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부의 기후목표 노력을 촉구하기 위한 연합체가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각) 결성됐습니다.
주요 글로벌 대기업과 투자자 그리고 정치인으로 구성된 기후연합체 ‘미션 2025(Misson 2025)’입니다.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전(前) 사무총장이 연합체 설립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2015년 파리협정 체결에 중추적 역할을 한 인물입니다.
피게레스 전 사무총장은 “파리협정 체결 이후 10년이 흐른 지금, 정치경제의 미래가 탈탄소화라는 점은 자명하다”고 밝혔습니다.
허나 그의 말과 달리, 최근 정치·산업계에선 그린래시 기조가 더욱 강해지는 모습입니다. 이에 정치·산업계의 후퇴를 막기 위해 기후대응에 선도적인 기업과 투자자들이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야심찬 2035 NDC, 기업·투자자가 촉구” 📢
미션 2025는 파리협정 목표에 부합하도록 각국의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이하 2035 NDC)’ 상향을 촉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미 많은 나라가 2035 NDC 수립 중입니다. 한국에선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가 2035년 NDC 수립을 위해 각계 의견을 수렴 중입니다.
파리협정에 가입한 당사국들은 5년 주기로 NDC를 갱신해야 합니다. 파리협정 내 ‘진전의 원칙’ 조항에 따라 감축목표는 후퇴할 수 없습니다. 마감은 오는 2025년입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대란, 지정학적 문제 등으로 세계 곳곳에서 기후대응 퇴조가 우려되고 있단 것. 2035 NDC 목표가 얼마나 상향될 수 있을지 의문이 나옵니다.
이에 미션 2025 연합체는 각국 정부의 야심찬 목표 설정을 독려하기 위해 설립됐습니다.
특징은 기업과 투자자가 주축으로 나섰단 점입니다.
먼저 기업 탈탄소화를 목표로 하는 위민비즈니스연합(WMBC)을 주축으로 산업계가 모였습니다. WMBC는 유니레버와 이케아, 영국 전기자동차 기업 옥토퍼스 등이 가입해 있습니다.
비영리단체 글로벌옵티미즘, 시스템체인지랩, 베이조스 지구 기금(BEF)가 설립을 주도했습니다. 글로벌옵티미즘은 유통 대기업 아마존과 손잡고 ‘기후서약기금’ 설립을 추진한 곳입니다.

2030 NDC 지구 평균기온 2.9℃ 상승 전망…“야심찬 개정안 필요” 📜
기업과 투자자들이 미션 2025 설립에 참여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국제사회의 현 2030 NDC로는 파리협정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유엔환경계획(UNEP)의 ‘2023년 배출량 격차 보고서’에 드러납니다.
각국이 제출한 2030 NDC 제출안을 분석한 결과, 현 계획만으로는 파리협정 1.5℃ 제한 목표 달성을 위한 탄소예산을 220억 톤가량 초과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경우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금세기 말 최대 2.9℃ 까지 상승할 수 있습니다.
연합체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2035 NDC로 강력한 정책적 의지를 드러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2015년 파리협정에서 나온 목표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경로 설정을 촉구했습니다.
피게레스 전 사무총장은 “우리는 정부들이 (2035) NDC에 포함할 내용에 있어 여전히 매우 소심하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정치적 리더십 부족이 청정기술 추진을 지연시킨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이에 연합체는 각국이 더 야심찬 기후정책을 추구할 수 있도록 촉구하기 위해 필요한 근거 자료 및 연구 결과를 제공한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탄소배출량 상위 20개 경제국에 초점을 맞출 예정입니다.
명확한 근거를 제공함으로써 각국 정부에게 “(2035 NDC 상향을 추진할) 용기를 주겠다”는 것이 연합의 계획입니다.
“업계·대중 지지 믿어라” 전 세계 경제 1.5℃ 목표로 쾌속운항 👟
한편, 미션 2025는 출범과 동시에 각국 정부에 야심찬 목표 설정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습니다.
연합체는 서한에서 “(변화는) 종종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미 기술과 투자, 업계의 의지, 대중의 지지가 구축되어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서한에는 이를 보여주는 데이터들도 포함됐습니다.
전 세계 주요 다국적 기업 55곳은 이미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CFD)’의 과학 기반 경로와 일치하는 전환 계획을 발표한 상황입니다. TCFD는 기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기후변화의 위험과 기회 요인을 수치화하고, 이를 재무적으로 통합해 공개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들 55개 기업의 매출은 약 4조 4,000억 달러(약 6,100조원)에 달합니다. 해당 내용은 지난 1월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세계기업협의회(WBCSD)’ 보고서에 담겼습니다.
한 비영리 마케팅 기업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평균 77%가 자국 정부가 기후대응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반드시 취해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설문조사에는 전 세계 23개국 6만 명이 참여했습니다.

파리협정 달성 위한 향후 10년 ‘2035 NDC’에 달려 🗺️
따라서 연합은 2035 NDC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될 것을 촉구했습니다.
첫째, 연합은 강력한 정부 정책을 주문했습니다. ▲재생에너지 목표에 대한 정량적 목표 ▲구체적인 내연기관차량 판매 금지·폐지 시한 등을 사례로 들었습니다.
명확하고 자세한 로드맵이 필요하단 설명입니다.
둘째, ▲측정 가능하며 ▲포괄적이며 ▲세분화된 배출량 감축목표를 세울 것을 권장합니다. 특히, 모든 부분에서 모든 온실가스를 포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셋째, 2035 NDC에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 계획이 포함돼야 합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 기후투자와 국제 기후금융을 명확하게 명시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습니다.
이는 기후싱크탱크 에너지전환위원회(ETC)의 분석을 기반으로 제시됐습니다. ETC는 향후 최신 기술 진보에 강력한 2035 NDC가 더해진다면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로 제한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연합체 출범 소식에 사이먼 스티엘 현 UNFCCC 사무총장은 환영을 표했습니다.
스티엘 사무총장은 “(미션 2025가) 청정개발 추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야심찬 기후계획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습니다.
미션 2025 vs 프로젝트 2025…기후정책 향방은? 🤔
한편, 미션 2025 연합은 그린래시 기조가 확장하는 가운데 출범했단 점에서 더욱 주목받습니다. 미국 공화당을 중심으로 반(反)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움직임이 일고 있단 점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이달 초 유럽연합(EU)의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정치우경화가 드러났습니다. 미국에서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입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미션 2025 연합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프로젝트 2025(Project 2025)’를 저격한 것 아니냔 추측도 제기됐습니다. 이름의 유사성 때문입니다.
프로젝트 2025는 트럼프 재집권 시 보수 중심의 정책 개편을 위한 정책 제안서입니다. 일종의 차기 국정 로드맵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이 지난해 4월 공개했습니다.
프로젝트 2025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행한 기후대응 정책들을 되돌리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화석연료 사용 확대를 위한 경로 또한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단, 연합체는 이와 관련해 별도의 설명을 내놓진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