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최근 ‘혼합금융(Blended Finance)’이 전환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블랙록 동남아시아 지속가능전환 부문 책임자 하이디 잇은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각) 싱가포르의 탄소시장·투자자포럼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혼합금융은 쉽게 말해 민간재원과 공공재원을 혼합한 것입니다.
여러 투자자를 유치해 위험성을 낮춤으로써 청정기술 등 녹색투자에 소극적인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대규모 자본 투자 유치에도 용이하단 이점도 있습니다.
혼합금융은 주로 개발도상국의 기후대응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는 사업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같은 다자간개발은행이 투자에 참여해 사업 투자 리스크를 줄이면, 이후 민간자금이 뛰어드는 형태입니다.
유엔환경계획(UNEP)도 “공공재원만으로는 전 세계가 탄소중립 달성에 필요한 자금을 모두 충당할 수 없다”고 짚은 바 있습니다. 민간투자가 활성화된 혼합금융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혼합금융 시장 150억 돌파…“2024년 신규 거래량 ↑” 📈
앞서 지난 4월 블랙록 산하 투자연구소는 에너지 전환을 위해선 2030년대 중반까지 연간 4조 달러(약 5,315조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현 투자 시장 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선 혼합금융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기관은 강조한 바 있습니다.
2023년 기준 혼합금융 시장 규모는 150억 달러(약 20조원)에 이르렀습니다. 규모만 놓고 보면 지난 5년간(2019~2023년) 최고 수준입니다.
이 가운데 최근 대형 은행들이 새로운 혼합금융 구조를 모색함에 따라 거래량이 더 늘어났다는 것이 블랙록의 말입니다.
일례로 지난 6월 일본 대형 금융그룹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은 15억 달러(약 1조 9,950억원) 규모의 혼합금융을 조달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잇 책임자는 “(혼합금융이) 신흥시장 내 민간투자자의 위험을 낮추는 일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더 많은 기반시설 프로젝트를 가져올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또 기상이변으로 인한 피해가 커짐에 따라 투자자들이 적응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조기경보시스템 구축 사업이 대표적입니다.
잇 책임자는 “블랙록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곳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며 “(블랙록의)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기후적응에 맞춰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혼합금융 시장 커질수록 그린워싱 주의해야” 🚨
올해초 165개 금융기관 협의체 ‘컨버전스’는 혼합금융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곳은 2016년 혼합금융 활성화를 목표로 설립된 기관입니다. MUFG와 미국 씨티그룹 등이 회원사로 참여 중입니다.
혼합금융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만큼 투자자들이 거래의 환경적 영향을 간과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재키 수르타니 이사는 “혼합금융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가를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그는 지난 7월 블룸버그통신이 주최한 한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수르타니 이사는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사업으로 혼합금융이 흘러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영국 혼합금융 태스크포스(TF)의 캐서린 스토둘카 이사는 혼합금융 구조가 복잡해지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구조가 커지고 복잡해질수록 민간투자자들이 손을 뗄 위험이 높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스탠다드차타드 싱가포르·동남아 지부 최고경영자(CEO)인 패트릭 리는 혼합금융이 커질수록 녹색기술에 대한 자금조달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신기술과 프로젝트 추진에 있어 수익률은 종종 도전적”이라며 “혼합금융이 여기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