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냉장고 등 냉방장치 가동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을 2050년까지 68%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제서약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발표됐습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이른바 ‘글로벌 냉방 서약(Global cooling Pledge)’에 미국과 일본 등 최소 63개국이 가입했다고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한국은 이 서약 참여 여부를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이 서약은 COP28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UAE)와 UNEP 산하 ‘냉방연합(Cool Coalition)’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약에 참여한 국가들은 2030년까지 에어컨 등 냉방장치 에너지 사용에 따른 효율 표준을 도입해야 합니다. 신규 에어컨의 경우 에너지 평균 효율을 50% 높이고, 2030년까지 지속가능한 냉방장치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단 내용도 서약문에 담겼습니다.
무엇보다 2050년까지 냉방장치로부터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2022년 대비 약 68% 수준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내걸고 있습니다. 목표 달성 여부는 매년 당사국총회(COP)에서 점검한단 구상입니다.
COP28이 개막되기에 앞서 지난 10월 중국·인도·미국 등 수십여개 국가가 UNEP으로부터 서약에 참여할 것을 요구받은 바 있습니다.
UNEP, 냉방장치 전체 전력 소비서 20% 차지…냉매 누출 따른 배출량 ↑ 📈
잉거 안데르센 UNEP 사무총장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으로부터 모든 사람을 보호하고 식품과 백신 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경제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냉방 부문도 성장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단, 기후대응을 위해 비용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냉방장치에 대한 기술개발과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냉장고와 에어컨 같은 냉방장치는 오늘날 필수 가전제품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허나,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만 최소 12억 명이 냉방 서비스에 제대로 접근하지 못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예컨대 냉장 보관 등 효율적인 유통 수단이 없어 식품폐기 문제가 심각합니다. 또 저온 유통망, 즉 백신 콜드체인 유통망 부족으로 백신에 접근하지 못해 사망한 사람만 150만여명에 달한단 것이 UNEP의 설명입니다.
동시에 전 세계에서 냉방장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전력 소비나 온실가스 배출 문제도 심각하단 것.
이날 UNEP이 내놓은 ‘글로벌 냉방 감시 2023’ 보고서에 따르면, 에어컨 등 냉방장치에 쓰는 전력은 지구 전체 전력 소비의 20%를 차지합니다. 현재 냉방장치 판매 추세라면 2050년에는 지금의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습니다.
더욱이 이산화탄소(CO₂)보다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최대 1만 배에 달하는 냉방장치에 사용되는 수소불화탄소(HFC) 등의 냉매가 누출된단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UNEP은 피력했습니다.
UNEP은 결론적으로 현 추세가 계속될 시 냉방장치 전력 소비 증가와 냉매가스 누출 등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이 2050년 44억~61억 톤*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는 2050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하 모두 이산화탄소환산량(CO2eq)
“냉매 단계적 감축 등 넷제로 달성 위한 단계적 로드맵 이행 필요” ⚡
에너지 효율화 향상이나 수소불화탄소 같은 냉매의 단계적 감축 등이 필요하단 것이 UNEP의 설명입니다.
UNEP은 서약에 따라 냉방 부문의 주요 배출량 감축 조치가 모두 이행될 시 인위적인 저감 조치가 없을 때와 비교해 2050년까지 약 38억 톤 규모의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자연 차광이나 단열재 설치 등 ‘패시브건축물(Passive House)’이란 개념이 주요 조치로 제안됐습니다. 독일에서 나온 이 개념은 외부의 에너지 도움 없이 내부에서 발생한 열에너지를 보온병처럼 외부로 방출하지 않는 건축물을 말합니다.
UNEP은 이같은 조치를 통해 2050년 기준 전력 수요를 1.5TW(테라와트)~2TW가량 절감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연간 소비자 전기사용료를 1조 달러(약 1,320조원) 절약하는 효과를 누리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글로벌 냉방 서약’서 인도·호주·중국 빠진 이유는? 🤔
COP28에서 발표된 글로벌 냉방 서약은 사실 수소불화탄소의 생산과 소비를 점진적으로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몬트리올 의정서 ‘키갈리 개정서’에 따른 것입니다.
이 개정서는 2016년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서 열린 제28차 몬트리올 의정서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됐습니다.
수소불화탄소는 오존층 파괴물질인 수소화염화불탄소(HCFC)의 대체물질로 냉매 등에 사용돼 왔습니다. 이후 수소불화탄소가 지구온난화에 끼치는 영향이 더 크단 연구가 알려지며 이를 감축한단 내용을 담은 개정서가 채택됐습니다.
키갈리 개정서에 의하면, 대다수 선진국은 2019년부터 수소불화탄소 소비를 줄여야 합니다. 개발도상국은 2024년부터이며, 일부 국가는 2028년까지 수소불화탄소 소비를 동결해야 합니다.
이를 이유로 인도 대표단은 로이터통신에 글로벌 냉방 서약에 가입할 의사가 없단 뜻을 밝혔습니다. ‘몬트리올 의정서’와 ‘키갈리 개정서’에서 약속한 목표 이상으로 수소불화탄소를 감축할 의향이 없단 것이 인도 측의 설명입니다.
호주 또한 비슷한 이유로 서약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전 세계 에어컨의 약 70%를 생산하는 중국 또한 서약에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COP28 개최 전인 지난 11월 중국은 미국과의 기후대응 협력을 위한 정상회담에서 냉방장치 등 에너지 효율을 더 높이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