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상반기(1~6월) 주요 바이오연료 프로젝트가 대거 중단됐습니다.
바이오연료는 농림축산 부산물 같은 바이오기반 원료로 생산된 재생에너지입니다.
바이오에탄올·바이오디젤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중에서도 발열량이 높은 바이오디젤은 전기화가 어려운 항공·선박업계의 탈탄소 해결책으로 주목받습니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주요 에너지 기업들의 바이오디젤 생산시설이 잇따라 건설 또는 가동이 중단됐습니다.
17일 그리니엄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셰브론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로열더치쉘 등 3곳입니다. 지속가능 항공유(SAF) 스타트업 펄크럼 바이오에너지도 앞서 지난 5월 운영을 중단한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바이오연료에서 또 다른 그린버블이 꺼지고 있다”고 논평했습니다.
셰브론·BP, 연이은 생산 중단·계획 축소 발표 🏭
시작은 지난 3월 셰브론 바이오디젤 공장의 무기한 가동 중단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셰브론은 2022년 미국 내 최대 바이오디젤 생산기업인 리뉴어블에너지그룹을 인수합니다. 인수 비용만 31억 5,000만 달러(약 4조 3,500억원)에 달했습니다.
인수 이후 셰브론은 바이오디젤 공장 10곳과 재생디젤 공장 1곳에서 하루 10만 배럴(약 1,589만 리터) 규모의 바이오연료를 생산해 왔습니다.
이중 바이오디젤 공장 2곳이 지난 3월부터 가동이 무기한 중단됐습니다. 해당 공장의 연간 총생산량은 약 5,000만 갤런(약 1억 8,920만 리터)에 달합니다.
지난 15일에는 독일 바이오디젤 공장도 연이어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셰브론은 이같은 결정의 이유로 시장 상황 악화를 꼽았습니다. 공급 증가로 바이오디젤 가격이 폭락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말입니다.
일례로 지난 2월 기준 미국 내 바이오디젤 20% 혼합유 가격은 1갤런당 3.45달러(약 4,760원)에 불과했습니다. 최고가였던 2022년 1갤런당 4.8달러(약 6,630원)에서 30% 가까이 하락한 것입니다.
지난 6월 BP 또한 미국과 독일 내 바이오디젤 공장 확장 계획을 취소합니다. 그 대신 바이오연료-석유 공동처리 시설 확장에 집중한다는 계획입니다.
쉘, 유럽 최대 바이오연료 건설 중단…“10억 달러 손실” 💸
세계 2위 에너지 기업 쉘 또한 유럽 최대 규모의 바이오연료 생산시설 건설 중단을 발표했습니다.
사측은 비용 조정과 프로젝트 최적화를 위한 임시 중단이라고 지난 2일 밝혔습니다.
당초 쉘은 2025년까지 연간 200만 톤 규모의 SAF 생산을 목표로 했습니다.
그 주축이 되는 프로젝트가 바로 2021년 시작된 네덜란드 로테르담 생산시설입니다. 2025년 가동해 바이오연료 연간 82만 톤 생산이 목표였습니다. 생산량은 각각 절반씩 바이오디젤과 SAF 생산에 사용될 계획이었습니다.
쉘은 건설 중단 사유에 대해 대내외 시장여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결정으로 쉘은 6억~10억 달러(약 8,300억~1조 3,7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한편, 쉘은 지난해에도 싱가포르에서 진행 중이었던 SAF 프로젝트를 취소한 바 있습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연 55만 톤 규모의 SAF를 생산할 예정이었습니다.
바이오연료 급브레이크, 원인은 ‘공급과잉’ 📈
현재 에너지업계는 바이오연료 확장에 제동을 걸고 있습니다. 바이오디젤의 공급과잉과 가격 급락이 원인입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의하면, 2023년 전 세계 바이오디젤 생산능력은 860억 리터가 넘었습니다. 2019년 생산능력 709억 리터에서 20% 이상 증가한 것입니다.
특히, 미국에서 생산량이 크게 늘었습니다
미국 청정연료협회는 2023년 한해 미국 바이오디젤 총생산량이 40억 갤런(약 151억 리터)에 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전년도 생산량은 31억 갤런(약 117억 리터)이었습니다. 1년 만에 생산량이 10억 갤런(약 34억 리터) 증가한 것입니다.
