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서부 아프리카 가봉이 해양생태계를 보호하는 조건으로 국가 부채 일부를 탕감받았습니다.

지난 15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가봉은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환경-채무 스와프(Debt for nature swap·이하 환경스와프)’를 체결했습니다.

환경스와프란 개발도상국의 부채를 은행이나 전문투자사가 매입해 더 저렴한 형태의 대출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대개 선진국 금융사 등이 개도국 국채를 떠안는 대신, 해당 개도국은 변제된 채무를 환경에 투자합니다.

 

“국가 채무, 청색채권으로 전환”…채권 등급 3번째로 높은 Aa2 😮

아프리카에서 환경스와프를 체결한 국가는 가봉이 최초입니다.

사실 2018년 동아프리카 섬나라 셰이셸이 아프리카 국가 최초로 환경스와프를 체결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셰이셸 정부는 국가채무 일부를 상환하는 조건으로 인근 21만㎢(제곱킬로미터) 수역을 보호해역으로 지정했습니다. 다만, 이는 채권이 아닌 자선단체를 통해 체결한 것으로 환경스와프에 포함되기 어렵단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이후 2021년과 2022년 카리브해 도서국인 밸리즈와 바베이도스가 환경스와프를 맺었고, 올해 5월 중남미 에콰도르는 에콰도르의 경우 갈라파고스 제도 보존을 조건으로 16억 달러(약 2조 1,300억원) 규모의 환경스와프를 체결한 바 있습니다.

 

 

물론 아프리카 대륙 본토에서 환경스와프를 맺은 것은 가봉이 최초입니다.

가봉의 5억 달러(약 6,700억원) 규모의 국채를 BofA가 매입해 이를 ‘청색채권(Blue Bond)’으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청색채권이란 해양보존과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을 뜻합니다.

이 과정에서 채권 만기는 2038년으로 연장됐습니다. 이자율도 6%대로 하락했습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는 해당 채권의 신용등급을 21개 등급 중 3번째인 Aa2로 평가했습니다. 가나의 국가 신용등급은 17번째인 Caa1이나,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가 위험 보증을 서주며 채권 등급이 상승한 것입니다.

 

가봉 “환경스와프 바탕으로 해양보호구역 및 조업 단속 확대할 계획” 🌊

그 대신 가봉이 향후 15년간 해양생태계 보호를 위해 1억 6,300만 달러(약 2,200억원)를 지출해야 합니다.

가봉은 멸종위기종 상당수가 서식하는 지역입니다. 혹등고래, 아프리카매너티 등을 포함해 멸종위기 해양생물 162종이 서식합니다. 특히, 멸종위기종인 장수거북의 최대 번식지가 가봉에 있습니다.

이번 환경스와프를 바탕으로 가봉은 해양보호구역을 기존 26%에서 30%까지 확대할 방침입니다. 또 연간 500만 달러(약 67억원)를 조업 단속에 사용한단 구상도 내놓았습니다.

알리 봉고 온딤바 가봉 대통령은 성명에서 “녹색·청색금융 메커니즘이 가봉과 같은 국가에게 도움이 될 것이란 희망을 준다”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가봉 정부에 자문을 제공한 미국 비영리단체 국제자연보호협회(TNC)는 이번 환경스와프가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그리고 개도국 부채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했다고 평가했습니다.

 

▲ 대서양 연안에서 가봉 어부들이 상어를 잡은 모습. ©Tim Collins, WCS

가봉·BofA 환경스와프 체결, 실제 환경 및 생물다양성 보존에 도움될까? 🤔

다만, 환경스와프가 이름 그대로 환경에 도움이 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시선도 있습니다.

전문투자사 아브던(Abrdn)의 앤드류 스태너스 이사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가봉의 생태계 보존 약속이 어떻게 이행될지 또 가봉이 이행 불능에 빠질 경우 DFC의 위험 보증이 어떻게 작동될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무디스는 가봉이 공공재정 관리에 취약하고, 외부 채권에 대한 지속적인 연체 기록을 보유하고 있단 점을 부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탕감 예정 부채 규모가 가봉 전체 부채의 약 4%에 불과하단 점도 한계라고 주요 외신은 꼬집었습니다.

아울러 가봉은 국가 전체 수입의 3분의 1을 석유 산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이같은 ‘녹색전환’과 관련한 신용 위험이 되려 클 수 있단 우려도 나옵니다.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의 신흥국 담당 최고투자책임자인 리차드 하우스는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고 FT에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번 가봉의 환경스와프 체결이) 20억 달러(약 2조 6,7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보유한 케냐 등 부채 문제에 직면한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에게도 매우 긍정적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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