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 웨이브가 10억 5,000만 달러(약 1조 4,360억원) 규모의 시리즈 C 자금 조달에 성공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포춘 등 주요 외신은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각) 이같은 소식을 전했습니다.
2017년 설립된 웨이브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는 기업입니다.
이번 투자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유럽 스타트업으로서는 놀라운 액수”라며 “AI가 산업을 재편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낙관론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투자는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그룹이 주도했습니다. 기존 투자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세계적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역시 신규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단 점에서 더 화제를 모았습니다.
또 현대자동차그룹과 테슬라 등 주요 대기업이 자율주행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나와 더욱 주목받습니다.
웨이브 ‘자율주행 2.0’ 자동차, 빌 게이츠도 환호해 🚗
웨이브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컴퓨터 비전·로봇공학 박사과정을 밟던 이들, 알렉스 켄달 최고경영자(CEO)와 아마르 샤 전(前) CEO가 공동 설립했습니다.
주요 사업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입니다. 웨이브는 자사의 기술을 ‘자율주행차 2.0(AV2.0)’이라고 설명합니다. 이전 기술(AV1.0)보다 진일보했다는 뜻입니다.
웨이브는 설립 이듬해인 2018년부터 영국내 공공도로에서 시험 주행을 시작하며 기술력을 드러냈습니다.
작년 3월에는 MS 설립자 빌 게이츠가 웨이브가 개발한 자율주행차에 직접 탑승해 화제가 됐습니다.
당시 게이츠는 “자율주행차 뒷좌석에서 먹은 피시앱칩스(영국식 생선튀김)는 먹어본 피시앱칩스 중 최고였다”는 감상평을 남겼습니다. MS는 2022년 2억 달러(약 2,74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에 참여하며 웨이브와 연을 맺었습니다.
목표는 ‘운전용 챗GPT’…AI가 현장에서 운전한다? 🤖
웨이브가 강조하는 AV2.0 기술이란 대체 무엇일까요?
먼저 AV1.0은 기존 센서 기반의 자율주행 기술을 말합니다. 라이다(LiDAR)와 자이로스코프 등 첨단 관측 장비를 사용해 사물과의 거리를 감지하고 이에 반응합니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이 소유한 자율주행 기업 웨이모가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기존 기술은 고가의 장비에 의존하는 한계가 있다고 웨이브는 지적합니다. 3D 지도가 제작된 경로만 운전이 가능하단 한계도 분명합니다.
이와 달리 웨이브의 AV2.0 기술은 차량에 탑재된 AI와 카메라가 현장의 데이터를 자체적으로 확인하고 반응해 주행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학습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복잡한 경로도 즉시 파악해 운행할 수 있습니다.
즉,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장소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입니다.
웨이브는 이를 위한 ‘임바디드 AI(Embodied AI)’를 개발합니다. 현장에서 데이터 수집부터 의사결정이 처리된다는 점에서 ‘엔드-투-엔드 AI’라고도 표현합니다. 쉽게 말하면 ‘운전을 위한 챗GPT’란 것이 사측의 설명입니다.
사측은 현재는 영국 식료품 체인 오카도·아스다와 협력해 자율주행 배달차량을 운영하며 데이터 수집을 진행 중입니다. 단, 차량 안전을 위해 운전자가 탑승합니다.
웨이브, 英 최대·세계 20위 AI 투자 조달 성공 “엔비디아도 신규 참여” 💰
웨이브의 투자 소식에 주요 외신이 놀란 이유는 2가지 입니다.
막대한 투자액 규모와 참여한 투자사 때문입니다.
웨이브가 이번 시리즈 C 라운드에서 유치한 투자액은 10억 5,000만 달러에 달합니다. AI 관련 투자로는 영국 최대입니다. 투자액 자체도 세계 상위 20위에 들어가는 규모입니다.
