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Tesla)의 전기자동차 자체 급속 충전소인 ‘슈퍼차저’가 미국 전기자동차 업계 내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16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의하면, 포드(Ford)와 제너럴모터스(GM)는 2025년부터 자사 차량에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 방식인 ‘NACS(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북미충전표준)’ 연결 포트를 기본 장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여기에 세계 4위 완성차 업체인 스텔란티스(Stellantis)와 메르세데스-벤츠도 테슬라의 충전기 연결 방식 채택을 고려 중입니다. 이들 기업이 테슬라와 손을 잡게 되면 미국 전통 3대 완성차 기업 모두 테슬라의 영향권에 속하게 됩니다.
즉, 미국 내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테슬라와 ‘충전 동맹’ 의사를 밝힌 상황.
포드와 GM이 테슬라와 제휴를 맺음에 따라 NACS 방식이 미국 전기차 시장의 60%를 이상을 점유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충전소 운영업체와 충전기 제조업체들까지 테슬라의 충전 연결기기를 제공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미국 전기차 충전업체인 차지포인트(CHPT)와 블링크차징(BLNK)도 자사 충전소에 NACS 충전 연결기기를 제공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두 기업은 북미 전기차 충전소 점유율 1·2위를 다투는 곳입니다.
전기차 충전 방식, 크게 NACS와 CCS로 구분돼…“장단점은?” ⚡
전기차 충전 방식은 국가 및 전기차 제조사별로 다양합니다. 현재 전기차 충전은 크게 NACS와 CCS(Combined Charging System·합동충전시스템)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NACS는 단일 연결 단자로 가볍고, 250㎾(킬로와트) 이상 충전에 대응할 수 있단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완속·급속용 충전구를 각각 설치해야 한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힙니다.
CCS가 포함된 이른바 ‘DC 콤보’ 방식은 1개의 충전구에 5개의 구멍이 있습니다. 완속·급속·비상 급속 충전이 모두 할 수 있으나, 단점으로 무겁단 점이 꼽힙니다. 여기에 주파수 간섭이 발생하면 충전정보를 원활히 제공할 수 없단 문제도 있습니다.
미국을 포함한 북미와 유럽에서 가장 보편적인 전기차 충전 규격은 CCS입니다. 우리나라 또한 CCS 충전 규격이 보편화돼 있습니다.
반면, NACS는 테슬라 자체 충전소인 ‘슈퍼차저’에 적용된 충전 표준입니다.
CCS 고집하던 포드·GM 등 완성차 업계가 ‘테슬라’와 손잡은 이유는? 🤔
그간 슈퍼차저는 테슬라 소유자만 이용할 수 있었고, 포드나 GM 같은 경쟁사 차량은 이용할 수 없었습니다. 반대로 테슬라 소유자들은 CCS 충전소를 이용하려면 별도의 어댑터를 구입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사측이 돌연 슈퍼차저를 경쟁사와 공유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1️⃣ 美 정부 전기차 충전소 보조금 정책 💰
미 정부로부터 전기차 충전소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전기차 충전소를 모든 업체에게 개방해야 합니다.
‘국가 전기차 충전인프라 확대 특별법(NEVI)’에 따라 지급되는 75억 달러(약 9조 6,000억원)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테슬라의 슈퍼차저 또한 CCS 연결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테슬라가 슈퍼차저를 경쟁사와 공유한 것도 결국 보조금 때문입니다. 이에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2024년 말까지 미국 내 자사의 개방형 충전기 7,500개를 제공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또 미국 정부는 테슬라의 슈퍼차저가 경쟁사 전기차와 호환될 수 있도록 비용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2️⃣ 자체 충전소 성공 구축한 사례? 테슬라 뿐! 🔋
GM, 포드 등 완성차 업계가 NACS 방식을 채택한 결정적인 이유, 테슬라를 제외한 다른 완성차 기업들은 자체 충전소를 성공적으로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테슬라의 ‘슈퍼차저’는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에서 전체 충전기 수량의 60%를 차지합니다.
당초 보조금 조건으로 CCS를 고집하던 미 정부는 지난 9일(현지시각) NACS도 미국 시장 표준 충전 방식으로 인정한 것도 한몫했습니다.
메리 바라 GM CEO는 미 경제전문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테슬라와의 파트너십 덕에) 이전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를 위해 책정된 7억 5,000만 달러(약 9,700억원) 중 최대 4억 달러(약 5,100억원)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美 포브스 “CCS 사장 거의 확실”…북미 충전방식 NACS 표준될 가능성 ↑ ⚖️
CCS와 NACS가 전기차 충전 업계 표준을 놓고 싸우는 상황.
GM과 포드 나아가 충전기기 제조업체들마저 잇따라 NACS 방식을 채택함에 따라, NACS가 새로운 업계 표준이 되는 것이 아니냔 분석도 나옵니다. 미국에서 CCS를 써온 현대차·기아·폭스바겐 등도 장기적으로 NACS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이에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는 “CCS의 사장(死藏)이 거의 확실하다”며 “미국 완성차 상위 3개 업체가 NAC를 지원하면서 CCS를 요구하는 (미국 정부의) 규정이 NACS로 바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우리나라 NH투자증권의 박현지 연구원은 “그간 북미 전기차 충전표준은 둘로 구분돼 공존했으나 GM이 북미 표준을 NACS로 변경했다”며 “사실상 북미 충전방식이 NACS로의 통합 가능성을 뜻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 15일 전기차 충전기를 생산하는 SK시그넷 또한 NACS를 적용한 충전기를 연내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완성차 업계는 현대차 또한 조만간 NACS를 채택할 것으로 봅니다. 소비자들이 충전 편의성 때문에 테슬라 쪽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NACS·CCS 다 사용하면 비용 부담 높아질 우려도” 💸
다만, 충전설비 업체들에서는 NACS와 CCS가 모두 원활하게 호환될지에 대한 우려도 나옵니다. 두 가지 방식을 다 채택하면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단 우려도 있습니다.
충전기 제조업체 X차지(X Charge)의 공동설립자인 아타쉬파탈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충전 방식이 어떤 게 나을지 충분한 경험을 쌓지 못하고 있다”면서 “포드, GM, 테슬라가 제휴에 나섰지만 원활한 통합이 될지 의문이다”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전기차 충전 표준을 마련하기 위한 협의체 차린(CharIN) 또한 비슷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테슬라의 NACS 방식은 업계 표준이 아닐뿐더러, 두 충전방식이 호환될지도 의문이란 것이 차린의 주장입니다. 이 협의체는 기존 CCS 방식을 지지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차린은 NACS 방식의 표준화 심사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소집할 것이라고 지난 12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밝혔습니다.
[같이보기]
① “전기차 충전 방식도 테슬라가 표준?”…포드·GM 등 美 전기차 업계 테슬라 규격 도입
② 테슬라 충전소 수익 2030년까지 4조원…“단, 美 전기차 시장점유율 되려 3분의 1로 급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