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4개 기업이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로부터 퇴출당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브라질 최대 축산기업 JBS, 소셜미디어 엑스(구 트위터) 등이 퇴출 명단에 포함됐습니다.
2015년 출범한 SBTi는 기업·단체 등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대해 과학적 방법에 따른 측정과 계획실행을 요구하는 이니셔티브입니다.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기준 충족 여부와 진행 상황 보고 등을 평가해 승인합니다.
8일 그리니엄이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2024년 4월 기준 가입한 기업 수는 8,274개에 이릅니다. 이중 한국 기업은 총 68곳이 가입돼 있습니다.
그런데 8,274개 중 354개가 ‘약속 제거(Commiment Removed)’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퇴출 명단에는 한국 기업 2곳도 포함됐습니다.
퇴출된 곳은 코스닥 상장사이자 무선 통신장비 제조기업인 에이스테크놀로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입니다.
SBTi, 기한 내 목표 미제출 또는 인증 철회 시 ‘약속 제거’ 상태로 분류 📊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SBTi의 분류체계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분류체계는 크게 3가지로 구분됩니다. ▲약속한(Committed) ▲목표 설정(Target Set) ▲약속 제거 순입니다.
가입한 기업들은 24개월 이내에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출해 검증받아야 합니다. 이 기간 해당 기업은 목록에서 ‘약속한’으로 표시됩니다.
SBTi로부터 인증을 받고 싶은 기업은 스코프1·2·3 모두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단기 감축목표(5~10년)와 장기 감축목표(2050년)를 제시해야 합니다.
추후 목표 제출 및 검증이 끝나 인증받은 기업은 ‘목표 설정’으로 표시가 변경됩니다. 나아가 해당 감축목표가 파리협정 ‘1.5℃’와 ‘2℃’ 시나리오에 얼마만큼 부합하는지도 평가됩니다.
예를 들어 A 기업의 감축목표가 지구 평균기온을 산업화 이전대비 1.5℃ 제한에 부합할 시 단기목표에 ‘1.5℃’란 카테고리가 붙습니다. 또는 ‘2℃ 미만’으로 분류됩니다.
그러나 기한 내 목표를 제출하지 않거나 인증을 철회한 기업은 목록에서 ‘약속 제거’ 상태, 즉 퇴출당했단 표시가 뜹니다.
이는 약속준수정책 개정안 덕분입니다. 이 개정안이 도입되기 전까지 기간 내 목표를 제출하지 않거나 인증을 철회한 기업은 소리소문없이 목록에서 사라졌습니다.
SBTi서 퇴출된 트위터·JBS 등 354곳…“아마존 여전히 약속 제거 상태” 📦
SBTi 퇴출 명단에 오른 354개 기업을 산업별로 살펴본 결과, 직물·의류·명품 산업 기업이 34개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중 대다수는 파키스탄(13곳)과 인도(6곳)에 속한 직물 기업이었습니다.
그다음 건축·엔지니어링 28개, 기계·전기장비와 식음료가공 산업이 각각 22개, 육상 수송 산업 19개 순으로 많았습니다.
퇴출된 기업 중 유명한 기업은 단연 엑스입니다. 명단에는 여전히 ‘트위터’로 표시돼 있습니다.
트위터는 2021년에 SBTi에 가입했습니다. 허나, 2022년 10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440억 달러(약 57조원)에 인수한 뒤에는 기후변화 및 배출량 감축에 소극적인 태도를 이어오고 있단 평가를 받습니다.
작년 8월 퇴출당한 아마존의 경우 여전히 ‘약속 제거’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아마존은 보도자료를 통해 향후 SBTi와 협력해 목표를 제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복수상장을 추진 중인 세계 최대 축산기업 JBS 역시 퇴출됐습니다. 단, JBS는 “과학에 기반해 감축목표를 추진할 것이란 점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앞서 미국 상원의원과 영국 하원의원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JBS의 상장에 반대하는 공개서한을 보낸 바 있습니다. 지난 2월에는 뉴욕주 검찰총장이 JBS 미국지사를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고소한 상태입니다.
