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3’이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습니다.

지난 5일부터 8일(현지시각)까지 개최된 CES 2023에는 174개국 3,100여 개 기업이 참여해 혁신제품과 신기술을 선보였습니다.

CES 2023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정상 개최됐습니다.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 기업들도 3년 만에 부스를 차렸습니다. 한국에서는 삼성·SK·LG·롯데 등 주요 그룹 관계사가 대규모 부스를 마련했습니다.

덕분에 관람객 규모도 4만 5,000명이었던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 최소 11만여 명이 전시장을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CES는 세계 주요 산업의 트렌드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혁신의 경연장이란 점에서 매년 뜨거운 관심을 받습니다. 그렇다면 올해 CES의 트렌드는 무엇이었을까요?

 

▲ CES 2023을 찾은 방문객들이 롯데 부스에서 메타버스를 시연하는 모습. ©CES

‘초연결·지속가능성·인류안보’ 떠오른 CES 2023 ⭐

CES 2023은 크게 ▲초연결 ▲지속가능성 ▲인류안보 등 핵심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초연결(Hyper-Connectivity)이란, 기기 간 연결이 더 쉬워지며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사용자 맞춤 경험은 더 정교해진단 개념입니다.

특히, 가전업계의 주요 화두로 떠올랐는데요. 가정 안의 모든 기기를 하나로 연결하는 스마트홈 산업이 대표적입니다.

지난해 CES 2022에서 주목받은 친환경 기술과 가치, 즉 지속가능성은 올해도 핵심의제로 다뤄졌습니다. CES 2023에서는 친환경 소재 및 저전력으로의 전환을 통한 지속가능성 달성 등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와 함께 ‘인류안보(Human Security)’도 CES 2023의 핵심 키워드로 제시됐습니다. 이 키워드는 CES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제시했습니다. CTA는 “인류 번영과 존속을 위협하는 것으로부터 인류를 대비하기 위한 기술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는데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및 기후변화로 인해 커져만 가는 식량·에너지·공급망위기를 타파할 기술 대응이 절실하단 뜻입니다. 실제로 CES 2023에서는 식량과 감염병 등 해법 구상을 위한 여러 기술이 제시됐습니다.

 

▲ 세계 1위 농기계제조업체 존디어가 개발한 자율주행 트랙터의 모습. ©John Deere

CES 2023 사로잡은 존디어 ‘자율주행 트랙터’…“최고혁신상 수상해” 🚜

CTA는 CES 참여 기업을 대상으로 매년 혁신상(Innovation Award Honorees)을 수여합니다. 혁신상은 말 그대로 혁신적인 제품에 주어지는 상입니다.

CTA는 28개 부문에 걸쳐 ▲기술성 ▲디자인 ▲혁신성이 뛰어난 제품을 심사해 상을 수여합니다. 이 중 전체 분야를 통틀어 높은 점수를 받은 제품에는 ‘최고혁신상(Best of Innovation)’이 수여됩니다.

CES 2023에서는 총 468개 혁신상이 수여됐습니다. 이 중 23개 제품 및 기술이 최고혁신상으로 선정됐습니다. 올해 CES 최고혁신상 중 단연 화제를 모은 것은 존디어(John Deere)의 ‘자율주행 트랙터’였습니다. 1837년 설립된 존디어는 농기계 세계 시장 점유율 32%에 달하는 세계 1위 중장비 농기계업체입니다.

현재 존디어는 기계를 구매하기 어려운 농장주에게 구독 형태로 자율주행 트랙터를 대여하는 서비스를 계획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미 농기계 업체 존디어의 존 메이 CEO가 5일(현지시각) 개막한 CES 2023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CES

존디어는 CES 2023에서 신제품 파종기 ‘이그잭트 샷(Exact Shot)’도 공개했습니다. 이 파종기는 지면을 향해 씨앗을 한 알씩 규칙적으로 발사하는데, 속도가 1초에 30개에 달합니다. 파종기를 트랙터 1대에 24개 연결할 경우 1초에 720개의 옥수수 씨앗을 심을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는데요.

동시에 파종기 비료를 기존 사용량 대비 60% 줄일 수 있습니다. 이는 파종기에 부착된 센서가 씨앗에 직접 0.2㎖(밀리리터)의 비료만 뿌려 비료 낭비와 유출을 막기 때문입니다.

존디어의 최고경영자(CEO)인 존 메이는 CES 2023 기조연설에서 “기술과 혁신이 농업과 세계 식량 공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메이 CEO는 “2050년까지 세계 인구 100억 명 증가가 전망되나 식량을 생산할 토지와 노동력은 줄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자율주행 기술을 널리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존디어는 2030년까지 트랙터·파종기·제초제 살포기 등에서 완전 자율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메이 CEO는 이를 위해 트랙터를 비롯해 여러 기기가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클라우드 시스템을 강조했습니다.

