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탈원전 국가 이탈리아가 전환(발전) 부문 탈탄소화를 위해 원자력 에너지 재도입을 추진합니다.
질베르토 피케토 프라틴 이탈리아 환경에너지안보부 장관은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계획을 밝혔습니다.
프라틴 장관은 10년 내 소형모듈원자로(SMR) 가동을 목표로 투자를 촉진할 법안을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탈리아의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이란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이탈리아는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계기로 원자로 개발을 중단한 국가입니다. 1990년 모든 원자력발전소가 폐쇄되며 세계 최초의 탈원전 국가로 기록됐습니다.
원전에 대한 국민 반감도 높은 편입니다.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유럽의회 우파 약진을 배경으로 다시금 원전 도입을 추진하는 것 아니냔 분석이 나옵니다.
프라틴 장관 “SMR 도입, 식량안보·에너지안보 목적” ☢️
멜로니 행정부가 원전 재도입을 추진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6월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공동성명문에 원자력이 언급된 배경에도 프라틴 장관이 있었습니다. 당시 그는 “원자력의 새로운 역할에 대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논의를 이끌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번 FT와의 인터뷰에서 프라틴 장관은 2050년까지 원자력 비중이 이탈리아 전력 총소비량의 최소 11%를 차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원전 재도입을 추진하는 이유로 재생에너지의 한계와 중국의 위험을 꼽았습니다.
태양광 발전이 이탈리아의 농업을 위협한다는 것이 그의 지적입니다. 태양광 패널이 농지를 잠식하며 식량안보가 흔들리고 있단 것. 실제로 지난 6월 멜로니 정부는 농업용 토지에 태양광 패널 설치를 제한한 바 있습니다.
프란틴 장광은 중국산 태양광 패널 수입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 우려를 표했습니다. 중국이 이러한 우위를 정치적·경제적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프라틴 장관은 이탈리아의 에너지 탈탄소화에 SMR이 더 효율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SMR은 발전용량이 단위당 최대 300㎿가량인 소형 원자로입니다. 기존 대형 원전 대비 비용이 적고 안전성이 높다고 평가받습니다.
언덕과 산이 많아 평지가 부족한 이탈리아에는 태양광보다 적은 면적을 차지하는 SMR이 적합하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국민 75% 반대 설문에도 안전성·경제성 설득 가능 강조 💪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멜로니 정부의 원전 재도입 추진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입니다.
앞서 2010년경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 시절에도 원전 재도입이 추진됐습니다. 이듬해인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재도입은 무산됩니다. 그해 6월 원전 재도입 국민투표 결과, 반대가 94%에 이르렀습니다.
반대 여론은 여전히 높은 상황입니다. 이달 5일 발표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5%가 회의적 입장을 밝혔습니다. 해당 설문조사는 이탈리아 환경단체 레감비엔테가 국민 1,000을 대상으로 진행했습니다.
일각에서는 SMR 도입의 현실적 어려움에 대한 지적도 나옵니다.
이탈리아 진보 일간지 도마니는 SMR의 높은 투자비용으로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논평했습니다. 오히려 SMR 기술이 차세대 원자력 기술인 핵융합에 추월당할 수 있단 가능성도 덧붙였습니다.
그럼에도 프라틴 장관은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이탈리아의 원전 ‘혐오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최신 기술의 안전성과 원전의 이점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이탈리아가 원전 분야에서 높은 역량을 유지해 왔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국내 상황과 달리, 이탈리아의 연구기관 및 기업들은 그동안 해외 시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