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 산하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가 탄소중립 전환 촉진을 위한 2025년 ‘BNEF 파이오니어스’ 대회를 시작했습니다.
BNEF는 2025년 기후테크 과제 3가지를 공개하는 동시에 대회 참가자를 모집한다고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접수는 오는 11월 1일까지 가능합니다.
지원 가능 대상은 ▲초기단계 기후테크 기업 ▲시범 프로젝트 또는 합작사업 ▲비영리단체·연구소 등입니다.
BNEF는 잠재적 영향·혁신성·채택 가능성 등 3가지 기준에 따라 수상자를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BNEF는 2010년부터 매년 주요 기후테크 혁신 과제를 제시하고 이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기업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150여곳의 기업이 BNEF 파이오니어 칭호를 받았습니다.
2025년 기후테크 업계 내 과제로는 ①경공업 내 지속가능성 향상 ②에너지 저장 혁신 ③기후적응 역량 강화 등이 꼽혔습니다. 과제와 무관하게 기후대응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후테크 기업을 선정하는 와일드카드 수상자도 1곳 이상 선정됩니다.
경공업·에너지 저장·기후적응 공통점 “간과된 과제” 🏆
BNEF가 선정한 2025년 기후테크 3가지 과제의 공통점은 모두 ‘익숙한 단어’란 점입니다.
이전 과제들이 청정수소, 탄소제거 기술 등 ‘혁신’을 강조한 것과 비교됩니다. 녹색철강이나 지속가능항공연료(SAF)처럼 탄소중립 게임체인저로 인정받기에도 영향력 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BNEF가 경공업·에너지 저장·기후적응을 내년도 과제로 꼽은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각각의 잠재력과 필요성이 크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리며 간과돼 왔다는 것입니다.
① 경공업 내 지속가능성 향상
경공업은 철강·시멘트·석유화학 같은 온실가스 다배출 부문의 탈탄소화에 가려져 왔습니다.
제지·식음료·섬유 등 중저온의 열이 필요한 산업이 대표적입니다. BNEF는 해당 산업 부문의 배출량이 산업계 총배출량의 3분의 1에 달한다고 강조합니다.
마크 데일리 BNEF 기술혁신 책임자는 “경공업의 배출량은 감축이 어렵다고 여겨지진 않는다”면서도 “실제로 효과가 있는 해법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② 에너지 저장 혁신
에너지저장장치(ESS) 같은 저장 부문 역시 중요한 에너지 전환의 구성요소임에도 간과되고 있다는 것이 BNEF의 지적입니다.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라 에너지 저장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습니다. 현 주요 형태인 리튬이온배터리 외의 다양한 혁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③ 기후적응 역량 강화
기후적응 부문의 재원 역시 여전히 부족합니다. 지난해 유엔환경계획(UNEP)은 기후적응 격차를 최대 3,360억 달러(약 459조원)로 추정했습니다.
이같은 격차는 기후적응 스타트업에서도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기후테크이니셔티브의 연구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0년 사이 기후적응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된 자금은 전체 기후테크 자금의 7.5%에 불과했습니다.
2024년 수상작은? “재생에너지·건물·연료 초점” 🏆
한편, 올해 BNEF 파이오니어스 수상작은 지난 4월 공개됐습니다.
올해 대회 과제로는 ①청정에너지 병목현상 완화 ②건물 건설·운영 탈탄소화 ③차세대 탄소중립 연료 등이 제시됐습니다.
40개국에서 250여건의 지원서가 접수됐습니다. 이중 11개 팀이 수상했습니다. 3개 과제에서 8곳이 선정됐고 와일드카드 부문에서 3곳이 추가로 뽑혔습니다.
1️⃣ 청정에너지 병목현상 완화 🌐
‘2024년 슈퍼 선거의 해’를 맞아 재생에너지 관련 규제 불안정성이 높은 상황을 고려해 과제로 선정됐습니다. 이에 재생에너지 배치 가속화를 위한 해법을 제시한 기업들이 선정됐습니다.
