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르웨이가 영해 내 심해 광물자원에 대한 탐사를 승인했습니다. 이번 결정으로 노르웨이는 세계 최초로 심해채굴을 허용하는 국가가 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로이터통신·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각) 노르웨이 의회는 자국 수역 내 북극 해저에 광물자원 탐사와 채굴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법안은 찬성 80표, 반대 20표로 통과됐습니다. 여당인 노동당은 작년 12월 야당인 보수당·진보당과 심해 광물채굴 허용에 합의했습니다.
이날 의회가 탐사를 허용한 지역은 독일 육지 면적의 80%에 달하고 영국보다 큰 규모입니다.
“심해채굴, 구체적 규정 없어”…세계 최초 심해채굴 탐사 허용한 노르웨이 🌊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의하면, 심해채굴은 심해저에서 니켈·망간 등 광물을 채굴하는 것을 뜻합니다. 심해저는 대개 수심 200m 이상의 해저를 지칭합니다.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UNCLOS·유엔 해양법협약)’에 의하면, 심해는 ‘국가관할권 한계 밖의 해저·해상 및 그 하층토’로 정의됩니다. 전체 해저 면적의 3분의 2를 차지합니다.
협약에 따라 심해채굴을 포함해 심해저 지역을 탐사하고 개발하는 모든 활동은 유엔 산하 해양규제기관인 국제해저기구(ISA)로부터 허가받아야 합니다.
문제는 심해채굴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단 것. ISA는 2016년 심해채굴이 환경오염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규정안을 만들고자 했으나, 회원국 간 견해차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이 가운데 노르웨이 정부가 심해채굴을 승인한 것.
물론 당장 채굴을 허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관련 허가를 받으려면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포함해 제안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또 사례별로 의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노르웨이 정부는 지속가능하고 책임있는 방법으로 심해채굴을 한다고 나선 기업에게만 허가를 내줄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노르웨이 정부 “에너지 전환 위해선 핵심광물 공급 필요…심해채굴 필수” 🤔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니켈이나 코발트 같은 핵심광물의 공급이 중요하단 것이 노르웨이 정부의 말입니다. 이들 핵심광물을 수입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선 심해채굴이 필요하단 것.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는 작년 9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심해채굴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스퇴레 총리는 자국의 녹색전환에 필수적인 핵심광물을 중국이나 콩고민주공화국 같은 특정국에 의존하는 것이 안보상 위험하단 점을 피력했습니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NTNU)에 의하면, 노르웨이 대륙붕에 있는 구리 매장량은 최대 2,170만 톤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2019년 세계 구리 생산량을 웃도는 것입니다.
아연 매장량도 최대 2,270만 톤으로 추산됩니다.
심해채굴 옹호론 vs 환경단체·과학계…“탐사 지역 놓고 주변국 반대도” 🗺️
이번 심해채굴 추진은 국내외 반대여론 속에서도 진행됐습니다.
심해채굴 찬성파는 해저광물 개발로 탈탄소화를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단 점을 강조합니다. 노르웨이 정부도 지상보다는 심해가 환경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합니다.
반면, 주요 국제환경단체는 물론 과학계에서는 이번 결정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국제환경단체 환경정의재단(EJF)는 “심해채굴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환경적·경제적 위험보다 크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채굴 장비가 심해 환경을 교란할뿐더러, 해저 퇴적물에 저장돼 있던 탄소가 빠져 나올 수 있단 지적도 나옵니다.
지난해 노르웨이 환경청 또한 심해채굴 계획에 대해 해저광물법을 위반할 수 있단 점을 비판한 바 있습니다. 노르웨이 해양기술 연구소(MARINTEK)도 심해채굴 허용 지역의 자연 조건과 해류에 대한 지식이 결여됐단 내용을 지적했습니다.
작년 11월 유럽의회 의원 120명은 노르웨이 정부에 공개서한을 통해 “심해채굴이 해양생물과 기후변화에 위험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전 세계 과학자 800여명 또한 성명을 공개서한을 통해 심해채굴의 위험성을 경고했습니다.
노르웨이가 심해채굴 탐사를 허용한 해역을 놓고 러시아와 영국 그리고 유럽연합(EU) 모두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ISA는 태평양 도서국 나우루의 요청을 계기로 심해채굴을 위한 국제법을 마련하자는 논의를 진행 중입니다.
현재 프랑스·독일·스웨덴·뉴질랜드·칠레·에콰도르 등은 심해 환경 보호 장치 마련 전까지 모든 상업적 심해채굴에 대한 논의 자체를 중단하자는 입장입니다.
중국·러시아·노르웨이 그리고 한국은 심해채굴에 찬성하는 입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