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 속 전력수요 사상 최고, 에너지효율 높인 차세대 에어컨 필요

IEA “혁신 에어컨 기술개발 R&D 지원해야”

연이은 무더위로 에어컨 같은 냉방기기 사용이 증가하며 일일 여름철 전력수요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19일 전력거래소에 의하면, 지난 13일 오후 6시(오후 6~7시 평균) 전력수요는 94.6GW(기가와트)로 한국 역사상 가장 높은 전력수요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2022년 12월 23일 기록한 역대 최고 기록(94.5GW)을 넘어선 것입니다.

전력수요가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올해 들어 벌써 3번입니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일은 아닙니다. 대만·일본·일본·인도 등 아시아 주요국 모두 여름철 전력수요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름철 한낮 기온이 최소 35℃ 이상인 폭염이 이어지자 냉방기기의 사용으로 인해 전력수요가 급증한 것입니다.

 

美 국립연구소 2050년 16억 개 에어컨 판매 전망 📈

폭염에 지친 이들에게 에어컨을 트는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없습니다. 에어컨이 도시의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중국 도시의 가구당 에어컨 보급률은 현재 100%를 넘어섰습니다. 15년 전 에어컨 보급률이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해 급격히 늘어난 것입니다. 폭염이 심했던 2013년에만 6,400만여대의 에어컨이 중국에서 팔린 것으로 추산됩니다.

브라질·인도·인도네시아 등 신흥 경제대국에서도 해마다 10~15%씩 에어컨 판매량이 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인도의 에어컨 보급 증가세가 가장 가파릅니다. 2011년 기준 인도의 에어컨 보급률은 5%에 불과할뿐더러, 기후변화로 인해 50℃가 넘나드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냉방기기 수요 급증으로 인해 전력수요 역시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IEA, 에어컨 수요 증가로 세계 전력수요 4% 상승 전망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4년과 2025년 세계 전력수요가 각각 4%씩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인공지능(AI) 수요 증가와 맞물린 데이터센터 증설과 에어컨 수요 급증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가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에어컨 보급 증가세가 가장 가파른 인도가 대표 사례로 거론됩니다.

IEA는 냉방수요 급증으로 인해 인도의 전력수요가 2050년까지 현재보다 9배 이상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IEA는 “에어컨 수요 급증으로 인해 인도의 2050년 전력수요가 오늘날 아프리카 전체 총 전력소비량을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에어컨에 사용되는 냉매 문제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에어컨은 보통 냉매의 압축·응축·팽창·증발 방식을 통해 실내를 냉방합니다.

이 과정에서 주로 프레온가스(CFC)나 수소불화탄소(HFC) 계열 냉매가 사용됩니다. 두 계열의 냉매 모두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이산화탄소(CO2)보다 높습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현 추세라면 냉매 사용으로 인한 배출량이 2050년 세계 총배출량의 1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보조금 등 혁신 에어컨 기술개발 R&D 지원해야” 💰

국제사회 역시 현 문제를 인지하고 있습니다. 작년 12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글로벌냉방서약’이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 서약은 에어컨 등 냉방장치 사용에 따른 배출량을 2050년까지 68%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신규 에어컨의 경우 에너지효율을 평균보다 50% 높이고, 2030년까지 지속가능한 냉방장치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다는 내용이 서약문에 담겼습니다. 목표 달성 여부는 매년 기후총회(COP)에서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IEA와 UNEP 등 주요 국제기구 역시 냉방수요 문제 해결을 적극적으로 촉구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IEA는 “업계와 협력해 재생가능한 냉방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며 “혁신적인 에어컨 기술개발을 위해 연구개발(R&D)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가 보조금을 제공하여 기술 상용화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모두 줄여야 한다는 것이 기관의 말입니다.

친환경 에어컨을 개발하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빠르게 육성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 이스라엘 스타트업 노스트로모에너지가 개발한 냉각 시스템 ‘아이스브릭’의 모습. 이 장치는 거대한 탓에 일반 가정용이 아닌 대형건물에 적합하다. ©Nostromo Energy

이스라엘 노스트로모, ‘물’ 활용해 대형건물 냉방 ↑ 💧

산업계와 학계 모두 친환경 에어컨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에너지효율 개선과 기존 냉매를 대체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아예 새로운 냉각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도 있습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노스트로모에너지(이하 노스트로모)가 대표적입니다. 2016년 설립된 곳입니다.

사측은 물을 활용해 ‘아이스브릭(IceBrick)’이란 얼음 기반 에너지저장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전력수요가 낮은 시간대에 물을 얼려 얼음 형태로 저장한 후,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피크 시간대에 얼음을 건물 냉방 시스템에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노스트로모는 이를 건물 냉방 시스템에 특화된 에너지저장장치(ESS)라고 소개합니다.

노스트로모가 개발한 아이스브릭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비벌리힐튼 호텔에도 설치됐습니다. 용량은 1.4㎿(메가와트) 규모로, 15만 파운드(약 75톤) 규모의 얼음에 해당하는 4만여개의 캡슐이 설치돼 있습니다.

노스트로모 공동설립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벤 넌은 아이스브릭이 냉방 관련 배출량을 최대 80% 가까이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습니다. 아이스브릭은 모듈러 형태로 설치가 가능합니다. 건물의 옥상·벽면·계단 등 다양한 형태로 부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형건물에 주로 특화돼 있습니다.

사측은 향후 3년 간 약 120여개 대형건물에 아이스브릭을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위해 미국 에너지부 등으로부터 약 3억 달러(약 4,053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는 것을 목표로 현재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 연구원들이 배출량과 전력소비량을 줄일 수 있는 블루프런티어의 에어컨 프로토타입을 개발 중인 모습. ©Dennis Schroeder, NREL

차세대 에어컨 개발에 스타트업·대기업 모두 뛰어들어 ⚗️

블루프런티어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17년 설립된 미국 스타트업입니다. 냉매 대신 소금용액을 제습제로 이용해 기존 에어컨보다 전력소비량을 최대 90% 줄인 에어컨을 개발 중입니다. 해당 제습제는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에서 개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빌 게이츠의 기후투자사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가 블루프런티어에 투자해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이 기업은 올해 3월 시리즈 A를 통해 추가 자금조달에도 성공했습니다. 현재까지 모은 투자금은 3,800만 달러(약 513억원)에 달합니다.

물론 신기술만이 꼭 해답은 아닐 수 있습니다. 미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에서 글로벌냉각효율 프로그램을 연구하는 니하르 샤 이사는 기존 기술과 부품을 이용해 에어컨 효율성을 높일 방법이 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샤 이사는 PBS에 “(친환경 에어컨은) 로켓과학과 다르다”며 “비용절감과 효율성 향상이 가능한 부분을 찾아내 에어컨을 재설계하는 것과 같았다”고 밝혔습니다. 가장 저렴한 방식으로 냉매 사용량은 줄이되 에너지효율은 높인 방식을 찾았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그는 이같은 프로토타입(시제품)이 4개 있으며, 조만간 연구 결과를 통해 보고서를 통해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해당 연구는 에어컨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습니다.

비영리민간단체 록키마운틴연구소(RMI)에서 건물 부문 책임자인 안킷 칼란키 연구원은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차세대 에어컨 개발을 위한 연구에 뛰어든 기업이 많아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칼란키 연구원은 “냉방 부문에서 매우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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