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기후테크 스타트업 러닝타이드의 폐업 선언으로 해조류 기반 탄소제거(CDR) 산업의 앞날이 불투명해졌습니다. 러닝타이드는 초기 거대 다시마 재배 사업으로 주목받은 곳입니다.
물론 아직 비관적으로 전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해조류 기반 탄소제거 유망 기업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2020년 네덜란드에 설립된 해조류 기반 탄소제거 스타트업 켈프블루입니다.
20일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켈프블루는 지난 5월 X프라이즈가 추진 중인 ‘카본 리무벌(Carbon Removal)’ 대회 결선팀에 진출한 20개 기업 중 한 곳입니다.
“석유社 출신 엔지니어가 해조류 탄소제거 뛰어든 까닭” 🌊
켈프블루는 다니엘 후프트가 설립했습니다. 그는 현재 회사 최고경영자(CEO)입니다.
후프트 CEO는 석유 기업 로열더치쉘의 해양 엔지니어 출신입니다. 그는 20년간 엔지니어 분야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습니다.
당시 그는 기후대응에 긍정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점차 석유 기업이 스스로는 쉽게 변하지 않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단 것. 이에 그는 기후테크 분야에 뛰어들기로 결심합니다.
후프트 CEO는 이 과정에서 캐롤라인 슬루트웨그란 인물을 만나게 됩니다.
슬루트웨그는 켈프블루 공동설립자 중 한 명입니다. 그는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의 전(前) 커뮤니케이션 이사이자 세계 요트 경주 선수입니다.
이들은 기후대응에 있어 바다의 잠재력에 주목했습니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주 일대 해안에 서식하는 ‘거대 다시마’에 빠져듭니다. 해조류 중에서도 거대 다시마의 탄소포집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입니다. 성장 속도도 빠를뿐더러, 최대 45m까지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해조류의 탄소포집 역할을 알게 되며 자연스럽게 창업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켈프블루, 나미비아 해안서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社 만나다 💍
그런데 켈프블루가 첫 거대 다시마 농장으로 선택한 곳이 조금 독특합니다.
아프리카 남서부에 위치한 나미비아의 해안 도시 뤼데리츠입니다.
후트트 CEO는 해당 지역이 거대 다시마 재배에 가장 적합한 지역이었다고 말합니다. 파도 높이, 해저 상태, 해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입니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매우 차갑고 영양분이 풍부한 ‘벵겔라 해류’였습니다. 해류 덕분에 기후변화로 해양열파(바다 폭염)가 빈번해지더라도 적절한 온도가 유지될 수 있단 것.
이같은 입지 선정은 예상치 못한 투자자와의 만남으로 이어졌습니다.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기업 드비어스입니다. 사실 뤼데리츠는 한때 다이아몬드 채굴로 부흥했다 쇠퇴한 곳입니다.
드비어스가 켈프블루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켈프블루의 거대 다시마 농장이 쇠퇴한 지역경제를 되살릴 수 있단 것.
이곳에서 켈프블루는 다시마 재배를 위해 현지인력을 대거 고용합니다. 또, 다시마 재배로 해양생태계가 재생되며 어업이 부활할 것으로 사측은 내다봤습니다.
이에 2022년 드비어스는 켈프블루에 200만 달러(약 27억원)를 투자합니다.
이밖에도 사측은 네덜란드기후개발기금 산하 클라이밋이베스터투(CI2)와 나미비아인프라개발투자기금(NIDIF)으로부터 합작투자도 받았습니다.
시장조사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설립 후 켈프블루가 조달한 투자금은 2,250만 달러(약 311억원)에 이릅니다.
켈프블루는 현재 뤼데리츠에 거대 다시마 농장 2곳을 조성한 상황입니다. 총면적은 35헥타르(약 35만㎡)가량입니다.
다시마 재배로 탄소제거에 생물다양성 향상 “생물종 6배 이상 ↑”👍
켈프블루가 다시마에 주목한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탄소제거를 넘어 해양생태계 복원 등 여러 이점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후프트 CEO는 뤼데리츠에 거대 다시마 농장을 조성한 이후 생물다양성이 향상됐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거대 다시마 농장에서 환경DNA를 수집한 결과, 900여종의 생물이 확인됐습니다.
농장 조성 이전 140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향상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수확한 다시마는 지속가능한 자원으로 활용됩니다. 다시마는 살충제·비료 없이 쉽게 재배와 수확이 가능합니다. 덕분에 식량자원을 넘어 바이오 플라스틱이나 대체연료를 위한 자원으로 각광받습니다.
