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해저기구 사무총장, 심해채굴 반대파 당선…“연내 허용 어려울 전망”

레티시아 카르발류 차기 ISA 사무총장, 사상 첫 여성·과학자 출신

국제해저기구(ISA) 사무총장이 교체됨에 따라 상업 심해채굴에 제동이 걸릴 전망입니다.

ISA 사무총장 선거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이하 현지시각)까지 자메이카 킹스턴에서 개최된 ISA 연례회의에서 이뤄졌습니다. 신임 사무총장의 임기는 2025년 1월 1일 시작됩니다.

168개 회원국 투표 결과, 레티시아 카르발류 유엔환경계획(UNEP) 해양·담수 책임자가 총 79표를 얻어 당선됐습니다. 심해채굴 허용 가능성을 밝혀온 마이클 롯지 현(現) ISA 사무총장을 꺾은 것입니다.

카르발류 당선인은 심해채굴 반대파로 알려져 있습니다.

심해채굴은 심해저에서 광물을 채굴하는 것을 말합니다. 심해에는 구리·니켈·망간 등 청정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핵심광물이 대거 묻혀 있습니다.

ISA는 유엔 산하 기관으로 168개 회원국의 해저자원 개발에 대한 규제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국제 협약에 따라 국가 관할권을 벗어난 모든 심해채굴은 ISA로부터 허가받아야 합니다.

현재 ISA에서는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해 심해채굴을 지지하는 입장과 해양 환경영향을 우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단 입장이 부딪히는 상황입니다.

 

상업 심해채굴, 노르웨이 승인에 ISA로 이목 쏠려 👀

현재 심해채굴은 시험 수준 또는 자원 탐사의 목적에 한해 허용되고 있습니다. 한국을 포함해 14개 국가가 31건의 탐사를 수행했습니다.

상업 목적의 심해채굴은 지난 1월 노르웨이가 영해 내 탐사와 채굴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물꼬를 텄습니다.

이에 국제 해역에서의 상업 심해채굴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었습니다.

롯지 사무총장의 주도로 규정 제정이 추진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해선 심해채굴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내비쳐 왔습니다.

기관은 2016년부터 규정 제정에 착수했으나 회원국 내 의견 차이로 지연됐습니다. 현재는 2025년 7월까지 규정 제정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 레티시아 카르발류 당선인은 ISA의 투명성과 책임성, 더 광범위한 참여 등을 우선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Southern Fried Science

차기 ISA 사무총장 레티시아 카르발류는 누구? 🤔

이같은 심해채굴 속도전에 대응해 등장한 후보가 카르발류 당선자입니다. 해양학자 출신으로 브라질 환경기후변화부에서 근무한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ISA 사무총장에 여성, 또 과학자 출신이 선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카르발류 당선인은 ISA 사무총장이 규제 대상인 광산기업과 이해 상충의 우려를 불러왔다고 비판합니다. 롯지 사무총장이 지난 2022년 캐나다 광산기업 딥그린메탈스의 홍보 영상에 출연하는 등 업계와의 친밀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기관에 대한) 신뢰가 깨졌고 리더십이 사라졌다”는 것이 카르발류 당선인의 지적입니다. 그는 롯지 사무총장과 달리 심해채굴 승인에 신중한 접근을 강조해 왔습니다.

카르발류 당선인은 당선 직후 “투명성과 책임성, 더 광범위한 참여, 과학에 대한 집중, 지식격차 해소를 우선으로 삼겠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는 ISA의 방향성이 공익에 맞게 바뀔 기회라며 환영을 표했습니다.

반면, 업계는 기관에 규정 채택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캐나다 광산기업 더메탈컴퍼니(TMC)의 제러드 배런 최고경영자(CEO)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모라토리엄(중단)이 아닌 규정 채택이 기관의 의무를 이행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피력했습니다.

 

상업 심해채굴 연내 허용 어려울 전망 ⛏️

빠르면 연내 시행될 예정이었던 상업 심해채굴 승인은 이번 선거 결과로 더 연기될 전망입니다.

그간 광산 업계에서는 ISA가 올해 안에 상업 심해채굴에 대한 절차를 시작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2021년 태평양 도서국 나우루가 허가를 신청하면서 2년 규칙이 발동됐기 때문입니다. 이 규칙은 규정 마련과 관계없이, 신청이 들어오면 2년 내 채굴 제안을 평가하도록 요구합니다.

여기에 TMC가 올해 심해채굴 신청 의사를 밝힌 상황입니다. TMC는 나우루·키리바시·통가 등 태평양 도서국과 계약을 맺고 2026년부터 심해채굴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카르발류 당선인은 이와 관련해 ISA에 규정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심해채굴을 허용하면 안 된단 입장을 거듭 밝혀왔습니다.

즉, 이번 선거 결과는 회원국 다수가 심해채굴 보류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됩니다.

기존에는 한국을 포함한 19개국이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프랑스 등 27개국이 반대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이번 총회에서는 반대 입장이 32개국으로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스트리아를 포함해 5개 국가가 추가로 반대 측에 합류했다는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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