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저가 바이오연료에 뿔난 美·EU…“2024년 녹색 무역갈등 이어질까”

中 기업, SAF 의무화 전망에 바이오연료 투자 가속화

세계 바이오연료 업계가 공급과잉으로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중국산 바이오연료가 녹색 무역갈등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바이오연료에는 식물성 원료를 발효해 만드는 바이오에탄올과 식물성·동물성 폐지방을 원료로 만드는 바이오디젤이 포함됩니다. 수송·항공업계 등 전기화가 어려운 분야의 탈탄소 해결책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18일 주요 정책을 종합해 확인한 결과, 현재 주요 선진국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바이오연료 생산 및 소비를 장려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미국의 ▲‘바이오연료 의무혼합제도(RFS)’ ▲지속가능 항공유(SAF) 2030년 30억 갤런 생산 목표가 대표적입니다.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모든 항공기에 SAF 사용을 의무화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업계에서는 이러한 수혜를 중국 기업이 누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중국 기업들이 태양광이나 전기자동차처럼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바이오연료 업계는 각국 정부에 중국산 바이오연료 규제 강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美 농업계, 바이든 바이오연료 정책 불만 고조된 까닭 🌽

미국의 주요 곡물 생산지인 중서부에서는 바이오에탄올 산업이 활발합니다.

최근에는 SAF 수요 증가로 원료인 옥수수와 대두 생산이 늘고 있습니다.

허나, 농민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바이오연료 정책이 오히려 외국산 원료 수입을 부추긴다며 불만을 제기합니다. 현 정책에 따르면, 탄소집약도가 낮을수록 더 많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농민들은 이러한 정책이 중국산 폐식용유 수입을 부추긴다는 점을 문제 삼습니다.

미국 바이오에탄올 기업들이 중국 등 수입산 원료를 사용하면서, 역으로 자국 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중국산 폐식용유는 저렴할 뿐만 아니라, 재생원료로서 탄소집약도가 낮습니다. 반면, 옥수수·대두는 상대적으로 탄소집약도가 높습니다. 토지 이용, 비료, 살충제 사용 등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또 발효 및 추출 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가 다량 배출됩니다.

실제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의 폐식용유 수입량은 140만 톤에 달합니다. 2021년 12만 톤, 2022년 39만 톤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입니다.

바이오디젤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 최대 축산업 국가 브라질에서 수입된 저가 폐지방으로 인해 미국산 원료가 밀리고 있습니다. 2024년 4월까지 미국 내 브라질산 폐지방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377% 증가했습니다.

 

▲ 인도네시아 팜유 농장 사진. 유럽연합은 삼림벌채를 촉진한다는 이유로 팜유 기반 바이오연료를 재생에너지 인정 대상에서 제외한다. ©Ulet Ifansasti, Greenpeace

EU, 中 저가 바이오디젤 범람에 ‘불법 팜유’ 조사 중 🔍

한편, EU 바이오연료 업계는 중국산 바이오디젤과의 전쟁에 나선 상황입니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2023년 EU는 중국 바이오디젤 최대 수입국입니다. 그런데 지난 1월 EU 집행위원회는 중국산 바이오디젤 수입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중국 기업의 ‘덤핑’으로 인해 EU 시장이 붕괴됐다는 혐의입니다.

유럽 바이오디젤협회(EBB)는 초저가 중국산 바이오디젤에 부정한 원료가 사용됐을 가능성에 의혹을 제기합니다.

엘바 바우만 독일 바이오연료산업협회 이사는 최근 2년(2021~ 2022년) 사이에 중국의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산 팜유 수입이 10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국제 친환경 인증기관 ISCC는 지난해 감사 결과,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산 원료 출처를 밝히지 못한 3건의 수출과 관련해 중국 및 싱가포르 기업에 수출인증서 정지를 내린 바 있습니다.

EU는 삼림벌채를 촉진한다는 이유로 팜유 기반 바이오연료를 재생에너지 인정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중국 기업이 합법적인 원료를 사용한 EU산 바이오디젤과의 경쟁에서 불공정하게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EU 집행위는 “역내 생산자들이 중국산 바이오디젤이 인위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EU에 유입됐다는 증거를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조사 결과는 EU 집행위가 오는 19일 발표할 예정입니다.

한편, 지난 6월 미국에서도 일부 공화당과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6명이 중국 등 해외 폐식용유 수입 급증에 대한 단속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모두 아이오와주 등 대표적인 농업 지역 상원의원들입니다.

이들은 앞서 EU가 관련 조사를 나서면서 유럽 내 중국산 폐식용유 수입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미국 정부도 엄격한 검증을 통해 자국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 2022년 중국석유화공이 SAF를 사용한 상업 비행에 중국 최초로 성공한 당시 모습. 중국 정부가 올해 SAF 의무화 도입이 예정되며 기업들은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Sinopec

中 바이오연료 생산 가속화…“제2의 태양광·전기차 될까” 🇨🇳

그럼에도 중국산 바이오연료의 시장 점유는 더 확대될 전망입니다.

중국이 자국 내 SAF 의무화에 나서며 생산능력 증대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은 연내 중으로 SAF 의무화 정책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입니다. 지난 2일 중국 규제기관인 중국민용항공국(CAAC)은 처음으로 ‘SAF 연구 기술센터’를 설립했습니다.

이미 발표한 중국 내 바이오연료 투자금만 10억 달러(약 1조 3,700억원)를 넘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5월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석유화공(시노펙)과 국영전력투자공사(SPIC)를 포함한 8개 중국 기업이 이같은 투자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들 기업들의 단기 목표는 해외 수출 입니다. 중국이 자국 SAF 의무화를 늦게 도입했기에 초기 수요는 미국과 EU 등에서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다른 국가들보다 약한 중국 내 SAF 수요 정책도 수출 확대를 부추길 수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SAF 의무화 비율이 2030년 2~5% 수준으로 책정될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는 EU의 6%, 영국과 일본의 10% 목표에 비하면 낮은 수준입니다.

SAF 시장이 확장하는 과정에서 중국 기업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세계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이 점에서 지난 2일 홍콩 캐세이퍼시픽항공이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인터뷰는 주목할 만합니다. 그레이스 청 캐세이퍼시픽항공 지속가능성 총괄관리자는 중국의 SAF 성장 가능성을 전기차와 태양광에 빗댔습니다.

그는 “전기차나 태양광과 마찬가지로 (바이오연료에서도) 모든 일들이 빠르게 진행돼 영향력 있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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