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액공제나 보조금은 영원하지 않다. 기존 기술 수준으로 가격을 낮춰 최대한 빨리 등가(parity)를 달성해야 한다.”
싱가포르 탈탄소 전문 벤처캐피털(VC) 트라이렉의 마이크 림 파트너의 말입니다.
그는 30일 오전 경기도 성남 판교스타트업캠퍼스에서 열린 ‘2024 경기도 기후테크 콘퍼런스’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콘퍼런스는 경기도 주최로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가 공동 주관했습니다. 행사는 ‘기후에 진심, 테크에 열심’을 슬로건으로 열렸습니다.
기조연설에서 림 파트너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 불식해야 하는 3가지 오해와 함께 업계를 향한 6가지 조언을 전했습니다.
싱가포르 VC 파트너 “기후테크 3가지 오해 해소 필요” 💪
먼저 림 파트너는 현재 기후테크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말로 서두를 뗐습니다.
2022년까지 저금리 환경에서 막대한 자금이 몰렸으나 이러한 분위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입니다.
실제로 미국 시장조사업체 사이트라인클라이밋(구 CTVC)는 2023년 전 세계 기후테크 투자가 전년 대비 30% 감소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그는 이 가운데 기후테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3가지 오해를 불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첫째, 기후테크가 급성장했다는 오해입니다.
림 파트너는 현재의 기후테크가 이미 오래전부터 점진적 발전을 토대로 닦아왔기에 지금의 혁신이 가능했다고 말했습니다. 일례로 그린수소 상용화는 재생에너지 발전과 에너지저장 기술이 선행됐기에 가능합니다.
둘째, 전기화로 화석연료와 작별할 수 있다는 오해입니다.
그는 대다수 산업이 재생에너지와 전기화만으로는 탈탄소가 어렵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철강·화학·시멘트가 대표적입니다. 따라서 CCU(탄소포집·저장)와 수소 등 보완적 기술의 필요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셋째, 탈탄소에 왕도가 있다는 오해입니다.
림 파트너는 지역과 국가별로 발전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탈탄소 경로도 한 가지일 수 없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특히,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국가의 경우 국가별로 기후정책 창의성이 크다고 그는 밝혔습니다. 따라서 국제사회 규제뿐만 아니라, 지역별 규제환경 역시 이해해야 제대로 된 시장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스타트업에 6가지 조언…“균형·가격 등가·회복력, 핵심” ⚖️
림 파트너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위해 6가지 조언도 내놓았습니다.
①가치 추구와 경제성의 균형을 맞춰라 ②투자수익률(ROI)을 확보해라 ③규제당국과 조기부터 교류해라 ④개발부터 유연성을 염두해라 ⑤보조금은 영원하지 않다 ⑥강한 참을성과 회복력을 갖춰라 순입니다.
요약하면 ▲균형 ▲가격 등가 ▲회복력 등 3가지를 갖춰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먼저 목표와 경제성 간의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기후테크 스타트업 역시 가치와 목표가 중요한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기업으로서 사업을 한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는 것이 림 파트너의 말입니다.
그는 “고귀한 가치와 재무적 지속가능성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중·단기 목표를 세워 규제당국과 투자자에게 가시적인 진척 상황을 보여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또 많은 자본이 드는 만큼, 투자가 증가할 때마다 투자수익률을 확보할 방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둘째, 가격 등가입니다.
많은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정부의 보조금과 시장 내 프리미엄을 보고 업계에 뛰어듭니다. 그러나 림 파트너는 이같은 효과가 영원하지 않다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장기적 생존을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기존 기술의 가격대를 따라잡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제언입니다.
마지막으로 회복력입니다.
기후테크 분야는 여러 규제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사업이 확장하기 위해서는 어디에서나 작동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림 파트너의 말입니다. 그는 모듈화 설계를 모범 사례로 들었습니다. 환경에 맞춰 빠르게 확장이 가능할뿐더러, 신기술 적용도 빠르게 가능하니다.
또한, 규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규제당국과 사업 초기부터 교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韓 업계 “기후테크 진짜 파트너는 지방정부” 🤝
패널토론에서는 기후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단 목소리가 쏟아졌습니다.
임팩트 벤처캐피털(VC) 소풍벤처스의 한상엽 대표는 “지역정부야 말로 기후테크의 리더십을 잡고 가는 주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중앙정부가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기반해 목표를 제시하고 예산을 배정한다면, 실제로 계획을 이행하고 피드백을 수렴하는 곳은 지방정부라는 설명입니다.
한 대표는 에너지와 산업 전환의 대부분은 수도권 같은 대도시가 아니라 생산시설이 위치한 지역에서 일어난다는 점을 피력했습니다.
또 지역마다 주요 산업 부문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별 특성에 맞춰 세부 논의를 이끌어야 한다고도 그는 덧붙였습니다.
이동영 스탠다드에너지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지방정부의 도전을 촉구했습니다. 국내 배터리 스타트업 스탠다드에너지는 에너지저장장치(ESS)에 특화된 ‘바나듐이온배터리(VIB)’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곳입니다.
이 CTO는 VIB 개발 당시 관련 규정이 없어서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연구개발(R&D)보다 표준인증과 검증이 오히려 더 오래 걸렸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기업의 혁신이 중요한 만큼, 지방정부의 혁신과 도전 역시 중요하다고 느꼈졌다고 그는 회고했습니다.
한국 기후테크가 해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습니다.
림 파트너는 한국 기후테크 업계에 ‘숨은 보석’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배터리와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선도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철강 등 산업의 근간이 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단 점도 강점으로 꼽았습니다.
다만, 그는 이러한 잠재력이 해외 투자 유치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부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민간투자의 마중물로서 정부의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