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핵심광물의 수요 증가로 인해 그간 기피됐던 심해광물 채굴이 본격 시작될 수 있단 조짐이 나옵니다.
바닷속 핵심광물 채굴을 뜻하는 심해채굴은 현재 자원 탐사나 시험(파일럿) 단계에서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해양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 우려가 클뿐더러, 심해채굴을 주관하는 국제해저기구(ISA) 회원국 내 이견이 엇갈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마이클 롯지 ISA 사무총장이 최근 인터뷰에서 심해채굴의 허용 가능성을 다시 내비쳤습니다.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경제전문매체(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롯지 사무총장은 “(심해채굴에 대해) 매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제는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그는 생산 시작은 시간 문제라고 의견을 내비쳤습니다.
롯지 사무총장은 심해채굴에 대한 관심이 197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시점이라며, 심해채굴이 육지에 비해 더 저렴한 비용으로 더 많은 핵심광물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심해채굴의 경제성 여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겨두었습니다.
“광물 채취 vs 환경 파괴” 심해채굴 허용 놓고 엇갈린 ISA 회원국 🤔
심해채굴은 심해저에서 니켈·망간 등 광물을 채굴하는 것을 말합니다.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UNCLOS)’에 국가 관할권을 벗어난 모든 심해채굴은 ISA로부터 허가받아야 합니다.
ISA의 관할권이 미치는 심해는 육지로부터 320㎞ 떨어지고, 수심 200m 이상인 곳을 말합니다. 전 세계 바다의 약 54%가 ISA의 관할 지역입니다.
ISA는 올해 안으로 심해 채굴 관련 규정은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단, ISA 내부에서도 관련 규정을 놓고 개발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ISA는 심해 자원 탐사와 개발과 함께 해저 환경을 보호할 책임도 있기 때문입니다.
ISA 168개 회원국 내 이견차도 큽니다.
중국·러시아를 필두로 한 일부 국가는 심해채굴에 적극적인 입장입니다. 반면, 프랑스·독일 등은 관련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분별한 채굴은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단 입장입니다.
한국 정부는 일단 심해채굴에 호의적인 입장입니다.
주요 과학계와 환경단체들 또한 심해채굴에 따른 조명과 진동으로 인해 해양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단 입장입니다. 해저 퇴적층에 저장된 탄소가 방출될 수 있단 우려도 옵니다.
오는 3월 ISA 총회서 심해채굴 세부 규정 논의 🌐
롯지 사무총장의 발언은 오는 3월 자메이카 킹스턴에서 제29차 ISA 총회 개최를 앞두고 나온 것입니다. 3월 18일부터 같은달 29일까지 열리는 이번 총회는 심해채굴과 관련된 규정을 논의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는 줄곧 심해채굴을 지지해온 인물입니다. 롯지 사무총장은 “심해채굴이 잠재성이 있다”며 “관련 기술도 발전했기 때문에 분명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핵심광물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앞으로 이 수요가 갈수록 더 늘어날 것”이라며 심해채굴의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북미의 신규 광산 채굴 승인부터 채굴까지 10년이 걸릴뿐더러, 인도네시아 같은 일부 국가에서 증산을 하고 있으나 현재의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하단 것이 롯지 사무총장의 설명입니다.
이에 대해 독일 측은 롯지 사무총장이 광물 친화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단 점을 지적하며 중립을 지킬 것을 요구했습니다.
한편, 최근 심해채굴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국가는 노르웨이입니다. 지난 1월 노르웨이 의회는 자국 수역 내 북극 해저 광물자원 탐사와 채굴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노르웨이 의회가 탐사를 허용한 지역은 독일 육지 면적의 80%에 달합니다.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는 자국의 녹색전환을 위해선 심해채굴이 필요하단 입장입니다.
그러나 노르웨이가 심해채굴 탐사를 허용한 해역을 놓고 러시아와 영국 그리고 유럽연합(EU) 모두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