SBTi 가입한 韓 기업 68곳 현황은? 🤔
SBTi에 가입한 한국 기업 현황도 살펴봤습니다.
2024년 4월 8일 기준, 한국 기업은 68곳입니다. 대기업이 39곳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금융사와 중견기업이 각각 16곳이었습니다.
68개 기업 중 32곳은 감축목표를 제출해 인증받아야 하는 ‘약속한’ 단계로 분류됐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공사, 현대모비스, 아모레퍼시픽, 카카오 등이 대표적입니다.
또 감축목표를 인증받아 ‘목표 설정’ 단계로 분류된 한국 기업은 33곳이었습니다. 포스코이앤씨, SK에코플랜트, LG전자 등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에이스테크놀로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약속 제거’로 분류됐습니다.
공사는 2021년 12월 우리나라 공공기관 최초로 SBTi에 가입했다고 소개해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다만, 공사가 퇴출된 이유는 기한 내 감축목표를 제시하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최근 감축목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공공기관이 SBTi의 인증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단 통보를 받았단 것이 공사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SBTi 또한 홈페이지에 “도시, 지방정부, 공공기관, 교육기관 또는 비영리단체에 대한 목표를 평가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기한 내 목표 제출 못한 이유는? “표준 없음·목표 달성 확신 부족 등” 😢
이니셔티브에 가입한 기업들이 퇴출당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부 해답은 SBTi가 발간한 ‘1.5℃를 위한 비즈니스 앰비션’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지구 평균기온 1.5℃ 억제를 목표로 하는 캠페인입니다. 캠페인은 2019년 6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진행됐고, 총 1,045개 기업이 참여했습니다.
이니셔티브 측은 해당 캠페인에 참여한 기업들의 평가 등을 분석한 보고서를 지난달 7일(이하 현지시각) 발표했습니다. 이중 캠페인에 참여한 293개 기업 대다수는 SBTi의 취지와 가치에 공감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기한 내에 감축목표를 제출하지 못한 기업들은 가장 큰 이유로 ‘탄소중립 표준이 아직 설정되지 못함(32.3%)’을 꼽았습니다.
이어 ‘목표 달성에 확신 부족(24.2%)과 ‘스코프3 계산 난항(21%)’ 순으로 높았습니다.
‘담당 직원 교체(19.4%)’ 등 전문인력 부족이나, ‘약속 당시 사용할 수 있는 감축경로 부재(17.7%)’도 눈에 띄었습니다. 보고서는 감축경로가 부재한 대표 산업으로 항공 업계를 꼽았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 관계자는 “계속 개선하고 업데이트해야 하는데 (탄소중립) 표준과 지침이 너무 빨리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경기 중에 계속 규칙이 바뀌는 것 같다”고 호소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속가능성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흐름이 너무 자주 바뀌었다”며 “(감축목표) 설정이 아닌 규정 준수에 너무 많은 자원이 투입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MS·P&G·유니레버 등 일부 대기업 SBTi서 탄소중립 목표 선언 철회 🚨
한편, 보고서에 의하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유니레버 등 다국적 기업은 일부 선언을 철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컨대 MS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단 선언을 철회했습니다. 대형 소비재 기업 프록터앤드갬블(P&G)과 유니레버 역시 철회했습니다.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업들이 기후목표 약속에서 한걸음 물러났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MS와 P&G 그리고 유니레버 모두 단기 감축목표는 유지하고 있단 점을 언급하며, 방법론을 개선해 다시 제출할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이들 모두 자체적인 탄소중립 목표를 유지하고 있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SBTi에 제출한 선언만 철회했단 뜻입니다.
이니셔티브 측도 성명을 통해 “약속 제거 표기는 언제든 되돌릴 수 있다”며 “(기한 내 미제출인 기업들이) 언제든지 목표를 제출할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감축목표를 다시 제출한 기업은 목록에서 ‘목표 설정’으로 표기가 변경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