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 산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가 자율주행 무인택시(로보택시) ‘크루즈 오리진’ 개발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GM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메리 바라는 주주들에게 이같은 내용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한은 GM 2분기 실적이 발표된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각) 공개됐습니다.
바라 CEO는 운전석이 없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인한 규제 불확실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GM은 크루즈 오리진 개발을 멈추는 대신 차세대 전기자동차 모델 ‘쉐보레 볼트 EV’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해당 모델을 기반으로 무인택시를 만든다는 구상입니다. 단, 구체적인 공개 시점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크루즈 무인택시 사고 이후 美 규제당국 조사 잇따라 🚘
크루즈는 혼다자동차와 함께 2020년부터 크루즈 오리진을 개발해 왔습니다. 완전 자율주행차로 운전석이 없고 택시 승객이 서로 마주 앉는 좌석 배치가 특징입니다. 당초 2026년에 운용을 개시한다는 계획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작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무인택시 서비스를 운영하던 중 거듭 충돌사고가 일어나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한 교차로에서 한 보행자가 크루즈의 무인택시 아래에 깔려 중상을 입었습니다. 이 보행자가 크루즈 차량과 직접 충돌한 것은 아닙니다. 다른 일반 차량에 치인 후 반대차선에서 다가오던 무인택시에 깔렸습니다.
해당 무인택시의 제동장치가 피해자의 몸에 닿자마자 작동했어야 했으나, 차가 완전히 멈추었을 때는 이미 보행자를 덮친 후였습니다. 그는 약 6m가량 끌려갔습니다. 여기에 횡당보도를 건너던 다른 보행자를 치어 경상을 입힌 사고도 있었습니다.
이에 캘리포니아주 차량관리국(DMV)은 크루즈에 운영 허가를 취소합니다. 규제당국은 “차량의 운행 데이터를 점검한 결과, 제조사의 차량은 일반 운행에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애리조나주(피닉스)와 텍사스주(휴스턴·댈러스) 규제당국 역시 크루즈에 운영 허가를 취소합니다. 미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 역시 관련 조사에 착수합니다.
같은해 12월 회사 대표와 공동창업자가 책임을 지고 사임했고,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도 이어졌습니다. 당시 직원의 약 24%인 900여명이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리진 개발 중단에 분기당 9000억원 절감” 💰
일련의 사고에도 불구하고 그간 GM 측은 크루즈에 전폭적인 지지를 이어 왔습니다.
바라 CEO가 직접 크루즈 직원들을 향해 신뢰를 강조했습니다. 크루즈의 자율주행차가 GM의 차세대 기술을 상징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신임 크루즈 CEO로 마크 휘튼을 임명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에서 책임자로 일한 이력이 있습니다. 여기에 최고안전책임자 직책도 만들었습니다. 지난 4월에는 애리조나주와 텍사스주 규제당국이 회사에 영업 재개를 승인합니다.
지난 6월 GM은 크루즈 자율주행차 사업에 8억 5,000만 달러(약 1조 1,740억원)를 투자해 2025년 1분기까지 사업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폴 제이콥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무인택시는 궁극적으로 개인 자율성을 위해 정말 중요한 연구개발(R&D) 단계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영업손실을 더는 감당할 수 없던 것이 아니냐는 것이 업계의 말입니다.
올해 2분기 크루즈의 영업손실은 11억 4,000만 달러(약 1조 5,740억원)에 이릅니다. 크루즈는 설립 이후 거의 매분기 수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제이콥슨 CFO는 “크루즈 오리진 개발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분기에 6억 5,000만 달러(약 9,000억원) 규모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크루즈 오리진 개발 중단 소식에 전(前) 회사 CEO인 카일 보그트는 본인의 소셜미디어(SNS)에 “실망스러웠다”며 “GM이 5~10년을 먼저 앞서 나가던 선두주자였으나, 이제는 선두를 잃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자율주행차 개발 포기 아냐”…R&D·규제 불확실성 ↑ 🧪
일단 GM은 자율주행차 개발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란 입장입니다. 차세대 전기차 모델 개발을 위해 GM과 크루즈 모두의 역량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사측의 말입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크루즈가 올해 말까지 완전 자율주행 운행 서비스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전한 바 있습니다.
크루즈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규제당국의 감독 아래 피닉스·댈러스·휴스턴에서 자율주행 실험이 진행 중”이라며 “자율주행차 성능 개선을 위해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안전은 완전 자율주행차로 나악기 위한 회사의 중요 원칙”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일정은 공유되지 않았습니다.
GM의 이번 발표는 자율주행 기술개발이 어렵다는 점을 재차 보여줍니다.
GM 이외에도 포드자동차·폭스바겐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 모두 자율주행 개발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추세입니다. 높은 기술개발에 따른 비용 부담과 안전성 문제로 인한 각국의 규제 압박이 대표적입니다.
테슬라 역시도 기술개발 난이도로 인해 무인택시 공개 시점은 오는 8월에서 10월로 연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