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드맥킨지 “기업 순환성 약속, 이대론 달성 불가능”…전략 접근법 변경 위해 3가지 제언

목표(What) → 방법(How), 공급망 질문부터 바꿔야

기업의 순환성 전략이 바뀌지 않으면 순환경제 이행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컨설팅 기업 우드맥킨지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순환밸류체인(가치사슬)의 잠금 해제’ 보고서를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각) 공개했습니다.

순환경제는 플라스틱 오염과 생물다양성 손실 등 주요 환경문제의 해결책으로 주목받습니다. 최근에는 유럽연합(EU)의 ‘지속가능한 제품을 위한 에코디자인 규정안(ESPR)’ 등 규제 채택이 이어지며 순환성 향상에 관심이 높습니다.

그러나 기업들의 순환경제 전환이 여전히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우드맥킨지는 지적합니다.

26일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순환성 목표를 선언했던 선도기업 일부가 목표를 철회하거나 시기를 늦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우드맥킨지는 순환경제 도입을 가로막는 장벽을 진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3가지 모범사례를 소개했습니다.

 

▲ 소비자 가격 내 원자재 비용 비중 고려 시 순환경제 전환을 가로막는 장벽이 비용이 아닐 수 있다고 우드맥킨지는 분석했다. ©그리니엄

우드맥킨지 “순환경제 도입 장벽, 정말로 경제성일까?” 🤔

통상 순환경제 전환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은 경제성이 꼽힙니다. 대체소재 개발이나 시설 전환 등 순환성 향상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우드맥킨지는 순환성이 경제성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말합니다. 제품에서 원자재 비용이 소비자 가격에 끼치는 영향 자체가 적다는 것이 기관의 설명입니다.

일례로 청바지는 소비자 가격 대비 원자재 비용의 비중은 1.5% 이내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일부 순환소재는 1차소재와 비용이 비슷하거나 더 낮습니다.

순환소재 비용이 소비자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높을 수도 있습니다. 바이오연료가 대표적입니다.

우드맥킨지는 이 경우, 정책으로 순환소재 수요가 확보될 뿐만 아니라 이익률이 매우 높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일반적인 휘발유의 순이익은 2~5%이지만, 재생디젤의 순이익은 최근 몇 년간 20~35%에 달했다는 것이 기관의 말입니다.

 

진짜 문제는? ‘보이지 않는 손’의 부재 지적 👀

그렇다면 왜 아직도 기업들이 순환경제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걸까요?

우드맥킨지는 “순환성에서 이익을 낼 수는 있지만, 그 이윤을 분산된 밸류체인에 공정하게 분배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시장은 시장원리에 따라 비용과 이익을 분배합니다. 더 많이 투자(비용)할수록 더 많은 이익을 얻습니다. 경제학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 부릅니다.

순환경제는 조금 상황이 다릅니다. 공급망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한 기업이 투자를 증대해도 공급망 한 축이 전체 공급망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순환성 향상으로 인한 비용과 이익을 적절하게 분배하는 기능이 현재로써는 부재하다는 뜻입니다.

보고서에서 언급되지 않았으나, 북유럽 순환섬유 스타트업 리뉴셀을 대표 사례로 들 수 있습니다.

2012년 설립된 리뉴셀은 한때 H&M 등 유명 패션 기업이 투자하며 고속성장했습니다. 그러나 공급망 통합의 어려움을 겪은 끝에 지난 3월 파산 위기까지 내몰리게 됩니다.

현재는 지난달 스웨덴 투자사 알토에 인수돼 서큘로오스로 사명을 변경하고 재출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혼자선 어려워”…유니레버·쉘, 연이어 순환성 목표 철회 🤔

이러한 어려움은 최근 여러 기업들이 순환성 목표를 포기한 상황에서도 확인됩니다.

지난 4월 다국적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가 지속가능성 공약 철회 및 연기를 발표했습니다.

먼저 유니레버는 2025년까지 신재 플라스틱 사용량 50% 감축이란 목표를 철회했습니다. 신재 플라스틱은 석유 추출 원료로 만든 새 플라스틱을 말합니다.

대신 2026년까지 신재 플라스틱 사용량을 3분의 1까지 감축하겠다고 사측은 밝혔습니다.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포장재 100% 재사용·재활용·퇴비화 공약은 2030년 이후로 연기했습니다.

석유 기업 로열더치쉘 역시 플라스틱 재활용 목표를 철회했단 사실이 영국 가디언 등의 언론보도를 통해 지난 17일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쉘은 2024년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2025년까지 연간 100만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열분해유로 전환한다는 야심찬 목표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 3월 공개됐습니다.

