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지속가능 항공유(SAF) 세액공제 대상을 개정했습니다.
개정안에 의하면, 옥수수와 콩으로 만든 SAF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될 때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미국 재무부는 이같은 내용의 ‘SAF 세액공제 지침 세부규정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이 세액공제안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청정에너지 생산을 장려하는 것을 목적으로 지난해 12월 도입됐습니다.
도입 당시 옥수수·대두 기반 바이오에탄올로 만든 SAF가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돼 논란이 일었습니다. 탄소저감 효과가 낮단 것이 환경단체의 지적 입니다. 이에 최근까지 미 정부가 더 엄격한 요건을 적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습니다.
10일 그리니엄이 개정안을 확인한 결과, 미 정부는 절충안을 택한 모양새입니다. 오는 11월 있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농민 표심을 고려했단 평가가 나옵니다.
“가장 현실적 탈탄소화 수단” 美 정부, SAF로 항공 탈탄소화 전폭 지원 ✈️
SAF란 폐식용유나 바이오에탄올, 바이오매스, CCU(탄소포집·활용) 등으로 만들어 기존 항공유보다 탄소배출을 대폭 감축한 항공연료를 말합니다.
항공업계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탈탄소화 수단으로 꼽힙니다. 전기·수소연료전지 항공기 등 비싼 돈을 들여 교체할 필요가 없을뿐더러, 기존 항공기에 바로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미국 정부는 2030년까지 SAF 연간 30억 갤런(약 113억 리터) 생산을 목표로 설정합니다. SAF 세액공제 지침도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입니다.
지침에 의하면, 전체수명주기(LC)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존 항공유보다 50% 감축하면 갤런당 1.25달러(약 1,700원)의 세액공제를 적용받습니다.
50%를 초과하는 감축량에 대해서는 1%p(퍼센트포인트) 감축마다 1센트를 추가로 받습니다. 최대 세액공제액은 갤런당 1.75달러(약 2,400원)까지 적용됩니다.
이에 지난해 미국에선 기후테크 스타트업 란자제트가 세계 최초의 SAF 상업시설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탄소포집 항공연료 생산에 나선 트웰브 또한 미국 내 생산시설을 착공한 상황입니다.
배출량 논란 휩쓸린 ‘옥수수·대두’ 기반 SAF 지침…바이든, 절충안 택해 🌽
그러나 기존 SAF 세액공제 지침을 두고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이 쏟아졌습니다.
옥수수·대두 기반 SAF가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그간 식량작물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에탄올은 탄소집약도가 높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옥수수 기반 바이오에탄올이 휘발유보다 최소 24%가량 탄소집약도가 더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연구가 2022년 발표된 바 있습니다.
작물 재배에 많은 토지가 필요할 뿐더러, 비료·살충제 등 화석연료 제품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에탄올 발효·추출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도 배출됩니다.
결국 작년 12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초안 발표 사흘만에 SAF 세액공제 지침을 개정하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리고 4개월 뒤 개정안이 나온 것입니다.
앞서 평가했듯, 개정안은 환경단체와 업계의 요구를 절충한 수준으로 정리됐습니다.
주요 내용은 2가지입니다.
1️⃣ 에탄올 업계 친화 방법론 사용
온실가스 배출량의 산정 기준이 되는 방법론으로 수정된 GREET* 모델이 사용됩니다.
미 에너지부가 개발한 방법론입니다. 주로 에탄올 업계가 선호하는 방법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해당 방법론을 적용할 경우 옥수수·대두 기반 바이오에탄올이 공제 기준을 충족하기 더 용이하단 평가를 받습니다.
그간 환경단체는 방법론 개정을 요구했으나, 재무부는 수정된 방법론을 사용한단 방침입니다.
*온실가스 규제 배출 및 교통 에너지 사용
2️⃣ 옥수수·대두|기후스마트 농업 조건부 허용
그 대신, 옥수수와 대두를 사용할 경우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해야 한단 단서가 추가됐습니다.
이른바 ‘기후스마트농업(CSA)‘ 방식입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성은 높이고 기후탄력성은 높이며 배출량을 줄이는 통합 접근 방식을 일컫습니다. ▲무경운 ▲피복작물 ▲비료 효율성 향상 등이 언급됐습니다.
바이오연료·농업계 손들어준 美 정부 “11월 대선 고려한 결과란 평가” 🗳️
바이오연료 업계와 농업계는 즉각 환영을 표했습니다. 미 재생연료협회 등 업계가 이번 발표에 고무됐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습니다.
톰 빌색 농무부 장관 또한 재무부 발표에 “오늘은 중요한 날”이라며 “온실가스 저감에서 농민들의 역할을 인정하고 보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디딤돌”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주요 환경단체와 싱크탱크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미 비영리기관 세계자원연구소(WRI) 역시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댄 라쇼프 WRI 소장은 성명을 통해 “작물 기반 바이오연료로 비행기를 운행하는 것은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옥수수와 대두 생산으로 막대한 토지 전용과 삼림벌채가 발생이 우려된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라쇼프 소장은 “미국이 기후친화적인 연료에 보조금을 집중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놓쳤다”고 평가했습니다.
한편, 세액공제 개정안이 당초 예상보다 완화한 수준으로 나왔단 평가가도 나옵니다.
로이터통신은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중요한 선거구인 농촌”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주요 선거구인 미 중서부의 표심을 챙기려 했다는 뜻입니다. 이 지역은 일명 ‘옥수수벨트’라 불립니다.
+ 옥수수벨트가 SAF 주목한 이유, 전기차 때문이라고? ⚡
바이오연료 업계가 SAF 세액공제에 사활을 거는 배경에는 전기자동차의 등장이 있습니다. 전기차 대중화로 바이오에탄올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입니다.
그간 바이오에탄올 수요가 내연기관차 연료 혼합 정책으로 뒷받침된 것과 관련됩니다. 휘발유에 바이오연료를 최소 10% 혼용하는 ‘바이오연료 혼합의무제도(RFS)’입니다. 허나, 전기차 대중화로 휘발유 수요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바이오에탄올 업계로서는 새로운 수요처로서 SAF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韓 정유사에 불똥 튄다? “주력 수출품 뺏길 수도” 🔥
미 정부가 자국에서의 SAF 생산에 박차를 가하면서 국내 정유업계에도 파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항공유가 국내 정유사의 주력 수출 품목이기 때문입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의하면, 2022년 기준 미국의 항공유 수입량 절반가량이 한국산이었습니다. 수출액으로는 약 38억 달러(약 5조 2,000억원)에 달합니다.
이에 수출경쟁력 유지를 위해 한국도 대응에 나선 상황입니다.
지난 1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석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SAF 생산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개정안에는 석유정제 공정에 친환경 정제원료 투입 허용과 정부 지원 등이 포함됐습니다. 개정안은 지난 2월 공포됐으며 오는 8월 7일부터 시행됩니다.
국내 정유업계 4사(SK에너지·에쓰오일·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는 2030년까지 친환경 연료 분야에 6조 원가량을 투자한단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