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역내외 메탄(CH4) 감축을 위해 화석연료에 제동을 걸 방침입니다.
EU 이사회는 ‘메탄 배출 추적 및 감축에 관한 규정(이하 메탄 규제)’을 채택했다고 지난 27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헝가리를 제외한 남은 26개 모두 EU 회원국이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U의 메탄 규제는 2030년부터 EU가 정한 메탄 배출 제한 기준을 넘어서는 화석연료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특히, 대(對)EU 화석연료 수출기업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됩니다.
앞서 지난해 11월 EU 집행위원회와 유럽의회 그리고 EU 이사회가 최종 합의한 바 있습니다.
이번 법안은 이로써 모든 입법 절차가 마무리돼 최종 발효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규제는 관보 게재 20일 뒤부터 발효됩니다.
적용 시기는 사항별로 다르며, 이르면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됩니다.
EU, 메탄 감축 위해 ‘수입산 화석연료’에 칼 빼 들었다 🗡️
메탄 규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측정·보고·검증(MRV) 의무화 ▲메탄집약도 규제 ▲메탄배출 예방 및 감축 조치 ▲EU 역외 메탄배출량 추적 등입니다.
EU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역외 기업에게도 의무가 적용된다는 점이 공통된 특징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MRV 의무화
먼저 유럽 화석연료 기업에 메탄배출량의 측정·보고·검증(MRV)이 의무화됩니다. 화석연료 수출기업에도 역내 기업과 동일한 MRV 의무가 단계적으로 도입됩니다.
석유·가스·석탄 등 화석연료는 각각의 출처별로 매 배출량을 측정해야 합니다. 그 후 배출량 보고서를 작성하며, 보고서에 대한 검증도 받아야 합니다. 배출량에 대한 정보는 해당 자산이 위치한 관할 EU 회원국에 매년 제출해야 합니다.
2️⃣ 메탄집약도 규제
화석연료 수출기업은 EU 역내 시장에 수출한 화석연료의 메탄집약도를 보고해야 합니다. 메탄집약도는 화석연료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메탄배출량의 정도를 말합니다.
수출기업은 2028년부터 메탄집약도를 보고해야 합니다. EU 집행위가 설정한 최고 기준을 넘을 시 주기적으로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과징금 부과 시기는 2030년부터입니다.
단, 아직 방법론은 없는 상태입니다. EU 집행위는 메탄집약도 산정을 위한 방법론도 곧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국제 메탄 측정 표준화 협의체’를 통해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천연가스 공급만 내 메탄 MRV를 위해 출범한 협의체입니다. 한국 역시 EU와 함께 창립회원으로 가입돼 있습니다.
3️⃣ 메탄배출 예방 및 감축 조치
화석연료 기업과 EU 회원국 모두 메탄배출 예방과 감축을 위한 조치가 의무화됩니다.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일상적인 ‘벤팅(Venting)’과 ‘플레어링(Flaring)’이 금지됩니다. 이는 화석연료 생산시설에서 배출되는 천연가스를 방출(벤팅)하거나 소각(플레어링)하는 행위를 일컫습니다.
이는 2025년부터 점진적으로 금지됩니다. 생산시설에서 발생하는 메탄배출에 대한 누출 감지와 수리 또한 의무화됩니다.
한편, 27개 EU 회원국은 자국 내 중단된 폐유정·폐탄광 목록을 작성해야 합니다. 이들 시설에서 누출되는 메탄 배출도 감축해야 합니다.
기업들의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보장하기 위한 정기적인 검사를 수행할 의무가 각 회원국 정부에게 부여됩니다.
4️⃣ EU 역외 메탄배출량 추적
EU 집행위는 수입 화석연료로 인한 메탄배출량도 추적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글로벌 메탄 모니터링’ 도구를 수립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석유·가스·석탄 수입으로 인한 메탄 배출량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메탄이 대량 배출되는 사고, 일명 ‘과잉배출(super-emitting)’에 대한 신속한 경보 메커니즘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종의 조기경보시스템이란 설명입니다.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효과 30배 ↑, 메탄 잡아라 💭
EU가 메탄배출 억제를 위한 규제를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 규제는 EU의 ‘핏 포 55(Fit for 55)’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됐습니다. 2030 기후목표인 ‘1990년 대비 2030년 배출량 최소 55% 감축’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 패키지를 말합니다.
카드리 심슨 EU 집행위 에너지 정책담당 위원은 “메탄은 지구온난화와 대기오염에 이산화탄소 다음 가는 요인”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최대 30배 높은 온실가스입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메탄이 지금까지의 지구온난화에 약 30%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합니다.
특히, 수출기업에 대한 규제가 필요했다는 것이 EU 집행위의 입장입니다. EU 역내에서 소비되는 화석연료 상당 부분이 수입되기 때문입니다. EU 집행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화석연료 소비량에서 수입이 차지한 비중은 석유는 97.9%, 천연가스는 97.6%에 달합니다.
심슨 위원은 이번 규제가 메탄배출의 투명성을 높이고 EU 및 전 세계의 메탄 배출을 줄이기 위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세계 메탄배출량 ‘3분의 1가량’ 감축 전망…미국·러시아 영향 불가피 🤔
EU의 화석연료 메탄 배출 규제는 2021년 ‘국제메탄서약’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 서약은 세계 메탄배출량을 2030년까지 2020년 대비 최소 30% 삭감한단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2021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계기로 EU와 미국이 설립을 주도했습니다.
미국 역시 2038년까지 메탄 배출량을 80% 감축한단 규제를 지난해 12월 확정한 상황입니다.
미국에 이어 EU까지 메탄 감축을 본격화함에 따라 세계 메탄 감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미국 비영리단체 청정대기태스크포스(CATF) EU 담당인 알레시아 비론은 이번 규제가 “석유·가스로 인한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을 3분의 1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EU가 세계 최대의 석유·가스 수입시장이라는 것이 그의 근거입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규제가 미국·알제리·러시아 등 주요 천연가스 기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습니다.
반면, 유럽 내 주요 천연가스 생산 국가인 노르웨이의 경우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천연가스 생산국 중 메탄집약도가 가장 낮은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노르웨이의 대표기업 에퀴노르의 석유·가스는 평균 메탄 집약도가 0.02%에 불과합니다. 업계 평균의 10분의 1 수준이란 것이 에퀴노르의 주장입니다.
“CSIS, EU 메탄 규제 주요국 정책에 영향 미칠 잠재성 높아” 💭
한편, 이번 EU의 메탄 규제가 다른 국가들의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단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 3일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센터(CSIS)가 내놓은 전망입니다.
CSIS는 EU의 메탄 규제가 추후 다른 국가들이 화석연료 산업에서 메탄 감축을 촉진할 잠재력이 크단 점을 언급했습니다.
또 EU가 메탄 감축을 위해 주요 천연가스 생산업체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하는 초기 단계란 점을 언급했습니다. 한국과 일본 천연가스 업체도 언급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