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첫 韓 기후헌법소원 ‘헌법불합치’ 결정…주요국 기후소송 영향 주나?

日 등 아시아서 기후소송 44건 제기

한국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조치를 담은 법안의 일부 조항이 헌법불합치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지난 29일 나왔습니다. 기후대응 법안에 헌법불합치 판정이 나온 것은 아시아에서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이 헌법에 합치하지 아니한다”고 결정했습니다.

2031년부터 2049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세워두지 않은 탄소중립기본법의 해당 조항이 문제가 있다는 뜻입니다.

이로 인해 “생명권과 환경권,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고 헌재는 밝혔습니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판단에 따라 정부와 국회는 오는 2026년 2월 28일까지 개정 입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다만,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탄소중립기본계획)과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에 대한 다른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헌재는 ①2020년 청소년기후소송 ②2021년 시민기후소송 ③2022년 아기기후소송 ④2023년 제1차 탄소중립기본계획 헌법소원 등 총 4건의 기후소송을 병합해 판결을 했습니다.

헌재의 결정에 대해 환경부는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후속조치를 충실히 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日 청년기후송 대리인단, 韓 헌재 결정 환영 👏

아시아에서 최초로 나온 기후소송 승소는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기후소송네트워크(CLN)의 사라 미드 공동 디렉터는 “네덜란드·독일·벨기에·유럽인권재판소를 잇는 한국 헌재의 이번 판결은 아시아 최초로서 지역 전체에 중요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그는 “전 세계 계류 중인 수십 건의 유사 사건들에도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헌재의 판결은 아시아 내 다른 기후소송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컬럼비아대 법학전문대학원 산하 사빈센터를 통해 확인한 결과,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에 제기된 기후소송은 44건입니다.

올해 1월 대만 헌재에도 첫 기후소송이 제기됐습니다.

가장 최근인 이달 6일(이하 현지시각) 일본 나고야의 청년 16명이 현지 전력기업 10곳을 상대로 온실가스 배출 억제 명령을 요구하는 기후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소송은 한국의 청소년기후소송에서 영향을 받아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소송을 대리하는 아사오카 미에 키코네트워크 대표 변호사는 이번 헌재의 결정을 환영했습니다. 아사오카 변호사는 “한국 헌재의 이번 판결은 아시아에서 중요한 사법적 결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일본 에너지 계획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아사오카 변호사는 “일본에는 헌재나 국가인권위원회 같은 인권 구제 시스템이 없는 일본 법원은 청소년 권리를 보호하는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韓 헌재 결정, 아시아 기후소송 영향 줄 수 있어” ⚖️

이번 우리나라 기후헌법소원을 공동 변호한 최창민 플랜 1.5도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최 변호사는 그리니엄에 “헌재의 결정은 아시아의 다른 기후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한 국가의 감축목표가 (파리협정의)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책임과 역량에 따라 각국이 감축목표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는 “재판관 9명 중 5명이 2030년 감축목표(2018년 대비 40% 감축)에 대해서도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보호하기에 충분치 못하다는 의견을 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이는 위헌 의견 정족수인 재판관 6명에 미달해 합헌으로 판단됐습니다.

이에 대해 아기기후소송 법률대리인단의 김영희 변호사는 “사실상 의견이 다수였으나 1명이 부족해 이제 합헌이 결정된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그럼에도 “앞으로 계속 법이나 시행령으로 숫자가 나올 때마다 헌법소원 등으로 고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후헌법소원 판결에 기후환경단체·산업계 반응은? 🤔

한편, 시민단체와 환경단체들 모두 헌재의 이번 판결을 반기며 정부와 국회의 시급한 후속조치를 촉구했습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안정된 기후에서 살 권리는 이미 국제적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이번 결과를 반영한 진일보한 후속조치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기후솔루션 역시 “안주하고 있을 겨를이 없다”며 “입법부는 조속히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을 결정 취지에 맞게 새로 짜는 과정에 착수해야 마땅하다”고 논평했습니다.

산업계 또한 헌법불합치 판결을 조심스럽게 받아들였습니다.

헌재 발표 당일 대한상공회의소는 헌재의 판단에 대해 “경제 주체들이 탄소중립에 대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논평했습니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탄소중립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자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라며 “헌재의 결정은 탄소중립이 우리 경제가 해결해야 할 쉽지 않은 과제라는 점에서 정부와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이 더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헌재가 국가별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수준과 속도가 상이하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고 아쉬움을 밝혔습니다.

단, 이번 판결이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인 만큼 아직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예단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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