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대체계란으로 시작해 배양육 산업에 한 획을 그은 미국 푸드테크 스타트업 잇저스트(Eat just).

잇저스트가 지난 1일(현지시각) 1,600만 달러(약 213억원)의 신규 자금을 확보했지만 경영 악화를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단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여기에 최근 생물반응기(바이오리액터) 제조기업으로부터 대금 미납 문제로 연이어 고소를 당한 사실도 알려졌습니다.

잇저스트는 식물성 대체계란 ‘저스트 에그’와 함께 배양육 브랜드 ‘굿미트’를 개발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2020년 싱가포르에서 세계 최초로 닭고기 배양육 시판을 시작하며 선두기업에 올랐습니다.

지난 6월에는 또다른 배양육 스타트업 업사이드푸드(Upside Foods)와 함께 미 농무부(USDA)로부터 닭고기 배양육 시판을 승인 받으며 배양육 산업의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그런 잇저스트가 경영 악화에 고소라니, 어떻게 된 일일까요?

 

잇저스트 1,600만 달러 추가 조달에도 “더 많은 자금 필요” 💰

잇저스트는 미 비건 전문 투자사인 베지인베스터(VegInvest)와 비영리단체 아힘사재단(Ahimsa Foundation)으로부터 추가 자본을 조달했습니다.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블룸버그통신은 1,600만 달러라고 전했습니다.

이들 투자사는 잇저스트의 저스트 에그가 파일럿 규모일 때부터 초기 투자를 지원했던 곳입니다. 덕분에 저스트 에그는 식물성 계란 분야에서 99%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었다고 잇저스트는 밝힌 바 있습니다.

투자액은 저스트 에그와 굿미트 운영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 지난 2020년 싱가포르의 굿미트 생산시설 착공식에서 연설하고 있는 조쉬 테트릭 최고경영자의 모습. ©Eat just

시장조사기관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잇저스트가 이전까지 조달한 투자액은 9억 7,850만 달러(약 1조 2,650억원)에 달합니다.

그러나 이들 금액이 미국 내 배양육 시설 구축에는 부족하단 것이 잇저스트의 설명입니다.

조쉬 테트릭 잇저스트 공동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내 배양육 시설 구축을 위해서는 더 많은 금액을 추가로 조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테트릭 CEO는 식물성 계란에서 배양육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 회사가 처음에 예상했던 비용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어갔다고 덧붙였습니다.

 

▲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잇저스트는 지난 3월과 8월 생물반응기 생산기업들으로부터 대금 지불 미이행으로 연이어 고소를 당했다. ©Eat just

2022년 세계 최대 배양육 시설 구축 발표…2023년 잇달은 ‘고소’로 돌아와 ⚖️

자금 부족에 시달리던 잇저스트는 급기야 대금 납부 지연 문제로 협력사와 소송에 휘말렸습니다.

미국 푸드다이브 등 주요 외신들은 지난 8일(현지시각) 생물반응기(바이오리액터) 생산기업 에이백(ABEC)이 대금 지불 지연 문제로 잇저스트와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잇저스트의 배양육 사업부인 굿미트는 배양육 생산을 늘리기 위해 작년 5월 에이백과 다년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향후 7년 간 25만 리터 규모의 생물반응기 10대를 설계·제조·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완공된 시설에서는 최대 3,000만 파운드(약 1만 3,600㎏)의 배양육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러나 에이백은 자사가 생물반응기 제작을 이행하고 있음에도 굿미트가 3,000만 달러(약 400억원)가 넘는 대금을 지불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 미국 미주리주 스프링필드에 구축된 에이백의 생산시설 내 설치된 생물반응기의 모습. ©Eat just

고소장에서 에이백은 굿미트가 “반복적인 (지불) 실패와 약속 위반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굿미트가 “처음부터 비참할 정도로 자본이 부족하다”고 비난했습니다.

당시 발표한 전체 계획에 10억 달러(약 1조 3,000억원) 이상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았고, 그중 에이백에 대한 지불액만 절반을 넘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에이백은 해당 소송이 지난 3월 펜실베이니아주 동부 지방법원에 제기됐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또다른 생물반응기 기업 ‘CRB엔지니어(CRB Engineers)’도 사업 대금이 지금까지 1원도 지급되지 않았다며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미주리주 서부 지방법원에 굿미트를 고소한 상황입니다.

 

▲ 식물성 대체단백질 업계는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로 수요가 둔화하며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Eat just

배양육 줄소송, 식물성 대체육 부진에 엎친데 덮친격 📉

이번 소송은 잇저스트의 다른 사업 부문인 식물성 대체단백질 산업이 부진을 겪고 있단 점에서 더욱 뼈 아픕니다.

연이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로 수요가 둔화하며 식물성 대체단백질 업계가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입니다.

한편, 대체단백질 업계 강자들도 휘청거리는 상황입니다.

식물성 대체육 업계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임파서블푸드(Impossible Foods)와 비욘드미트(Beyond Meat) 모두 지난해부터 수차례의 인원 감축을 진행했습니다.

잇저스트 또한 올해 2월 저스트 에그 사업부의 직원 18%를 해고했습니다. 당시 테트릭 CEO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판매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대체계란 전 품목에서 수익성이 없으며 비용 절감이 필요하다 밝혔습니다. 당시 저스트 에그가 판매한 대체계란은 일반 계란 약 3억 6,000만 개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그는 해고 외에도 원가 절감, 운영 통합, 생산 효율성 증대 등 비용 절감을 위해 20여가지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SVB는 보고서에서 기후테크 내 30개 기술의 성숙도를 나타낸 하이프 커브를 시각화해 제공했다. 그 중 대체단백질은 기대 정점을 지나 환멸단계로 접어드는 사이에 위치했다. ©SVB 제공, greenium 번역

‘환멸 단계’ 접어든 대체단백질,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까 🤔

잇저스트의 경영난은 지금 대체단백질 업계가 처한 어려움을 잘 보여줍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지난 6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체단백질은 기대 정점을 지나 환멸 단계에 접어든 상태입니다.

미국 정보기술 연구 자문회사인 가트너(Gartner)가 개발한 개념인 하이프커브(Hype Curve)에 따르면 기술의 발전 주기는 크게 5단계로 나뉩니다.

그 중 환멸 단계는 기술이 촉발되고(기술 촉발기) 대중의 관심을 받은 이후(기대 정점기) 다수의 실패 사례가 나오면서 시장의 기대와 관심이 위축되는 상황을 말합니다.

실제로 식물성 대체단백질의 경우, 최근 축산업계와 일부 미디어로부터 초가공·화학첨가물 비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일찍이 상용화된 식물성 대체단백질 제품을 접한 대중들이 맛과 풍미 문제로 실망한 탓도 큽니다.

반면, 배양육은 싱가포르에 이어 미국에서의 승인을 얻으며 이제 막 시장의 시험을 치르고 있습니다. 상용화·대량생산이라는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는지에 따라 환멸 단계를 넘어서느냐가 결정될 것입니다.

문제는 배양육은 식물성 대체단백질보다 맛과 질감에선 우위를 보이나, 필요한 기술력과 자본 부족 장벽은 매우 높다는 것.

이 때문에 굿미트가 협력사와의 소송을 잘 해결하고, 이를 통해 대량생산 및 가격 인하에 성공할 수 있을 지가 대체단백질 산업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기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저작권자(©)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