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다양한 생물다양성, ‘환경DNA’로 더 쉽고 빠르게 추적해낸 네이처매트릭스

생물다양성 회복이 주요 국제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1970년 이후 세계 생물종이 평균 68% 감소했습니다. 생물다양성 손실은 자연생태계에 의존하는 비즈니스의 약화로 이어집니다. 이 때문에 세계경제포럼(WEF)은 향후 10년간 인류를 위협할 장기리스크 4위로 ‘생물다양성 손실’을 꼽았습니다.

생물다양성 회복이 기후공시에 뒤이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습니다. 유엔개발계획(UNDP)·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 등 주요 국제기구가 주도하는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협의체(TNFD)’가 대표적입니다.

다만, 생물다양성 보존·복원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 생물다양성 측정의 복잡성으로 인해 생물다양성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것부터가 어렵단 것.

이에 새로운 접근법으로 생물다양성 측정 복잡성 문제를 해결한 스타트업 네이처매트릭스(NatureMetrics)를 소개합니다.

 

▲ 기존 생물다양성 모니터링은 현장 관찰 및 배설물 표본 포집, 현지인 탐문 등 대규모 인력 투입에 기반해 왔다. ©Prespa Ohrid Nature Trust

복잡·다양한 생물다양성, “아직도 맨눈으로 확인한다고?” 👀

2014년 영국에서 설립된 네이처매트릭스. DNA기반의 유전자기술을 사용해 생물다양성을 모니터링하는 스타트업입니다.

생물다양성 모니터링은 주요국 및 기업에서 환경영향평가(EIA)의 일환으로 수행돼 왔습니다. 환경영향평가란 대규모 개발사업 등 환경에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계획·사업에 대해 사전에 그 영향을 예측·평가하고 보전방안을 마련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네이처매트릭스는 기존의 생물다양성 모니터링 방식의 두 가지 문제점을 발견했습니다.

첫째, 촬영과 배설물 표본 포집, 현지인 탐문 등 인력에 의존한다는 점입니다. 둘째, 도롱뇽·오랑우탄 등 특정 생물종만을 추적해 지역 전체의 생물다양성을 파악했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정확성이 떨어질뿐더러, 정량적인 데이터 수집이 어려워 생물다양성 보존·복원 솔루션을 마련하는데오 어려움이 있습니다. 또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도 있는데요.

 

“유전자기술+빅데이터, 더 빠르고 정확한 모니터링 가능해” 🖥️

네이처매트릭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전기술을 활용했습니다. 공동설립자인 캣브루스 박사와 더글러스 유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 생태학 교수, 알프리드 보글러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생명과학 교수의 전문성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분자생물학자인 이들이 주목한 것은 바로 환경DNA(eDNA·environmental DNA)입니다.

일반적으로 범죄수사에 활용되는 DNA, 생물체 대부분의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화학물질인데요. eDNA란 생물체가 활동하면서 환경에 남기는 흔적에서 추출한 DNA를 말합니다. 가령 물고기의 점액이나 뱀의 비늘, 새의 깃털 등에서 나오는 세포들이 있습니다.

 

▲ 네이처매트릭스는 eDNA와 메타바코딩 기술로 포괄적이면서도 정교하고 정량적인 생물종 분석 방법을 개발했다. ©NatureMetrics

네이처매트릭스는 eDNA를 활용해 생물다양성 모니터링을 혁신했습니다.

우선 모니터링이 필요한 지역에서 eDNA가 포함된 물이나 토양, 침전물 등을 채취합니다. 채취한 시료에서 다양한 생물들의 DNA를 추출하고 중합효소연쇄반응(PCR)을 사용해 증폭시킵니다.

이후 DNA 시퀀싱(염기서열 분석)을 거치는데요. 미생물부터 포유류까지 DNA를 가진 생물이라면 거의 모두 추적이 가능합니다. 덕분에 해당 환경에 서식하는 생물체 전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심층분자분석과 고급계산, 현장기반 생태학이 결합된 이 기술을 메타바코딩(Metabarcoding)이라 부릅니다.

물론 배설물이나 발자국, 발톱자국 등 생물의 흔적을 추적해 생물을 추적하는 방법은 기존에도 사용됐습니다.

eDNA 기술의 특징은 이러한 흔적을 유전기술을 사용해 더 정교하고 체계적·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됐단 것입니다. 비용과 시간을 대폭 줄인 것도 장점입니다. 생물체를 직접 추적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동굴이나 절벽 등 험지에 사람이 직접 갈 필요가 없습니다.

