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탄소상쇄 프로젝트가 대표 자발적 탄소시장(VCM) 인증기관의 등록부에서 자진 철회됐습니다.
탄소컨설팅 기업 카본그린인베스트먼트(CGI)는 베라의 탄소상쇄 프로그램 ‘VCS GHG’ 등록부에서 2개 프로젝트를 철회한다고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각) 발표했습니다.
CGI의 성명에 따르면, 철회 대상은 아프리카 최대 탄소상쇄 프로젝트인 ‘카리바 레드플러스(REDD+)’와 ‘치리사 REDD+’입니다.
그중 카리바 REDD+는 지난해 10월 과대 판매 논란이 불거진 직후부터 중단된 상태였습니다. 치리사 REDD+ 프로젝트는 아직 개발 중인 단계였습니다.
10일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JP모건체이스 등 업계 전문가들은 CGI의 이번 결정이 탄소상쇄 프로그램의 주요 보험 메커니즘을 약화시킬 것이란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CGI는 철회 이유에 대해 카리바 REDD+ 중단 이후 7개월간 베라와의 협력 과정에서 문제를 겪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구설수 오른 카리바 REDD+, 무슨 일 있었길래? 🤔
REDD+는 개발도상국 산림의 벌채, 황폐화 등을 방지하여 산림 흡수원을 보존하는 사업을 말합니다. 카리바 REDD+는 그중에서도 남아프리카 짐바브웨 일대에서 진행 중이었습니다.
2011년부터 약 12년간 운영 중인 대형 프로젝트입니다. 3,600만여개의 탄소크레딧이 발행됐습니다. 이중 그중 2,300만여개가 판매됐습니다. 이를 통해 CGI는 총 1억 달러(약 1,370억원)가량의 수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던 작년 7월 독일 주간지 디차이트 등 유럽 언론 3사의 현장 취재로 카리바 REDD+ 프로젝트 내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지금까지 제기된 문제는 ▲탄소크레딧 과대발행 ▲지역사회 환원 소홀 ▲최고경영자(CEO) 횡령 ▲트로피 사냥권* 판매 등입니다.
이에 그해 10월 베라는 카리바 프로젝트에 대한 체계적·고강도 조사를 발표했습니다. 프로젝트는 즉각 중단됐으며, 베라는 약 7개월째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트로피 사냥: 오락적인 목적으로 야생동물을 사냥해 상(트로피)처럼 챙기는 행위.
CGI, 7개월 만에 자진 철회 선언 “손실 심각…더는 못 믿겠다” 📢
그러던 지난달 30일, CGI가 돌연 프로젝트의 자진 철회를 선언하며 카리바 REDD+에 세간의 주목이 다시금 쏠렸습니다.
CGI의 발표는 두 REDD+ 프로그램을 베라의 등록부에서 다른 VCM 인증기관으로 이전한다는 것입니다. 단, 어느 기관에 등록 중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베라와 양대 인증기관으로 꼽히는 골드스탠다드(GS)는 아닐 것으로 전망됩니다. GS는 배출권 과대산정 등으로 REDD+ 등록을 받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프로젝트의) 효과적인 관리와 운영에 대한 방해”로 인해 사업 전반이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란 것이 CGI 측의 설명입니다.
그간의 베라와의 문제사항으로 CGI는 크게 4가지를 꼽았습니다.
① 협력: 시의적절하고 건설적인 응답을 얻는데 어려움을 겪어 사업의 불확실성이 장기간 지속.
② 커뮤니케이션: 문의사항 처리 및 정보 접근이 지속적으로 지연되며 영업 및 관리에 어려움.
③ 계정 접근 및 투명성: 정보 접근 배제와 베라의 수정으로 인해 운영의 투명성·무결성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
④ 프로젝트 영향: 이러한 관리 상의 문제로 평판 손실 및 재정적 손실이 발생.
스티븐 웬젤 CGI CEO는 “이러한 행정적 문제로 인해 모든 관련 기업들의 평판이 손상되고 재정적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CGI는 성명을 통해 베라 내 REDD+ 등록을 철회하지만 “새로운 (인증기관의) 프로그램 등록 과정 중”이라며 “프로젝트의 미래에 낙관적이다.”고 밝혔습니다.
“무책임하게 도망가는 태도”…베라 성명서 날선 비판 쏟아내 💬
같은날 베라 역시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먼저 베라는 프로그램 등록과 철회 등은 사업자의 자발적 행동이란 점을 언급했습니다.
동시에 프로젝트의 신뢰성 문제가 터진 상황에서 CGI의 이같은 행동은 무책임하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성명의 “우리의 목적은 다른 이들에게 책임을 떠맡기고 도망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아니다**”는 문구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또 베라는 CGI와 달리 자신들은 수천 개가 넘는 프로젝트에 환경 및 사회적 무결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프로젝트 검토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나쁜 행위에 적극 대응하는 정직한 조직”이란 위상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단 것이 베라 측의 설명입니다.
조사에 과도하게 시간을 끌고 있다는 CGI 측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볼 수 있습니다.
**Our motivation is not to facilitate any attempt to make a clean getaway, leaving others holding the bag

카리바 REDD+ 등록 철회, 탄소상쇄 사업에 끼칠 영향은? 🤔
CGI가 의사를 밝힌 만큼, 카리바 REDD+는 등록 철회 절차를 밟을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탄소시장의 주요 보험 메커니즘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산림예치계정이란 만일의 위험에 대비해 프로젝트에서 발급된 상쇄크레딧의 10~20%를 별도의 몫으로 떼어두는 장치입니다. 산불·가뭄·병충해 등으로 탄소상쇄가 역전될 경우 사용합니다.
카리바 REDD+의 과대 발행 문제에 대해 그간 베라는 CGI가 산림예치계정을 활용해 해결이 가능하다고 대응해왔습니다.
네덜란드 탄소컨설팅 기업 메이크로프트의 카스퍼 월렛 설립자는 CGI가 베라 등록을 철회할 시 이러한 과정이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모리스 쇼 JP모건체이스 영국 에너지전략 책임자 또한 소셜미디어(SNS)에 이번 사안이 대규모 탄소상쇄 프로젝트 관리의 취약성과 복잡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베라와 CGI 간의 갈등으로 탄소상쇄 프로젝트의 신뢰성과 무결성을 보장하기 위한 메커니즘이 실제로는 얼마나 어려운지가 드러났단 것.
그는 “이번 사안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도구로서 탄소상쇄의 신뢰성과 무결성을 보장하는 메커니즘에 광범위한 질문을 제기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VCM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감독과 보다 투명한 참여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쇼 책임자는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