⚡ 엔벨리오|디지털트윈 지능형 전력망 플랫폼
2017년 설립된 독일 전력망 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입니다. 디지털트윈을 이용해 전력망 연결을 최대 20배 빠르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사측은 지난 4월 미국 진출에도 성공했습니다. 회사 공동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사이먼 쿠프만은 미국 시장에서 “2023년 말 기준 1086GW(기가와트)의 태양광과 246GW의 육상풍력 프로젝트가 전력망 연결을 기다리고 있다”며 기대를 내보였습니다.
☀️ PV케이스|태양광 배치 전과정 지원 소프트웨어
2018년 리투아니아에 설립된 태양광 프로젝트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입니다. 태양광 부지 선정부터 설계·개발·허가 등 전과정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가 특징입니다.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부지별 태양광 프로젝트의 발전량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필요한 허가 종류를 최적화함으로써 더 빠른 진행이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지난해 시리즈 B 투자를 포함해 총 1억 2,380만 달러(약 1,700억원)를 조달했습니다.
💡 TS컨덕터|전도성 강화 전선 개발
TS컨덕터는 2018년 설립된 미국 전선 생산 스타트업입니다. 향후 TW(테라와트) 단위의 전력을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전도성이 더 강력한 전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고압 전선에 사용되는 알루미늄도체강철강화(ACSR) 케이블보다 10배는 더 강한 탄소복합전선을 제작했습니다. 고전도성 알루미늄으로 전선을 감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전선이 기존 고압 전선보다 전류 전달 용량이 3배 더 크다고 사측은 설명했습니다.
BNEF는 TS컨덕터의 기술이 기존 송전망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전력용량을 늘리도록 도울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2️⃣ 건물 건설·운영 탈탄소화 🏗️
2021년 기준 건물 부문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7%를 차지했습니다. 강철·시멘트 등 건설자재뿐만 아니라, 냉난방 등 운영 관련 배출량을 모두 포함합니다.
BNEF는 비효율적인 냉난방 시스템과 열악한 단열재 등이 ”매일 이산화탄소가 발생되는 본질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기후친화적인 건축 방식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스타트업에 주목했다는 것이 기관의 설명입니다.
⛑️ 에어로씰|BEV도 투자한 탈탄소 건축 기업
에어로씰은 1997년 설립된 탈탄소 건축 기업입니다. 건물의 공기조화설비, 단열 등 냉난방 시스템에서 공기가 누출되는 부분을 빠르게 찾아내 밀봉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도 이곳에 투자한 바 있습니다.
먼저 선풍기와 특수 비닐을 사용해 실내에 압력을 가하고 센서를 사용해 틈을 찾아 누출위치를 잡아냅니다. 그다음 일종의 밀봉재인 실런트를 에어로졸화해 투입합니다. 그러면 비닐을 통해 흘러간 실런트가 누출 부위를 막습니다. 일반 크기의 주택이면 단 60분 만에 누출의 80%를 줄일 수 있단 것이 사측의 설명입니다.
BNEF는 해당 공정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액공제 대상이며 기축 및 신축 건물 모두에 적용 가능하다는 점을 높이 샀습니다.
🌡️ 셀시우스에너지|지열 히트펌프 공간 효율 최적화
2020년 설립된 프랑스 지열 히트펌프 스타트업입니다. 세계 최대 유전 관리 기업 슐룸베르거(SLB)의 자회사이기도 합니다. 이곳은 지열과 히트펌프를 연계한 기술을 보유했습니다. 나아가 공간 효율을 극대화하는 사업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일반적으로 대형 건물의 지열 냉난방을 위해서는 수십 미터를 수직 천공해야 합니다. 또한 냉난방 면적 확대를 위해 대규모의 토지가 필요합니다. 이와 달리 셀시우스는 대각선으로 구멍을 뚫는 공법을 개발했습니다. 덕분에 20개의 천공 작업에 차량 2대가 주차할 면적 정도만 필요하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입니다.
