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ESG 투자 관심 식었나? 투자은행, 엇갈린 전망 공개

HSBC “ESG 관심 여전히 저조” VS 도이체방크 “전환금융, 反ESG 공세 끝낼 것”

미국을 중심으로 반(反)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ESG 투자 전망을 두고 상반된 분석이 나왔습니다.

22일 그리니엄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최근 주요 금융사가 ESG 투자 추이에 대한 보고서를 연이어 내놓았습니다.

영국 최대 투자은행인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세계 주요 1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투자사의 관심이 정체된 조짐이 확인됐다고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반면, 지난 15일 독일 최대 상업·투자은행 도이체방크의 주요 임원은 HSBC와 배치되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ESG 투자에 대한 반발이 줄어들었단 분석입니다.

두 은행 모두 ESG 규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통된 인식을 드러냈습니다.

 

ESG 투자
▲ HSBC는 글로벌 금융기관 대상으로 실시한 ESG 투자 관심도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응답자 답변을 분석한 결과, 투자 결정시 ESG 고려 정도는 10점 만점 중 평균 4.4점에 불과했다. ©그리니엄

HSBC “금융사 52%, ESG 관심 전년과 비슷” 🔍

HSBC는 ESG 투자에 대한 관심 정도를 물은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설문조사는 150개 금융기관 임직원 165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한달 간 진행됐습니다. 설문 기관의 총자산운용 규모는 6조 7,000억 달러(약 8,950조원)에 달합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52%가 지난 1년간 ESG 이슈에 대한 관심이 ‘거의 비슷하다’고 답했습니다.

투자의사 결정에 ESG 요소가 얼마나 고려됐는가에 대한 응답은 10점 만점에 4.4점에 불과했습니다.

작년 6월 같은 설문 당시 4.5점보다 소폭 하락한 것입니다. 10점에 가까울수록 ESG 요소를 많이 고려했다는 뜻입니다.

“ESG를 투자 절차의 필수로 고려하지 않았던 기관들의 경우 투자 의지를 잃었다”는 것이 HSBC의 분석입니다.

와이신 찬 HSBC ESG연구 책임자는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낮은 이유로 전쟁과 경기침체 등을 꼽았습니다. “국제사회 이슈들로 인해 (기관들이) 장기적 과제인 지속가능성에 집중하기 어려워”한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한편, 금융기관들은 ESG 투자 활성화를 위한 과제로 규제 마련을 지적했습니다. 주요 과제로는 ①국제표준(58%) ②문서 기반 프레임워크 마련(45%) ③지속가능성 무결성(36%) 등이 거론됐습니다.

기관들이 ESG 투자에 대한 더 강력한 규제 신호를 요구했다는 것이 HSBC의 분석입니다.

 

ESG 펀드 개설 급감 “5월 한달 2020년 이후 최저” 🏦

ESG 펀드의 신규 개설 흐름도 반ESG 운동의 영향력을 실감케 했습니다. 올해 ESG 펀드의 신규 개설 건수가 급감하며 경고등이 울렸습니다.

시장조사기관 모닝스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5월까지 신규 출시된 ESG 펀드는 111건에 불과했습니다. 2023년과 2022년에 각각 556건과 993건이 출시된 것과 비교됩니다.

특히, 지난 5월에 신설된 ESG 펀드는 16개에 그쳤습니다.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월간 개설량입니다.

주요 자산관리사의 ESG 펀드 개설량도 줄었습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블랙록·인베스코는 각각 4개와 1개의 ESG 펀드를 개설했습니다. 지난해 두 기관이 출시한 ESG 펀드는 23개와 12개였습니다.

 

▲ 지난 5월 유럽증권시장청은 ESG·지속가능성 펀드 명칭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전환금융 등 더 다양한 분야의 ESG 투자가 가능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DLA Piper

도이체방크 “전환금융, 反ESG 운동 꺾을 것” 📉

그러나 도이체방크는 HSBC와 상반된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마르쿠스 뮐러 도이체방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ESG 펀드 흐름의 저점을 봤다”고 평가했습니다. ESG 투자에 대한 세계적 반발이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뮐러 CIO는 최근 유럽연합(EU)이 ESG 규정에 대한 재작업을 마무리함에 따라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지난 5월 유럽증권시장청(ESMA)이 발표한 ESG·지속가능성 펀드 명칭 가이드라인 최종안을 이르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속가능성 펀드의 명명 규칙과 투자 제한 기준을 명시한 규정입니다.

ESG 투자를 ①전환 ②지배구조 ③사회 ④환경 ⑤영향 ⑥지속가능성 등 6가지 범위로 명확히 분류했습니다.

투자 범위가 명확해진 덕에 더 광범위한 ESG 투자 참여가 가능해졌습니다.

그중에서도 ‘전환금융’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전환금융은 석유화학 등 탄소고배출 기업에 저탄소 전환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기후금융을 말합니다.

반ESG 운동의 주된 주장은 ‘ESG 투자가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투자를 막는다’는 것입니다. 투자자의 이익 추구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입니다.

전환금융의 등장은 이같은 지적에 반론을 제기합니다. 탈탄소화 노력을 전제로 화석연료 기업들 역시 ESG 투자가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뮐러 CIO는 도이체방크의 지속가능금융 및 ESG 투자가 2025년 말까지 작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해당 부문에 대한 도이체방크의 2023년 투자 규모는 2,790억 유로(약 415조원)에 달합니다.

 

모닝스타 “ESG 펀드, 2분기 상황 개선 확인” 📈

한편, 올해 2분기 들어 ESG 펀드 시장의 상황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모닝스타 자료를 살펴본 결과, 지난 2분기 세계 지속가능 펀드의 순유입 자금은 43억 달러(약 5조 7,400억원)로 추산됐습니다. 지난 1분기 29억 달러(3조 8,700억원) 순유출에서 크게 반전된 결과입니다.

유럽에서만 118억 달러(약 15조 7,600억원)가 유입됐습니다. 1분기 유럽에서 유입된 84억 달러(약 11조원)과 비교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자금 유출은 유지된 반면, 유출 폭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유출액은 1분기 90억 달러(약 12조원)에서 2분기 47억 달러(약 6조원)로 크게 감소했습니다.

모닝스타는 “많은 투자자들이 유럽 지속가능성 펀드 규정의 마무리와 이행을 기다리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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