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EU 배출권 시장 ‘역사적 변화’ 예고…2028년 톤당 최대 130유로 전망

배출권 수요 재편에 천연가스-EU ETS 가격 탈동조화 전망

미국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유럽연합(EU)의 탄소시장이 ‘역사적 변화’를 맞을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EU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EU-ETS) 내 탄소배출권과 천연가스 가격의 동조화 현상이 끝난다는 것이 기관의 분석입니다. 쉽게 말해 탈동조화 현상을 예고한 것입니다.

미셸 비냐 골드만삭스 분석가는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그는 환경규제 강화와 산업계의 수요 증가로 이같은 역학 관계가 바뀔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에 따라 EU 내 배출권 가격이 2028년 최대 톤당 130유로(약 19만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8일 기준 EU 배출권 가격은 톤당 약 70유로(약 10만원)입니다. 즉, 현재 가격의 2배 가까이 증가할 수 있단 뜻입니다.

 

EU 배출권-천연가스 대체 무슨 관계일까? 🤔

비냐 분석가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EU 배출권거래제의 고질적인 문제를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그간 EU 배출권과 천연가스의 가격 동조화는 정설처럼 여겨졌습니다.

유럽 내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하면 EU 배출권 가격도 같이 상승했습니다. 역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하면 배출권 가격도 하락했습니다.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배출권 거래제 내 배출권 총량은 화석연료의 가격변동과 상관없이 정해져 있습니다.

EU 내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석탄발전소 가동률이 증가합니다. 석탄발전소는 탄소배출량이 높기 때문에 배출권 수요가 증가합니다. 석탄발전소에서 나온 탄소를 상쇄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는 자연히 배출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역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할 경우, 상대적으로 탄소배출량이 적은 가스발전소 발전량이 증가합니다. 배출권 수요 감소로 이어져 가격이 하락합니다.

이같은 현상은 EU의 배출권 가격 형성의 고질적인 어려움으로 꼽혀왔습니다.

탄소배출량 감축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배출권 가격이 높게 형성돼야 합니다. 그러나 탄소배출량 규제로 석탄발전소가 점차 퇴출될수록 배출권 가격은 낮아지는 모순적인 현상이 드러난 것입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2월 EU 배출권 가격 급락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확대, 유럽 경제침체 등에 따라 유럽 내 천연가스 가격 하락이 근거로 제시됐습니다.

지난 7월 삼성증권 역시 비슷한 분석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홍준혁 삼성증권 분석가는 보고서에서 “천연가스와 EU 배출권의 가격 동조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골드만삭스, 탈동조화
▲ 그동안 EU 탄소배출권 가격은 천연가스 가격 변화와 강한 동조 관계가 유지됐다. 그런데 최근 규제 강화로 산업계의 배출권 수요가 증가하며 변화가 전망된다. ©그리니엄

골드만삭스 “배출권 수요, 발전→산업 중심 재편성”🏭

EU 배출권과 천연가스의 가격 동조화가 곧 깨질 수 있다는 것이 골드만삭스의 분석입니다.

이유는 크게 2가지입니다.

첫 번째, EU 내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가 강화돼 배출권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더 큰 이유는 두 번째에 있습니다. 배출권 주요 수요처가 발전(전환)에서 산업계로 이동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이미 EU 배출권거래제 내 발전 부문의 비중은 상당히 감소한 상황입니다.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EU 배출권거래제 내 발전 부문 비중은 2005년 62.7%에서 2023년 46.4%로 감소했습니다. 지난 19년간 16.3%p(퍼센트포인트)나 줄어든 것입니다.

비냐 분석가는 천연가스 가격 하락으로 배출권거래제 내 산업 부문 비중이 더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천연가스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중공업이 유럽으로 돌아오게 되고, 그것은 더 많은 배출량이 역내로 돌아온다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이는 EU가 천연가스를 한시적으로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에 포함시킨 덕분입니다. 골드만삭스는 그 덕에 향후 5년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의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같은기간 LNG 평균 가격은 현재보다 절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배출권 가격이 상승해도 EU 산업계가 단기적으로는 이를 감당할 여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후안 창 블룸버그NEF(BNEF) 분석가는 “산업은 발전 부문보다 배출 저감 비용이 더 높다”며 “산업 부문의 배출량 규제 의무가 증가하면 배출권 가격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비냐 분석가 또한 “배출권 부담이 더해진다 해도 소비자나 산업이 받는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천연가스 가격 하락으로 기업의 부담이 상쇄된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EU 배출권거래제 강세, 탈탄소 기술 투자 추진력 얻나 🚀

비냐 분석가는 배출권 가격이 상승하면 오히려 탈탄소 기술 투자에 동력이 생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제는 산업을 탈탄소화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이전까지는 탈탄소화 대신 60유로(약 9만원) 내외의 배출권을 구입함으로써 규제를 충족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배출권 가격이 130 유로 이상 증가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지난 5월 BNEF는 EU 배출권거래제 내 배출권 가격이 톤당 2030년 146유로(약 22만원), 2035년에는 200유로(약 30만원)에 접근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배출권 가격이 톤당 100유로(약 15만원)를 넘어갈 경우, 대규모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사업도 수익성이 생길 수 있다고 비냐 분석가는 짚었습니다.

고품질 탄소제거 업계의 목표도 톤당 100달러(약 13만원) 수준입니다.

미국 에너지부 또한 2030년 탄소제거 목표로 톤당 100달러 달성을 목표로 내건 바 있습니다. 탄소제거 비용을 낮춰 상업성을 확보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이른바 ‘카본 네거티브 샷’ 이니셔티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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