업이 다양한 분야에서 기후테크를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왼쪽부터 박성현 에너지엑스 대표,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 김정빈 수퍼빈 대표의 모습. ©그리니엄

“韓 재생에너지 확산, 배달앱 아이디어 필요” 💡

재생에너지 정보기술(IT) 소셜벤처 식스티헤르츠의 김종규 대표는 문제의식과 함께 아이디어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2021년 설립된 식스티헤르츠는 IT 기술을 활용한 가상발전소(VPP) 기술을 보유햇습니다.

그는 한국의 재생에너지 확산이 더딘 상황에 착안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영국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엠버는 지난해 한국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9%에 불과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같은해 세계 재생에너지 평균이 30%를 돌파한 것과 비교됩니다.

김종규 대표는 국내 재생에너지 확산이 더딘 이유로 3가지를 꼽았습니다.

①비용구조 ②수요공급 균형 ③거래 복잡성 등입니다.

비용구조에서는 패널·인버터 등 하드웨어 비용은 급락한 반면, 비(非)하드웨어 비용은 그렇지 못한 점을 꼽았습니다. 마케팅 비용과 재생에너지 설비 인허가 절차 비용 등이 해당됩니다.

여기서 “배달앱과 같은 아이디어가 재생에너지에도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배달앱의 등장으로 식당이 동네를 벗어나 주변 지역으로 판매를 확장하면서 고객획득 비용이 감소한 것을 말합니다.

실제로 식스티헤르츠는 시민 대상 웹서비스인 ‘햇빛바람지도’를 만들어 고객획득 비용 절감에 나섰습니다. 8만여개의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누구나 무료로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 지도입니다. 동시에 VPP 기술을 통해 재생에너지의 수요공급 균형과 거래 용이성을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를 인정받아 지난 6월에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가 선정한 유망 기후테크 스타트업 100곳에 올랐습니다.

 

수퍼빈 “기후테크 사업화 앞서 3가지 먼저 확인해야” 🗺️

한편, 김정빈 수퍼빈 대표는 기후대응 영역이 민간보다는 정부가 관여하는 영역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이른바 공공재 영역입니다. 대부분의 사회문제처럼 기후문제 또한 시장의 실패로 인해 일어났다는 것이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따라서 그는 예비 창업가들이 사업화에 앞서 대상으로 하는 기후문제의 특징과 구조를 확인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해당 기후문제의 ▲영향을 받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원인이 구조적인가 ▲고통의 정도는 얼마나 높은가 등입니다.

김정빈 대표는 이러한 특성이 기후테크의 사업성과도 직결된다고 설명합니다. 각각이 해당 기후테크의 ▲수요 ▲지속성 ▲지불의사와 연결된다는 설명입니다.

3가지 영역이 모두 높을 경우 수익성 있는 사업이 가능합니다. 반면, 1가지 영역이라도 약할 경우 정부·공적 영역과 연계해 사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이는 수퍼빈의 사례에서도 확인됩니다. 수퍼빈은 2015년 설립된 순환경제 스타트업입니다. 인공지능(AI) 기반 고품질 재생원료 선별·수거 로봇 ‘네프론’을 개발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수퍼빈 정도의 고품질 재생 플라스틱 제품화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도 이와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지금까지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 즉 수요가 형성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동시에 “관점이 어디에 맞춰지느냐에 따라 해결책을 개발할 수 있는가도 달라진다”며 “새로운 혁신을 위한 도전정신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 왼쪽부터 패널토론에서 모더레이터를 맡은 김태형 와우파트너스 대표와 패널로 참석한 박성현 에너지엑스 대표 및 이덕준 D3쥬빌리파트너스 대표의 모습. ©그리니엄

투자자가 바라본 국내 기후테크 스타트업 투자는? 🤔

이후 ‘생성형 AI VS 투자사, 스타트업’을 주제로 기후테크 스타트업의 투자유치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발제자와 함께 임팩트 벤처캐피털(VC) D3쥬빌리파트너스의 이덕준 대표가 패널로 참석했습니다.

해당 토론은 생성형 AI 챗봇 플랫폼 ‘뤼튼’에 먼저 질문을 던진 뒤, 그 결과와 함께 패널들의 의견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첫 질문은 최근 가장 관심 있게 보는 기후대응 기술이 무엇인지였습니다.

챗봇은 핵융합 에너지를 꼽았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또한 2024년 유망 기후테크 분야로 핵융합을 선정한 바 있습니다.

이 대표는 “핵융합은 (탄소중립의) 게임체인저로 인정받고 있고 우리도 많은 기회를 보고 있다”면서도 기후테크 투자에는 더 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기술이 얼마나 팬시한(매력적인)가만 보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그는 “많은 기후테크 영역이 시장 초기에 있다”며 “더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시장이 있는가, 관련 정책이 시행되고 더 가속도가 붙을 수 있는가”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이 대표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의 투자 관련 어려움에 대해서는 스케일업 펀드뿐만 아니라 초기펀드도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특히, 대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촉구했습니다.

해외에서 아람코·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 대기업이 뛰어드는 것과 비교하면 국내 대기업의 투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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