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기후테크 산업으로 대규모 투자가 몰리는 가운데 투자 격차가 해소돼야 한단 내용을 담은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기후모델링이나 조기경보시스템 같은 적응 분야 기술에 더 많은 투자와 함께 인재 육성을 위한 대규모 정책 지원이 담겨야 한단 지적입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산하 스콜센터와 옥스퍼드기후테크이니셔티브(OxCTI)가 지난 14일(현지시각) 공동 발간한 ‘기후테크의 기회(The Climate Tech Opportunity)’에 담긴 내용입니다.
옥스퍼드기후테크이니셔티브는 기후테크로 기후회복력 및 정의로운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2022년 출범했습니다. 옥스퍼드대 사이드경영대학원 산하 이니셔티브입니다.
이번 보고서는 방대한 데이터 분석과 전문가 설문조사 및 인터뷰를 기반으로 작성됐습니다. 피치북·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홀론아이큐·기후정책이니셔티브(CPI)·실리콘밸리은행 등 5개 기관에서 나온 데이터가 활용됐습니다.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요? 그리니엄이 2편으로 나누어 알아봤습니다.
[편집자주]
기후테크 ‘골드러시’ 시작…OxCTI “기후테크, 투자시장서 주류 테마돼” 💰
기후테크에 대한 보편적으로 합의된 정의는 없습니다. 이에 보고서는 기후테크를 “기후변화의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 또는 적응이나 회복력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로 정의하고 관련 투자 동향을 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 기후테크 관련 벤처캐피털(VC) 투자 규모는 2016년 66억 달러(약 8조원)에서 2022년 701억 달러(약 91조원)으로 약 10배 이상 늘었습니다.
2021년과 2022년 사이에만 기후테크 투자가 89% 늘어난 것도 주목할 지점이라고 보고서는 덧붙였습니다.
보고서는 또 홀론아이큐 자료를 인용해 2022년 한해에만 3,300여건이 넘는 기후테크 투자 거래가 발생했단 점을 언급했습니다.
세계 투자자들이 차세대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을 찾고 있단 것이 보고서의 진단입니다. 홀론아이큐는 올해 1월 기준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 수가 83개에 달한단 분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아브라 초두리 옥스퍼드 사이드경영대학원 연구원은 기후테크 산업으로 “골드러시가 일어났다”고 평가했습니다.
보고서 또한 투자시장에서 “기후테크 분야가 더는 틈새시장이 아닌 주류 테마가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OxCTI “기후테크 생태계, 대다수 국가서 여전히 초기 단계” 🤔
그러나 지구 평균기온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선 기후테크 산업 내 투자 규모가 빠르게 늘어야 한단 것이 보고서의 진단입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산하 재정상설위원회(SCF)에 따르면, 전 세계 기후금융은 2020년 6,400억 달러(약 831조원)입니다.
CPI는 기후금융 연간 투자가 2030년까지 4조 3,500억 달러(약 5,651조원), 2040년까지 약 6조 달러(약 7,795조원)까지 도달해야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본 바 있습니다.
이와 함께 지역별 기후테크 투자 흐름이 균등하게 발전할 필요성이 있단 것이 보고서의 지적입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의하면, 지난 13년간(2010~2022년) 전체 VC가 투자한 기후테크 투자금의 약 45%가 미국에 집중돼 있습니다. 이어 중국(25%), 유럽(18%), 인도(3%) 순이었습니다. 이외 나머지 지역이 모두 합해 약 8%를 차지했습니다.
보고서는 “기후위기는 전 세계적 문제이고 기후 관련 기업가도 어느 나라에서 찾을 수 있다”며 “그렇지만 기후테크 투자금은 여전히 일부 지역에 집중돼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는 세계 상당수 지역의 기후테크 생태계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기후테크 생태계란 기후테크 스타트업 창업 및 육성 전반을 위한 투자·정책 지원·인력 양성 등을 총칭한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딜로이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주요국 이외 국가들에서도 기후테크 기업과 투자금이 늘고 있단 점에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전체 기후테크 투자서 기후적응은 7.5% 불과”…명확한 정의·분류 필요 🤔
기후테크 산업 내 투자 격차가 해소돼야 한단 제언도 나왔습니다. 기후적응 기업으로의 투자가 현저히 낮단 것이 보고서의 지적입니다.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2년간(2019~2020년) 기후적응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 비중은 전체 기후테크 투자에서 약 7.5%만 차지합니다.
지난 2일(현지시각) 유엔환경계획(UNEP)도 ‘적응 격차(Adaptation Gap)’가 커지고 있단 점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적응 격차란 기후적응에 필요한 금액과 실제 지원액의 차이를 말합니다.
UNEP이 내놓은 보고서에 의하면, 기후적응 격차는 1,940억~3,660억 달러(약 252조~475조원)로 추정됩니다. 이는 지난해 추정한 범위보다 50% 이상 커진 것입니다.
보고서는 기후적응 분야로 자금이 덜 흘러가는 원인에 대해 “보편적으로 합의된 정의가 없기 때문”이라고 봤습니다.
감축 기술의 경우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비교적 명확한 합의가 있는 반면, 적응 기술의 범위나 정의에 대한 합의가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단 것이 보고서의 설명입니다. 예컨대 기후변화로 인한 감염병·질병 예방 관리 또한 적응 기술에 포함되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적응 기술로 분류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처럼 적응 기술은 국가별·지역별로 다를 수밖에 없단 점에서 정의나 분류가 더 까다롭습니다.
보고서는 “기후위기는 세계적인 문제이나 국가나 지역별로 이를 다르게 경험한다”며 “적응 기술은 현지 상황에 맞게 맞춤화해야 하므로 (기술이나 사업모델을) 복제 및 확장하는 것이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그럼에도 보고서는 적응 기술 관련 정의와 분류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2030년까지 개도국의 약 1억 명이 빈곤에 빠질 수 있다”며 “이들의 생명과 생계를 보호하기 유지하기 위해선 적응 기술이 필요하다”고 피력했습니다.
그러면서 “감축 기술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한편, 미국 실리콘밸리 VC 앳원벤처스(At One Ventures)의 톰 치 파트너는 기후테크 투자금이 유명 창업가에게 몰린 현실을 꼬집었습니다.
그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배출량에 비해 전기자동차 등 모빌리티(운송) 부문에 투자금이 과하게 할당돼 있다”며 “투자자들이 관련 우선순위와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자밀 웨인 OxCTI 공동 리더는 “기후테크 연구 상당수가 배출 및 감축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아닌 국가들에서는 적응 기술의 필요성이 엄청나다”고 강조했습니다.
[옥스퍼드 2023 기후테크 보고서 모아보기]
① 英 옥스퍼드대 “기후테크 생태계, 대다수 국가서 아직 초기 단계”
② 전문가 89% “기후대응 기술, 필요한 이들에게 도달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