최근 켈프블루는 네덜란드 본사에서 다시마 수확을 개선하기 위한 자동 로봇 수확기를 개발 중입니다. 옥수수밭의 콤바인(수확기)처럼 다시마를 빠르게 수확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뤼데리츠 농장에서는 헥타르(㏊)당 연간 150톤의 다시마가 수확됩니다.
다시마 재배서 상품 개발·생산까지? “업계 생태계 조성 필요” 💸
허나, 수확한 다시마를 판매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후프트 CEO는 “업계는 연간 수십만 톤의 생산 물량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판매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습니다. 당장 수익 창출을 위해서는 다시마를 통해 부가가치를 생산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슬루트웨그 공동설립자는 2021년 켈프블루바이오테크를 설립합니다. 다시마 제품 개발을 목표로 설립된 켈프블루의 자회사입니다. 슬루트웨그 공동설립자가 CEO를 맡고 있습니다.
켈프블루바이오테크는 수확한 다시마로 여러 제품을 개발합니다. 작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생물촉진제 ‘스팀블루(StimBlue)’가 대표적입니다. 다시마에 함유된 여러 영양소가 육상 작물 발달에 도움을 준단 것이 사측의 설명입니다.
지난 5월 켈프블루바이오테크는 해당 생물촉진제를 사용한 결과, 작물 품질이 향상됐단 실험 결과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이외에도 다시마 기반 프리바이오틱스와 알긴산 등 바이오소재도 생산하고 있습니다.
거대 다시마 프로젝트, 이젠 블루본드·탄소크레딧 발행 준비 나서 💰
그렇다면 켈프블루의 프로젝트는 어떤 상황일까요?
사측은 나미비아 외에도 미국 알래스카주와 뉴질랜드 남섬 거대 다시마 농장 건설을 추진 중입니다.
120에이커(약 48만㎡) 규모의 알래스카주 농장은 연내 운영을 위한 허가를 기다리는 단계라고 사측은 밝혔습니다.
한편, 지난해 12월에는 다시마 농장 확대를 위한 ‘청색채권(Blue Bond)’ 발행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켈프블루는 2024년 연말 청색채권 발행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총 8억 나미비아달러(약 615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중 1억 5,000만 나미비아달러(약 115억원)는 드비어스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확보한 상황입니다.
켈프블루는 이렇게 모인 자금을 뤼데리츠에 1,000헥타르(1,000만㎡)의 다시마 농장을 조성하는데 사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밖에도 켈프블루는 다시마 탄소포집을 통해 탄소크레딧도 발행할 계획입니다. 해당 방법론 개발을 위해 비영리재단 켈프포레스트파운데이션과 협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생물학적 제거로 유일” 켈프블루, X프라이즈 카본 리무버 결선 진출 🏆
한편, 켈프블루는 이같은 가능성을 인정받아 지난달 X프라이즈의 카본 리무벌 대회에서 결선 20팀에 선정됐습니다. 대회는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연간 기가톤(Gt·10억 톤) 규모의 탄소제거를 달성할 기술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후프트 CEO는 켈프블루는 “(다시마 탄소제거는) 탄소격리 1톤 당 비용은 0”이라며 비용효율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대회가 마지막 단계에 접어드는데 따라 켈프블루를 실행가능하고 입증된 제품으로 선보일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켈프블루는 결선 20팀 중 유일하게 생물학적 제거 방법론을 사용하고 있단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해양 탄소제거는 크게 2가지 분류로 나뉩니다. 해조류 재배 등 생물학적 제거와 해양 알칼리 향상 등 화학적 제거입니다. X프라이즈 결선 20팀 중 해양 기술을 보유한 곳은 총 4곳입니다. 나머지 3곳은 모두 화학적 제거 기술을 기반으로 합니다.
생물학적 제거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대규모 프로젝트 수행이 가능합니다. 화학적 제거와 달리 광산·선박·전력시설 등 대규모 인프라(기반시설) 필요성도 적습니다.
이에 대해 후프트 CEO는 “(다시마숲은) 기술적으로 기가톤 규모가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해양생태계 교란·‘청색식민주의’ 우려는 과제로 남아” 🤔
다만, 켈프블루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있습니다.
첫째, 대규모 해조류가 생태계에 끼칠 영향입니다. 과학계는 대량의 해조류 재배가 심해 탄소균형에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합니다.
이에 대한 켈프블루는 다시마를 수확해 사용하기에 심해에 대한 영향은 적다고 말합니다. 동시에 다시마 기반 탄소저장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란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둘째, 아프리카 내 프로젝트가 결국 신(新)식민주의가 아니냐는 비판입니다. 선진국이 아프리카의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탄소자원을 착취하려 한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2022년 나탈리 로스 국제해양법학술회(ICLS) 당시 부회장은 블루이코노미를 악용하는 ‘청색식민주의’가 등장했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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