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가 화석연료 중심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한 지 두 달도 안 돼 중대한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으로 촉발된 글로벌 원유 가격 폭락 여파로, BP의 시가총액은 단숨에 25% 가까이 증발했습니다.
시장 충격은 2010년 딥워터 호라이즌 사고 당시보다 심각합니다. 단순한 가격 급락 그 이상입니다.
무역전쟁 우려 속에서 세계 원유 수요가 위축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BP는 경영진 사임과 행동주의 투자자의 압박, 그리고 녹색 전략 포기에 따른 주주들의 반발이라는 삼중고를 맞이했습니다.
이번 주 열리는 주주총회는 BP가 과연 ‘탄소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석유로의 회귀, 재출발부터 흔들 🔄
BP의 전략 전환은 시작부터 위태로웠습니다. 지난 2월 발표한 ‘근본적인 전략 재설정(fundamental reset)‘은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한 선언이었습니다.
그러나 1분기 실적부터 예상을 밑돌면서, 계획에 균열이 생겼습니다.
석유와 가스 생산량 부진과 가격이 약세를 보인 트레이딩 실적은 회귀 전략이 기대만큼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은 BP의 다음 행보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UBS의 애널리스트 조슈아 스톤은 “(BP에게) 부채 축소와 매장량 보충 등 후속 조치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지금의 시장 상황은 그마저도 어렵게 만든다”고 평가했습니다.
BP, 경쟁사보다 더 큰 타격 📉
트럼프발 관세 쇼크 이후, BP는 글로벌 메이저 석유기업 중 가장 큰 주가 하락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초 이후 BP 주가는 17% 하락했으며, 이는 쉘(약 8%)이나 미국의 엑손모빌·쉐브론(각각 7%)보다 두 배 이상 큰 폭입니다.
모닝스타의 애널리스트 앨런 굿은 “BP는 경쟁사 대비 특히 위태로운 위치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쉘 등은 자산구조가 탄탄해 위기 대응력이 뛰어난 반면, BP는 더 큰 변동성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엘리엇 행동주의 투자자의 압박 🗳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은 BP 경영진에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며, 경영진 교체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공개적인 비판은 없지만, 내부적으로 주요 투자자들과의 협의는 진행 중입니다.
한편, BP의 주요 주주 중 하나인 리걸 앤 제너럴 그룹은 헬게 룬드 회장의 재선출에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룬드 회장은 이미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주주들은 더 빠른 이행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산 매각 전략에도 차질 💸
BP는 200억 달러(약 28조 원) 규모의 자산 매각으로 부채 축소를 꾀하고 있지만, 시장 불황으로 계획마저 난항에 빠졌습니다.
윤활유 사업부 캐스트롤(Castrol)은 매각 대상으로 평가액 100억 달러(14조 원)를 기대했지만, 실제 성사 시 60억~70억 달러 (약 8~10조 원) 수준에 머물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또한, 태양광 개발사 라이트소스(Lightsource) 지분 50% 매각도 추진 중입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비핵심 사업 매각은 BP의 과도한 부채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재깍 재깍’ 시간은 BP의 편이 아니다 ⏳
BP는 경쟁사보다 2년 늦은 전략 전환의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모닝스타의 앨런 굿은 “경쟁사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가가 고점일 때 부채를 줄였지만, BP는 지금처럼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선 시점에 재무 구조를 정비하려 한다”며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CEO 머레이 오친클로스는 ‘몇 주와 몇 달’의 전략 실행으로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글로벌 경제는 악화 일로입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 OPEC+의 생산 증가, 월가의 유가 하향 전망이 겹쳐, BP에 주어진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기후 행동가들의 반발은 잠복 중 🌍
BP의 화석연료 회귀 결정은 기후 시민사회의 강한 반발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영국 런던 본사 앞에서는 익스팅션 레벨리온(Extinction Rebellion) 활동가들이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강경한 주주 행동주의 그룹 ‘팔로우 디스(Follow This)’조차도 이번 주주총회에 배출량 감축 결의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하면서, 기후 이슈에 대한 주주 압박은 일시적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입니다.
BP의 전략 변화는 단지 에너지 기업의 재편을 넘어서 투자자, 시민사회, 글로벌 정치가 얽힌 거대한 충돌의 축소판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