🏫 켈빈시스템|아파트 냉난방 탈탄소화 솔루션
켈빈시스템은 2012년 미국에서 설립된 냉난방 시스템 기업입니다. 라디에이터 난방 방식을 개선하는 디지털 제어 장치를 주력으로 합니다. 라디에이터는 서구권에서 오래된 난방 방식이지만 효율성이 매우 낮습니다.
켈빈시스템은 라디에이터에서 히트펌프로 전환하기에는 비용 부담을 느끼는 고객을 대상으로 합니다. 디지털 제어 장치를 설치해 열 분배 최적화와 연료 사용 최적화를 돕는 방식입니다.
탈탄소화가 어려운 주거용 아파트에서 난방 관련 배출을 8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점에 BNEF는 주목했습니다.
3️⃣ 차세대 탄소중립 연료 ✈️
BNEF는 전기자동차 전환과 달리 다른 운송수단의 탈탄소화 해결책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이는 항공 같은 장거리 운송업계는 배터리 기반 탈탄소화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식품폐기물과 CCUS(탄소포집·활용·저장)를 기반으로 하는 바이오연료나 그린수소 등 유망 대체연료가 존재하긴 합니다.
그러나 BNEF는 “모두 비싸고 에너지 집약적이며 상용화가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습니다. 비용과 에너지집약도, 상용화 등의 장벽을 단번에 해소할 수 있는 차세대 탄소중립 연료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 커버크레스|바이오연료용 신품종 개발
2018년 미국에서 설립된 애그테크 스타트업입니다.
BNEF가 주목한 점은 바이오연료에 적합한 식물 품종을 개발했단 것입니다. 식물 육종과 유전자편집을 사용해 탄생한 ‘겸손한 페니크레스’란 품종입니다. 한국어로는 ‘말냉이’란 이름의 식물인 페니크레스를 기반으로 합니다. 씨앗에서 기름을 얻어 SAF 등의 원료로 사용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겨울에도 재배가 가능해 식량 생산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이는 기존의 옥수수 기반 에탄올의 한계를 극복한 것입니다.
사측은 2030년경 연간 최대 10억 리터 규모의 SAF를 생산할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엑스퓨엘|대체연료 생산 시스템 모듈화
엑스퓨엘은 아일랜드 대체연료 개발 기업입니다. 2010년 설립됐습니다. 여타 기업과 달리 모듈식 공장으로 대체연료를 생산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덕분에 바이오매스 등 다양한 폐기물을 원료로 사용해 대체연료 생산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4️⃣ 와일드카드 🃏
한편, BNEF는 와일드카드의 특징으로 공통점이 거의 없다는 것을 꼽았습니다. 이를 통해 “탄소감축이 경제 전반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 네이처매트릭스|’환경DNA’로 생물다양성 제고
2014년 설립된 영국 생물다양성 모니터링 스타트업입니다. 유전기술인 환경DNA(eDNA)를 사용해 더 빠르고 정확한 모니터링을 제공합니다. 스테파니 디아즈 BNEF 분석가는 “병목 현상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려고 노력하는” 기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 리메탈|차세대 리튬배터리 개발
리메탈은 2018년 캐나다에서 설립된 배터리 스타트업입니다.
에너지밀도·안전성·지속성을 모두 높인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독성 부산물을 발생시키는 염화리튬을 사용하지 않는 공정이 특징입니다. 대신 탄산리튬을 이용해 양극재를 생산합니다. 해당 공정 덕분에 에너지효율성을 더 높였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입니다.
⛏️ 엘리먼트제로|전기분해 녹색철강
엘리먼트제로는 호주 소재 녹색철강 스타트업입니다. 2023년 설립됐습니다. 사측은 석탄 대신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철강 제조에서 나오는 배출량을 크게 줄였습니다. 자체 개발한 저온 광물 처리 플랫폼 덕분입니다.
엘리먼트제로는 해당 공정을 사용하면 전 범위의 철광석을 처리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기존의 수소환원제철 등의 기술은 저품질 철광석 처리가 어려운 것과 비교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