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최근 국제사회가 지정학적 갈등으로 혼란한 가운데 한국 경제 역시 대비가 필요하단 제언이 나옵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한국 경제가 직면한 세 가지 위험’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제언을 내놓았습니다. 보고서는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이 기고했습니다.
25일 그리니엄이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송 선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중장기적으로 “기후대응과 과학·기술 혁명을 적극적으로 수용함으로써 한국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에너지 분야 과학·기술 진보, 세계 경제 질서 구축에 영향 미칠 것” ⚡
송 선임연구원은 혼란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클 5가지 변화를 꼽았습니다.
①지정학적 갈등 ②세계무역기구(WTO) 체제 무력화 ③국가 역할 확대 ④기후변화 ⑤과학·기술 혁명 등입니다.
여기서 지정학적 갈등은 공급망 대란이나 무역비용 상승 등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각국의 보호무역주의와도 연결돼 WTO 체제가 무력화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은 경제 및 사회 안정을 위해 국가 역할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5가지 변화 중에서도 한국에 미칠 영향이 가장 큰 것은 기후변화였습니다. 송 선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는 현재 우리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세계적 문제 중 하나”라며 “극단적인 기후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제6차 종합보고서에 의하면, 화석연료에 기반한 산업화로 인해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1℃ 상승했습니다. 또 대부분 시나리오에서 2030년대 전반기까지 1.5℃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 채택 덕에 온실가스 감축의무는 모든 국가에 부여됐습니다. 협약 채택 전인 교토의정서 체제에서는 선진국에게만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부여됐습니다.
한국 역시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 감축을 목표로 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0 NDC)를 채택했습니다.
송 선임연구원은 “온실가스 감축 비용을 낮추기 위해선 재생에너지 생산 분야의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즉, 기후테크 산업 역시 성장해야 한단 뜻입니다.
이에 대응하고자 바이오·에너지 등 각 분야에서 과학·기술 혁명이 진행 중입니다. 예컨대 핵융합, 에너지 저장, 스마트그리드 같은 에너지 분야 내 사례가 소개됐습니다.
보고서는 “에너지 분야의 과학과 기술 진보를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이 향후 세계 경제 질서 구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韓 경제 위협할 3가지 위험? “보호무역·중국리스크·안보위협” 🤔
이와 별개로 3가지 위험이 한국 경제의 행로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송 선임연구원은 강조했습니다. 3가지 위험이란 ▲중상주의 리스크 ▲중국 리스크 ▲안보 리스크를 말합니다.
먼저 중상주의 리스크는 주요국 산업 정책에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됨에 따라 한국 수출과 투자 나아가 공급망에 미치는 위험을 말합니다.
예컨대 트럼프 전(前) 행정부나 바이든 행정부에서 추진 중인 보호무역주의가 대표적입니다. 정당은 다르지만 두 행정부 모두 보호무역주의를 통해 미국 제조업 부흥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EU, 일본 나아가 인도 등으로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중상주의 위험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성장 전망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송 선임연구원은 우려했습니다.
그다음 중국 리스크는 미국의 중국 견제가 촉발시켰습니다. 대중 제재와 함께 중국 경제와 무역 성장이 정체된 것.
산업통상자원부에 의하면, 2022년 기준 한국의 정보통신산업(ICT) 수출에서 중국 시장 의존도는 43.9%에 이릅니다. 이중 반도체 수출의 중국 시장 의존도는 54.7%에 이릅니다. 다만, 2023년 대중국 수출은 19.9% 감소했습니다. 탈중국 기조 등의 영향이라고 산자부는 분석한 바 있습니다.
송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중국 견제와 디커플링 압박은 우리 수출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중국 리스크는 수출입과 해외 투자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기반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마지막은 안보 리스크입니다. 특히, 대만해협 물류 문제나 중국-대만 전쟁 가능성 등이 가장 큰 위협으로 꼽혔습니다. 이 지역 공급망에 영향을 끼칠뿐더러, 국제무역과 투자 감소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대만 문제로 한국에도 안보 리스크가 생기면, 자칫 이는 국가 존망에 커다란 위협이 될 것으로 그는 내다봤습니다.
송 선임연구원은 “안보 리스크가 현실화하지 않아도, 이런 위험이 잠재돼 있단 사실만으로도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습니다.
“3가지 경제 위험 맞서기 위해선 R&D 활성화 등 기후테크 투자 필요” 🧪
3가지 위험은 당장은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여기에 오는 11월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소속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시 위험이 더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그렇다면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은 어떤 선택과 대응을 할 수 있을까요?
송 선임연구원은 3가지 위험에 맞춰 3가지 대응책을 제시했습니다.
첫째는 중상주의 위험과 중국 리스크에 맞춰 무역과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합니다. 송 선임연구원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이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CPTPP는 일본 주도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자유무역협정(FTA)입니다. 2018년 출범한 CPTPP는 12개국(일본·호주·캐나다·멕시코·칠레·페루·싱가포르 등)이 가입돼 있습니다.
CPTTP 회원국에서 생산된 모든 중간재는 CPTTP 수출국의 자국 생산품으로 인정됩니다. 또 관세 철폐율이 96%로 매우 높은 시장 개방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관세 철폐율이 높아 농어민들의 반대가 높은 상황입니다.
송 선임연구원은 “중상주의 위험과 중국 리스크 완화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CPTTP”라면서도 “협정 체결 후 발생할 농어민의 피해를 전액 보상하는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둘째는 안보 리스크 완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입니다. 그는 “미국, 중국, 대만과 소통을 유지하고 정세를 주의깊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주요 이해관계국과 함께 안보 리스크의 확산이 모두에게 큰 피해를 입힌다는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마지막 셋째는 중장기적 변화, 즉 기후대응에 대비하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와 기술창업에 힘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송 선임연구원은 기후테크 산업에서의 R&D와 창업 등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그는 “3가지 위험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며 “미래의 국제무역 질서는 이전과 다르게 한국 수출에 긍정적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무역 다변화 노력뿐만 아니라 내수 확대 노력, 나아가 기후테크 등 국내 신산업 육성이 필요할 것이라고 송 선임연구원은 촉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