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가 최근 연례주주총회를 진행한 결과, 심해채굴을 반대하자는 주주 결의안이 부결됐습니다. 테슬라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본사에서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각) 주총을 열었습니다.
19일 회사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테슬라 전체 주주의 78%가 심해채굴 저지 결의안에 반대표를 행사했습니다.
해당 결의안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행동주의 투자자 ‘애즈유소우(AYS·As You Saw)’가 제안했습니다.
테슬라 주총서 ‘심해채굴 모라토리엄’ 제안…“삼성SDI 등 49개 기업 가입” ⛏️
심해채굴은 수심 200m 이상의 해저에서 니켈·망간 등 광물을 채굴하는 것을 말합니다. 단, 아직 상업적 목적의 심해채굴은 불가능합니다. 심해자원 관리를 감독하는 국제해저기구(ISA)는 현재까지는 시범 채굴과 자원 탐사만을 허가하고 있습니다.
그간 AYS는 무분별한 심해채굴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캠페인을 펼쳐왔습니다. 심해채굴이 해양생태계의 서식지와 생물다양성 손실을 야기할 수 있을뿐더러, 해양 탄소흡수능력 역시 떨어뜨린단 것이 주된 이유였습니다.
이에 AYS는 테슬라에 ‘심해채굴 모라토리엄(일시적 중단)’을 약속해 달라고 요구하는 주주 결의안을 제출합니다.
이는 세계자연기금(WWF) 등이 주도한 이니셔티브입니다. 이른바 ‘심해채굴 모라토리엄(중지)을 지원하는 비즈니스 약속’*입니다. 2021년 4월 출범했습니다.
심해채굴의 환경적 안전성이 확인되기 전까지 채굴을 연기하자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총 49개 기업이 가입돼 있습니다. 국내 기업 중에는 삼성SDI가 유일하게 가입돼 있습니다.
자동차 기업 중에서는 ▲BMW그룹 ▲볼보그룹 ▲폭스바겐그룹 ▲폴스타 ▲스카니아 등이 가입돼 있습니다. 배터리 기업 중에는 스웨덴 노스볼트 역시 가입돼 있습니다.
이들 기업 모두 심해채굴에 자금을 지원하지 않고, 심해채굴로 얻은 금속도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테슬라는 아직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Business Statement Supporting A Moratorium On Deep Sea Mining

AYS, GM에도 심해채굴 모라토리엄 제안…“주총서 부결” 🗳️
테슬라는 앞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AYS의 주주 제안을 생략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통상 미 상장기업은 SEC와 주주 제안을 논의합니다. 주주 제안 안건을 배제하려면 그 사유를 자세히 담아 SEC에 서류를 제출해야 합니다.
공급업체 선정과 원자재 관리는 주주의 직접 감독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단 것이 테슬라의 주장입니다.
허나, 3월 SEC는 테슬라의 이같은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SEC는 “(AYS의 제안은) 일반적인 경영 문제를 초월한다”며 “광범위한 사회적 영향을 다룬다”고 밝혔습니다.
덕분에 해당 안건은 주총에 상정됐으나, 주주들은 반대표를 행사했습니다.
AYS는 이달 4일 열린 제너럴모터스(GM) 주총에서도 심해채굴을 반대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GM 역시 테슬라와 함께 심해채굴 모라토리엄에 가입하지 않은 미국 자동차 업체입니다.
GM 주주들 역시 해당 안건을 부결했습니다. 단, 전체 주주 중 12%가 해당 안건을 지지했습니다. 이에AYS는 2025년 주총에 같은 안건을 재상정한다는 방침입니다.
테슬라·GM서 부결된 심해채굴 반대안…“국제사회 주요 쟁점으로 부각” 🤔
테슬라와 GM 모두 주총 직전 주주들에게 AYS의 결의안에 반대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양사 모두 심해광물 조달 결정과 관련해 유연성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는 2025년 말까지 세계 배터리 산업이 전체 수요보다 5배 더 많은 셀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같은기간 전기차 배터리 내 니켈 함량도 올해 대비 25% 감소할 것으로 BNEF는 전망했습니다.
청정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핵심광물 소비와 함량 모두 줄어들고 있는 만큼, 심해채굴에 더 조심스럽게 나아가야 한단 것이 기관의 전망입니다.
일단 주주들의 반대로 일단락되긴 했으나 이번 투표 결과는 심해채굴을 둘러싼 갈등 단면을 보여줍니다.
현재 심해채굴은 국제사회의 뜨거운 쟁점 중 하나입니다. 지난 5월 WWF가 노르웨이 정부의 심해채굴 계획을 고소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올해 초 노르웨이 의회는 자국 내 북극해 광물자원 탐사와 채굴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WWF 노르웨이 지부는 이같은 결정이 “위험한 선례를 세웠다”며 “노르웨이 해저광물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ISA는 2016년부터 심해채굴과 관련한 규정안을 만들려고 했으나 국가 간 의견차로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현재까지도 관련 규정은 없는 상태입니다. ISA는 올해 안으로는 관련 규정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ISA가 현재 탐사를 승인한 심해채굴 계약은 총 31건. 이중 30건이 현재 진행 중입니다.
중국이 5건으로 가장 많고, 러시아와 한국이 각각 3건을 차지합니다. 이외에도 브라질·일본·인도·독일·프랑스·영국 등에서도 심해채굴 탐사가 진행 중입니다. 이들 계약 대다수는 민간 기업이 ISA와 직접 계약한 형태입니다.
찬성론자 쪽에서는 기후대응을 위해선 심해채굴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청정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구리·니켈 같은 막대한 양의 광물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중국·인도 등이 지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심해채굴이 해양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심해채굴 과정에서 해저의 탄소저장능력이 훼손될 수 있단 우려도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이 대표적입니다. 실제로 노르웨이가 북극해 심해광물 탐사를 허용하자 유럽의회는 이에 우려하는 성명을 내놓았습니다. 이후 ISA 회원국에게 심해광물 모라토리엄을 지지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6월 기준 독일·스페인·캐나다·멕시코 등 27개국이 심해채굴을 일시 중지 또는 유예해줄 것을 요구한 상황입니다. 이중 심해채굴 금지를 촉구한 나라는 프랑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