 

▲ 프랑스 로봇 스타트업 ACWA로보틱스가 개발한 ‘클린 워터 패스파인더’를 시범 운영하는 모습(왼), 로봇이 수도관 곳곳을 돌아다니며(오) 노후화 및 교체 정도를 파악한다. ©ACWA Robotics

‘수도관 매핑 로봇·신선식품 유통기한 선별기’도 CES 2023서 주목받아! 🏆

프랑스 로봇 스타트업 ACWA로보틱스(ACWA Robotics)가 개발한 ‘클린 워터 패스파인더(Clean Water Pathfinder)’도 CES 최고혁신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로봇은 수도관을 따라 움직이는 뱀 모양의 로봇입니다. 수도관 내부를 자율적으로 돌아다니며 지도를 만드는 ‘매핑 로봇’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는데요. 로봇이 수도관 곳곳을 돌아다니며 여러 센서로 부식 및 석회화 정도를 확인합니다.

ACWA로보틱스는 노후화된 수도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당 로봇을 개발했습니다. 단적으로 프랑스 파리에서만 누수로 인해 매년 20% 이상의 수자원 손실이 발생하는데요. 막대한 비용을 들여 수도관을 전면 교체하는 대신 로봇을 활용해 효율성과 지속가능성 확보에 기여하겠다는 취지입니다.

ACWA로보틱스는 현재 프랑스 북동부에 위치한 도시 바스티아에서 시범 운영을 마쳤고, 연내 마르세유 인근에 로봇 생산기지를 구축할 계획인데요. 해당 기술력 덕분에 ACWA로보틱스는 CES 2023에서 스마트시티·지속가능성·인류안보 3개 부문에서 혁신상을 받았습니다.

 

▲ 네덜란드 푸드테크 스타트업 원써드가 개발한 신선식품 유통기한 측정기기의 모습. 숙성기한이 신선할 경우 초록불과 함께 숙성 정도 수치가 표시된다. ©Tech Xplore

한편, 네덜란드 푸드테크 스타트업 원써드(One Third)는 아보카도·바나나 등 신선식품의 유통기한을 알려주는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신선식품 유통기한 측정기기에 과일 등을 갖다 대면 기계에서 나오는 레이저가 과일의 분자 구조를 분석하는 것인데요. 이후 AI가 데이터를 분석해 숙성 정도를 분류하는 방식입니다.

가령 싱싱한 아보카도를 기기에 스캔하면 초록불이 들어오며 ‘먹어도 된다(Ready to Eat)’ 문구와 함께 숙성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가 표시되는데요. 반면, 시든 아보카도의 경우 빨간불과 함께 ‘위태롭다(Critical)’란 경고가 표시됩니다.

원써드는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 매대에 있는 신석식품 상당수가 소비자에게 팔리기도 전에 폐기된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기를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는 농가 및 유통업체와 협력 중인데요. 현재 캐나다의 한 슈퍼마켓에서 해당 기기를 시범운영 중이라고 회사 측 이야기했습니다.

 

▲ CES 2023에 참여한 BMW는 차량의 외장색을 사용자에 맞게 바꿀 수 있는 ‘BMW I 비전 디’를 선보였다. ©BMW

CES 2023 “신제품 깜짝 공개 대신 기업 지속가능 미래상에 초점 맞춰” 🤔

올해 CES에서는 신기술·신제품의 깜짝 공개보다는 개별 기업이 지향하는 미래상의 모습이 좀 더 드러났습니다.

구글·아마존·MS 등 빅테크 기업, BMW그룹·메르세데스벤츠 등 자동차 제조 기업 상당수는 CES 2023에서 양산을 코앞에 둔 기술을 주로 선보였는데요.

아마존은 음성인식 AI 서비스인 ‘알렉사’를 이용해 스마트홈을 제어하는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BMW의 경우 CES 2023에서 차량의 외장색을 바꾸는 기술이 적용된 **‘BMW i 비전 디(BMW i Vision Dee)’**를 공개했습니다. 차량 외장 색상을 사용자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단 점에서 ‘카멜레온 카’로도 불리는데요. 이 기술은 지난해 CES 2022에 선보인 기술에 다양한 색상이 추가된 정도입니다.

소니·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 상당수는 제품 전시 대신 자사의 지속가능경영 전략을 알리는 데 주력했습니다. 이에 대해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글로벌 기업이 최소 투자로 최대 마케팅 효과를 내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