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체유 개발 기업 퍼펙트데이가 이탈리아 생산 협력 기업 올론으로부터 고소를 당했습니다. 혐의는 계약 위반과 사기 그리고 사기 은폐 혐의 등입니다.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농식품 전문매체 애그펀더뉴스에 따르면, 올론은 미 뉴욕주 대법원에 퍼펙트데이를 고소했습니다. 해당 소송은 12일 제기됐습니다.
이번 사건에 걸린 소송 금액은 1억 3,400만 달러(약 1,850억원)에 달합니다.
올론은 세계적인 원료의약품(API) 생산 기업입니다. 지난 6년간 퍼펙트데이에 유청 단백질인 베타-락토글로불린을 공급해 왔습니다.
퍼펙트데이가 자사와의 생산 계약에도 불구하고, 비용이 저렴한 인도로 공장을 이전하기 위해 “비밀리에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 올론의 주장입니다.
이번 소송은 퍼펙트데이가 경제적 성과 압박으로 인력 감축, 최고경영자(CEO) 교체 등 사업 전략을 조정하는 가운데 불거졌습니다.
美 대체육 선도기업 퍼펙트데이, 韓 기업도 주목 👀
2014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립된 퍼펙트데이. 미생물 기반 ‘정밀발효’ 기술로 대체유를 생산합니다. 젖소에서 추출한 단백질 생성 유전자에 미생물을 넣고 발효하는 방식입니다.
덕분에 기존 우유보다 물소비량은 99%, 온실가스 배출량은 97% 적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입니다.
퍼펙트데이는 2019년, 세계 최초의 비(非)동물성 유청 단백질 상업화에 성공하며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해당 제품은 아이스크림과 크림치즈 등 유제품부터 단백질 보충제 등 여러 제품에 원료로 사용됩니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2021에는 3억 5,000만 달러(약 4,824억원) 조달에 성공하며 유니콘 기업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지난 1월에는 9,000만 달러(약 1,180억원) 규모의 시리즈 E 투자에 성공했습니다.
이로써 퍼펙트데이가 조달한 투자금은 총 8억 150만 달러(약 1조 1,036억원)에 달합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 SK그룹의 지분도 상당합니다.
SK그룹은 2020년 540억 원, 2021년 추가로 650억 원을 투자하며 깊은 관심을 드러냈습니다. 작년 1월에는 세계 최대 기술박람회 ‘CES 2023’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퍼펙트데이가 만든 아이스크림을 먹어 국내에서도 화제를 모았습니다.
시리즈 E 조달 3개월만에 법정 공방…계약 위반 및 사기 혐의 ⚖️
시리즈 E 투자에 성공하며 날개를 단 듯했던 퍼펙트데이는 왜 거액의 소송을 당하게 된 것일까요?
퍼펙트데이를 고소한 올론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지난 6년간 퍼펙트데이에 올론은 대체유 생산에 필요한 유청 단백질 원료를 제공했습니다.
또 공급량 확대를 위해 올론이 생산시설에 8,100만 유로(약 1,2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단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향후 퍼펙트데이의 글로벌 진출에 따라 방대한 양의 원료를 공급함으로써 상당한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했단 것이 사측의 설명입니다.
그러나 올론과 퍼펙트데이의 거래는 2023년 8월 돌연 중단됐습니다. 올론 측은 다음달인 9월에야 퍼펙트데이의 계획을 알게 됐다고 말합니다. 퍼펙트데이가 2022년 연말 구입한 인도 공장으로 모든 시설을 이전할 계획이었단 것.
올론은 퍼펙트데이가 “(2022년에) 인도 공장이 올론의 시설을 대체하는데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혔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따라 “최소 5년간의 지속적인 협력을 기대했다”며 생산시설에 투자했단 사실도 밝혔습니다.
소장에서 올론 측은 퍼펙트데이의 계약 위반으로 인해 1억 1,200만 달러(약 1,544억원) 규모의 부채를 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퍼펙트데이가 사업을 유지할 것처럼 사기를 쳤기 때문에 타기업과의 대체 수익원을 개발할 기회를 놓쳤다고 올론은 주장했습니다.
이로 인한 추가 피해(3,400만 달러)까지 포함해 총 1억 3,400만 달러를 배상할 것을 퍼펙트데이에 요구한 상황입니다.
퍼펙트데이, 공격적 확장 나선 까닭?…B2B 전환·글로벌 확장 때문 🌐
퍼펙트데이가 소송을 당한 배경에는 공격적인 확장 정책이 자리합니다.
퍼펙트데이의 초기 전략은 소비자에게 대체유제품을 직접 생산·판매하는 B2C 모델이었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확장을 위해서는 대규모 식품 기업과 협력을 맺어야 했습니다. 세계 최대 제과업체 마스리글리와의 협력이 대표적입니다.
이처럼 B2B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생산시설이 뒷받침돼야 했습니다. 2022년 미국 유타주에 5,500제곱미터 규모의 공장을 인수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동시에 퍼펙트데이는 인도로의 생산시설 확장도 추진합니다. 인도 제약 기업 스털링바이오테크의 공장 2곳을 인수한 것. 인건비 등 생산비용을 절감할뿐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시장으로의 확장까지 염두에 둔 선택이었습니다.
이후 2022년 11월, 인도 정부의 승인을 받아 생산시설 인수까지 완료합니다.
당시 사장을 맡았던 나라얀 TM 퍼펙트데이 현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세계 곳곳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인도에서의 확장은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올론과의 거래 중단과 소송은 이러한 공격적 확장 정책의 부작용으로 진단됩니다.
그리고 이는 이번만이 아닙니다. B2B 활동에 집중할 것이라 밝힌 작년 7월, 퍼펙트데이는 소비자 부문 직원을 대거 해고했습니다. 전체 직원의 약 15%가 해고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설립 10년 차, 실적 압박에 CEO 사임까지 “퍼펙트데이 미래는?” 🤔
일각에서는 퍼펙트데이의 공격적인 확장 정책이 강한 실적 압박 때문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이는 지난 1월 시리즈 E 투자를 계기로 퍼펙트데이 공동설립자인 라이언 판드야와 페르말 간디가 사임을 밝힌 것과 관련됩니다. 대신 나라얀 TM 사장이 임시 CEO를 맡았습니다.
글로벌 벤처캐피털(VC) 이더블플래닛벤처는 나라얀 임시 CEO에 대해 “지속적인 수익성을 향한 길을 안내하는데 자연스러운 적임자”로 간주된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퍼펙트데이 또한 “회사 역사에서 중요한 순간”이라며 “기업가적 근원에서 보다 성숙하고 확장 가능한 단계로의 전환을 상징한다”고 밝혔습니다.
CEO 교체는 주요 투자사인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과 홍콩 최고 부호 리카싱의 전문 투자사인 호라이즌벤처스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즉, 설립 10년차를 맞아 투자자들로부터 이익 실현에 대한 강한 압박이 계속되고 있는 것.
한편, 올론의 소송 소식이 알려진 후 업계 관계자들은 퍼펙트데이의 행보에 우려를 표했습니다.
아일랜드 식품투자사 어스퍼스트푸드벤처의 브라이언 루슈치크 CEO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전체 산업과 동료 스타트업에 대한 불의”라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미국 식품업계 전문가이자 공중보건 변호사인 미셸 사이먼은 또한 잇저스트의 소송을 암시하며 “비대해진 스타트업들이 청구서를 외면하는 것이 추세가 된 것 같다”고 꼬집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