양사는 공통적으로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는 점을 호소했습니다.

하인 슈마허 유니레버 최고경영자(CEO)는 그간의 노력으로 기술 개발과 포장 재설계는 ‘첫 단계’에 불과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산업 간 협업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쉘 또한 보고서에서 “원료 부족, 기술개발 지연,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순환화학물질 시장의)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다”는 점을 토로했습니다.

 

▲ 우드맥킨지는 순환경제 촉진을 위해 공급망 관계 구축에 나선 사례로 순환전자제품파트너십, 재활용 합작 기업 고품질순환폴리머,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 에니의 수직통합 등을 소개했다. ©CEP, QCP, ENI

순환경제 촉진 모범사례는? 파트너십·합작투자·수직통합 🤟

결국, 순환경제의 성장을 위해서는 기존과 다른 방식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우드맥킨지의 제언입니다.

핵심을 요약하면 ‘공급망 관계 구축’입니다.

개별 기업의 투자와 노력을 넘어 공급망 단위에서 비용과 이익 분배를 통제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드맥킨지는 3가지 모범사례를 소개했습니다. ①파트너십 ②합작투자 ③수직적 통합 등입니다.

 

1️⃣ 파트너십|순환전자제품파트너십

순환전자제품파트너십(CEP)은 2019년 전자제품 산업의 순환경제 전환을 목표로 출범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휴렛팩커드(HP), 구글 등 40여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전 세계에 흩어진 전자폐기물을 어느 한 기업이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모였습니다. CEP가 2030년 순환성 목표를 세우고 공통의 로드맵을 설정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나아가 ▲순환디자인 표준 개발 가이드 ▲조달 지침 ▲회수 가능성 평가 등도 개발했습니다.

우드맥킨지는 덕분에 “개별 기업이 개별 목표를 추구할 때보다 더 빠르게 순환경제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2️⃣ 합작투자|미국 석유화학사 라이온델바젤

라이온델바젤(LYB)은 합작투자를 통해 공급망 통제를 강화한 사례입니다.

LYB은 세계 10대 석유화학사 중 한 곳입니다. 2030년까지 200만 톤 규모의 재활용 플라스틱 생산을 목표로 합니다. 2023년 생산량에서 15배 증가해야 달성 가능한 규모입니다.

LYB는 고품질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프랑스 폐기물 관리 기업 수에즈와의 합작투자를 선택했습니다. 그 결과, 2020년 재활용 합작사 QCP를 설립합니다.

LYB의 플라스틱 생산역량과 수에즈의 수거·물류역량이 결합돼 빠른 성장이 기대된다는 것이 기관의 설명입니다.

 

3️⃣ 수직통합|이탈리아 에너지 기업 에니

이탈리아의 국영 에너지 기업 에니(ENI)는 바이오연료 생산량을 2023년 연간 170만 톤에서 2030년 500만 톤으로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사측은 안정적 원료 확보를 위해 아프리카 및 아시아 농업에 대한 직접 투자를 지난해 단행했습니다. 바이오연료에 필요한 원료의 20%를 직접 생산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이처럼 기업이 공급망의 전·후방 산업을 인수해 통제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수직통합’이라고 합니다.

귀도 브루스코 에니 천연자원부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다른 업계가 사용해 온 수직통합을 복제함으로써 변동성을 줄이고 원자재를 확보해 비용을 더 잘 통제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합니다.

 

3가지 모범사례 ‘정답’ 아냐…“통합적 사고 필요” 💡

단, 우드맥킨지는 앞서 소개한 3가지 모범사례가 순환경제 사업모델의 정답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자사에 맞게 올바른 형태의 기업 간 관계를 채택할 경우 순환 공급망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통찰입니다.

이러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공급망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구체적으로는 3가지 접근법이 제시됐습니다. ▲목표 설정 접근법 전환 ▲인내심 있는 자본 확보 ▲브랜드와의 관계 구축 등입니다.

먼저 목표 설정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목표(What)’가 아닌 ‘방법(How)’에 대한 고민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제언입니다. 접근법이 바뀌어야 수치에 집중하는 대신 순환 공급망 구축을 중심에 둘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투자자의 인내심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우드맥킨지는 순환경제에 대한 투자가 성과를 거두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이 기간을 버티기 위해선 투자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기업은 미래에 대한 필요성을 투자자에게 설득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제언했습니다.

마지막은 브랜드와의 관계 구축입니다.

여기서 브랜드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기업 대 소비자) 기업을 뜻합니다. 소비자의 압력에 더 직접적으로 노출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보고서는 이같은 B2C 기업과의 관계 구축이 순환 공급망 역량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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