사측은 이번 자금 조달이 소프트웨어 제품의 확장 및 출시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이번 투자에는 소프트뱅크, MS, 엔비디아 등이 참여했습니다. 나아가 소프트뱅크는 이번 투자의 일환으로 웨이브 이사회에도 합류합니다.
마쓰이 켄타로 소프트뱅크 경영 파트너는 “자동차가 이제 인간처럼 주변 환경을 해석해 향상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다”며 “AI가 모빌리티 부문에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리니엄이 데이터제공업체 크런치베이스를 확인한 결과, 금번 투자를 포함해 웨이브가 유치한 총투자액은 13억 달러(약 1조 7,800억원)에 달합니다.
거듭된 자율주행 악재에도 웨이브에 투자 몰린 까닭 🤔
한편, 웨이브의 이번 투자 소식은 완성차 업계가 자율주행 기술을 축소하는 가운데 나왔습니다.
제너럴모터스(GM)·포드자동차·폭스바겐 등 완성차 기업들은 자율주행 사업을 축소하거나 중단했습니다. 주요 걸림돌은 2가지가 꼽힙니다.
① 높은 기술개발 비용 부담 ② 안전성 문제와 이로 인한 각국의 규제 압박입니다.
GM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크루즈는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거듭 충돌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영업이 중지되며 그해말 CEO가 사임했습니다. 이후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졌습니다.
그 결과, 현대자동차·테슬라·혼다자동차 등 일부 완성차 기업만이 현재 자율주행 기술개발을 추진 중입니다.
이같은 업계 침체 속에서도 웨이브에 대규모 투자가 몰린 까닭은 무엇일까요? 웨이브는 자사의 AV2.0 기술이 자율주행의 2가지 어려움을 모두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1️⃣ 높은 비용 절감
앞서 언급했듯, 웨이브는 AI 기술을 활용해 라이다 등 고가 장비의 필요성을 크게 낮췄습니다. 라이다 장비는 자율주행 생산원가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실제로 세계 1위 기업 ‘벨로다인 라이더’의 라이다는 1대당 7,500달러(1,000만원)로 추정됩니다.
웨이모의 시험 자율주행차에도 해당 모델이 탑재됐습니다. 자율주행차 한 대에 여러 대의 라이다가 필요하단 점을 고려하면 비용 부담은 상당합니다.
반면, 웨이브는 라이다가 전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발전된 자율주행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2️⃣ 신뢰성 제고로 규제 돌파
동시에 웨이브는 AI의 의사결정을 자연어로 설명하는 기술도 개발 중입니다. 자율주행 중에 급정거나 감속 등의 판단 이유를 AI가 탑승자에게 영어로 설명해 줄 수 있단 것.
역으로 탑승자가 AI에게 지시를 내릴 수도 있습니다.
사측은 이를 통해 자율주행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동시에 규제 기관에게 기술의 안전성을 설득할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습니다.
정부 적극 협조에 英 도로서 2026년 자율주행차 운행 전망도 🇬🇧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켄달 CEO는 이번 투자로 웨이브가 완전한 상용 제품을 출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여러 대형 자동차 기업과 구매 협상이 진행 중이란 점도 공개했습니다. 구체적인 사명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한편, 영국 정부 또한 웨이브의 대형 투자 소식에 환영을 나타냈습니다.
리시 수낙 영국 총리는 직접 성명을 통해 “업계에서 우리(영국)의 리더십을 입증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그는 “영국이 웨이브와 같은 선구자들의 본고장이라는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영국 정부는 일찍부터 자율주행차 개발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작년 11월에는 정부 당국이 자율주행차 법안을 영국 국회에 상정했습니다. 같은달 마크 하퍼 영국 교통부 장관은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2026년까지 자율주행차가 영국 일부 도로에서 운행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자율주행차 운행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책임을 개인이 아닌 제조사의 몫으로 규정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해당 법안은 자율주행차 사고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며 기업들의 기술개발 투자에 확신을 제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