스콧 어윈 미 일리노이대 농업소비자경제학 교수는 2025년 미국 바이오디젤·재생디젤 생산량이 70억 갤런(약 265억 리터)을 넘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美 바이오디젤 크레딧 가격, 절반 넘게 하락 📉
미국에서는 공급과잉으로 인해 바이오연료 가격이 폭락했습니다.
미 환경보호청(EPA)은 이른바 ‘바이오연료 의무혼합제도(RFS)’를 운영합니다. 운송 연료에 바이오연료를 의무적으로 혼합해 공급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이는 바이오연료 공급확대를 위한 조치였습니다.
바이오연료 생산자는 1갤런당 1개의 크레딧을 발급받습니다. 화석연료 정유·수입업체는 바이오연료 의무구입량을 채우지 못할 경우 해당 크레딧을 구입하여 할당량을 채워야 합니다.
정부는 의무 구입량을 증가시켜 바이오연료 공급량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바이오연료 생산자는 크레딧 판매로 추가 수입을 얻을 수 있습니다. 현재 배출권거래제의 탄소배출권과 유사한 효과입니다.
문제는 최근 바이오연료의 공급량이 급증하면서, 크레딧 공급도 늘어나 가격이 폭락하였습니다.
바이오디젤·재생디젤의 ‘D4 RIN’ 크레딧의 지난 5월 평균 가격은 0.66달러(약 910원)에 불과했습니다. 최근 3년간(2021~2023년) 평균 1.5달러(약 2,000원)의 절반을 하회하는 가격입니다.
유럽도 바이오연료 공급과잉 상태입니다.
유럽 바이오연료 선도 기업 네스테의 주가가 이를 방증합니다. 16일 기준 네스테의 주가는 16.96유로(약 2만 5,500원)였는데, 올해 1월 32.4유로(4만 8,800원)에서 비해 절반 가까이 하락한 것입니다.
에너지 기업 오판으로 ‘그린버블’ 키워 🫧
현 상황이 에너지 기업의 오판으로 인한 그린버블 때문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원자재전문기자 하비에르 블라스는 이같은 칼럼을 지난 8일 블룸버그통신에 게재했습니다.
그는 “바이오연료 산업은 2023년 기준 풍력발전 다음으로 꺼져가고 있는 그린버블”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여러 풍력발전 프로젝트가 공급망 문제로 줄줄이 취소된 상황에 비유한 것입니다.
블라스 기자는 문제 원인을 “2020~2022년 바이오연료 열풍이 잘못된 가정에 근거했다”는 점에서 찾습니다.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화석연료 소비가 급감한 시기입니다. 그러나 기업들이 일시적 신호를 장기적 기회로 오판하고 성급하게 바이오연료 투자에 뛰어들었다는 것이 블라스 기자의 주장입니다.
한편, 어윈 교수는 다른 방면에서 기업들의 판단 오류를 지적합니다.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바이오연료 생산을 늘릴 시 각국 정부가 바이오연료 사용 의무화 정책을 강화하여 수요를 증가시켜 줄 것이라 확신했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일부 국가에서는 바이오연료 수요를 감축하는 정책이 도입됐습니다.
스웨덴이 대표적입니다. 2023년 스웨덴은 가솔린 내 바이오연료 의무 사용 비율을 30.5%에서 6%로 낮췄습니다.
같은해 미국도 바이오연료 의무 혼합량이 업계 예상치보다 소폭 감소돼 확정됐습니다. ▲2024년 215억 갤런(약 813억 리터) ▲2025년 223억 갤런(약 844억 리터)입니다. 업계는 ▲2024년 218억 갤런(약 825억 리터) ▲2025년 226억 갤런(약 855억 리터)을 제안했습니다.
이에 블라스 기자는 바이오연료 업계에 정부 정책에만 의존하지 말 것을 촉구했습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바이오연료 업계의 향방이 갈릴 수 있습니다.
공화당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은 현 정부의 청정에너지 정책을 뒤집을 계획입니다.
[2024년 바이오연료 그린버블 논란 모아보기]
ⓛ 셰브론·BP·쉘, 바이오연료 프로젝트 중단…“2024년 새로운 그린버블 터지나”
② 중국산 저가 바이오연료에 뿔난 美·EU…“2024년 녹색 무역갈등 이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