장기간 추적하는 대신 시료만 채취하면 끝입니다. 대량의 생물종 분석도 컴퓨터를 통해 단기간에 분석이 가능합니다.

네이터매트릭스는 고처리량 시퀀싱 플랫폼(Illumina MiSeq)을 사용하면 2.5일만에 3,000만 개의 시퀀스를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네이처매트릭스가 아프리카의 야생동물 모니터링 프로젝트에서 eDNA를 채집하고 있는 모습. ©NatureMetrics

eDNA와 메타바코딩, 생태계 보존·복원에 어떤 도움 될까? 🤔

지금까지 80개국 450곳 이상의 환경단체와 은행·에너지·인프라 기업이 네이처매트릭스의 생물다양성 모니터링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네이처매트릭스는 기준선(Baseline), 평가(Evaluate), 모니터링(Monitoring), 복원(Restore) 등 크게 4가지 단계에 걸쳐 대규모 통합 생물다양성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고객들이 해당 지역의 기존 생물다양성을 파악하고, 생물다양성 손실 완화 활동의 효과를 모니터링 및 평가해 생물다양성을 효과적으로 복원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서비스를 이용한 환경단체와 기업들은 한목소리로 더 많은 생물종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수집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는데요.

아직은 낯설고 어려운 개념인 eDNA와 메타바코딩 기술, 어떻게 활용됐는지 사례로 살펴보자면.

 

1️⃣ 멸종 40년 물고기 추적 프로젝트 🐟

2020년 환경단체 노포크리버트러스트(Norfolk Rivers Trust)는 영국 노포크강을 지키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노포크강에서 멸종된 지 40년 된 물고기인 버봇의 복원 프로젝트였습니다. 이들은 복원에 앞서 멸종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 eDNA 기술을 사용했는데요. 버봇의 DNA는 발견되지 않았고, 이는 복원 프로젝트의 정식 출발점이 됐습니다.

 

2️⃣ 곰팡이부터 박테리아까지, 토양도 생물다양성에 중요하다고! 🦠

2018년 영국 엔지니어링·인프라 기업 제이콥스(Jacobs)는 스코틀랜드 교통국의 도로 확장 프로젝트를 위해 환경영향평가를 수행해야 했습니다. 제이콥스는 네이처매트릭스의 도움으로 도로 확장 부지의 삼림에 대한 토양 생물다양성을 조사했는데요.

네이처매트릭스는 eDNA 기술을 사용해 토양의 곰팡이부터 박테리아, 곤충 등 동물군까지 다양한 생물다양성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해당 데이터는 보상 조림이 기존의 삼림과 생태학적으로 동등하도록 조성하고 이를 모니터링하는데 사용될 예정입니다.

 

3️⃣ 돌고래 조사 비용으로 675종 조사했다고? 🐬

WWF는 2018년, 페루 아마존에서 수생 동물 조사를 위해 네이처매트릭스와 협업했습니다. 당시 WWF 팀은 11곳에서 채취한 시료를 전달했는데요. 이들의 목표는 매너티와 돌고래 등 6종의 실태파악이었습니다.

네이처매트릭스는 eDNA 기술을 사용해 어류 375종, 포유류 155종, 조류 65종을 포함한 포괄적인 데이터 분석을 제공했는데요.

브렌다 톨렌도 WWF 코디네이터는 “eDNA가 아니었다면 아마존강 돌고래에 대한 육안 조사에 국한됐을 것”이라며 “(덕분에) 프로그램 목표치를 초과달성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 네이처매트릭스가 지난해 12월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 개최에 맞춰 생물다양성 플랫폼을 공개했다. 네이처매트릭스는 일종의 ‘자연에 대한 구글지도’를 만들어 기업들이 비즈니스에 더 쉽게 생물다양성을 반영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NatureMetrics

네이처매트릭스 “‘자연 구글지도’ 만들어 NBS 촉진할 것!” 🗺️

네이처매트릭스는 지난해 5월, 아난다임팩트벤처스 등으로부터 1,400만 유로(한화 약 195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같은해 12월에는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 개최에 맞춰 eDNA 기반의 생물다양성 플랫폼을 출시했습니다.

이 플랫폼은 생물다양성 관련 데이터를 더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홈페이지입니다. 시료를 채취한 지역부터 eDNA분석 결과, 이를 기반으로 한 생물다양성 평가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데요.

네이처매트릭스는 자사의 목표가 자연에 대한 구글지도’를 만들어 전 세계 기업들이 보다 지속가능한 결정을 내리고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자연기반솔루션(NBS)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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