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태양광 웨이퍼·모듈 생산 기업이 대규모 인력 감축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중국 태양광 모듈 기업 ‘론지 그린에너지(이하 론지)’가 전체 직원의 5%가량을 감축할 것이라고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앞서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론지가 인력을 최대 30%까지 감축할 계획이라고 보도한데 따른 것입니다.
이번 인력 감축에 대해 론지는 “시장 변화에 적응하고 조직의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이같은 해명에도 이튿날(19일) 상하이 증권거래소 내 론지 주가는 2.4% 하락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인력 감축에 대해 “최근 수년간 지속됐던 중국 태양광 기업들의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한 것을 나타낸다”고 평가했습니다.
세계 최대 태양광 생산 기업, 급성장 다음은 대규모 해고? 💼
중국 산시성 시안에 위치한 론지. 주요 태양광 모듈 생산 기업 중 한 곳입니다. 웨이퍼 부문에서 세계 1위, 모듈 부문에서는 세계 2위의 태양광 기업으로 불립니다.
25일 기준 시가총액은 1,522억 4,000만 위안(약 28조원)에 달합니다. 주가가 정점을 찍었던 2021년에는 5,424억 위안(약 101조원)을 기록한 적도 있습니다.
2022년에는 이종접합(HJT) 실리콘 태양광 전지에 대해 26.81%의 광전 변환효율을 달성해 세계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광전 변환효율이란 쉽게 말해 빛을 전기로 바꾸는 비율을 말합니다.
중국 기업 중에서 실리콘 태양광 전지 효율에서 세계 기록을 세운 것은 이때가 최초입니다.
론지는 이러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급성장했습니다. 2021년 말 기준 생산용량은 ▲웨이퍼 105GW(기가와트) ▲셀 37GW ▲모듈 60GW에 달했습니다. 이는 2022년 각각 ▲150GW ▲60GW ▲85GW로 증가합니다.
직원 수는 2012년 4,000여명에서 2022년말 6만여명으로 증가했습니다.
2023년에는 8만 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론지가 직원의 3분의 1가량을 해고할 예정이란 블룸버그통신의 보도가 업계에 충격을 준 이유입니다. 단, 론지는 보도 당일 즉각 입장문을 통해 30%가 아닌 5% 감축이라고 일축했습니다.
그럼에도 론지가 대대적인 비용절감을 진행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앞서 지난해 11월 론지는 수천 명의 직원을 해고한 바 있습니다. 인력 감축에 앞서 간식 제공 중단, 출장 예산 절감, 컬러 인쇄 제한 등의 비용절감 조치도 시행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신규 설비 급증에 공급과잉·출혈경쟁 “수익성 악화 심각” 📉
론지가 전격적인 비용절감에 나선 이유는 순이익 감소입니다.
2023년 3분기, 론지의 순이익은 25억 2,000만 위안(약 4,658억원)입니다.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리쩐궈 론지 CEO는 “실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공격적인 가격을 설정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그는 밝혔습니다.
다만, 론지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개별 기업만의 탓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현재 중국 태양광 기업들은 공급과잉과 기업들 간 가격전쟁으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에 의하면, 태양광 산업계의 생산용량이 급증했습니다. 공급량 증가 속도가 수요량 증가 속도를 앞지를 정도입니다.
구체적으로 2022년 기준 세계 태양광 산업 생산용량은 981GW로 추산됩니다. 실 수요 태양광 설비용량(252GW)과 비교하면 4배에 가깝습니다.
더 나아가 수익성도 악화했습니다. 태양광 데이터 기업 PV 인포링크에 따르면, 태양광 모듈 수익은 2022년 1월 와트당 0.27달러(약 360원)에서 지난 2월 와트당 0.11달러(약 150원)로 급락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태양광 기업 일부가 생산비용 이하로 판매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덧붙였습니다.
론지, 美 신규공장 건설 중 “해외 진출 본격화 분석도” 🏗️
일각에서는 론지가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 몸집 줄이기에 나섰단 분석도 나옵니다.
론지는 작년 3월 미국 시장 진출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미국 청정에너지 기업 ‘인베너지’와 합작벤처(JV) ‘일루미네이트 USA’를 설립해 5GW 규모의 태양광 모듈 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입니다.
공장 소재지는 미국 오하이오주입니다. 공장 건설에만 6억 달러(약 8,000억원) 이상이 투자될 예정입니다.
이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대응책으로 분석됩니다.
현재 미국은 다양한 방법으로 중국산 태양광 수입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IRA는 미국 내 청정에너지 생산시설 투자 및 생산에 대해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전자는 투자세액공제(ITC), 후자는 생산세액공제(AMPC)입니다.
즉, 중국 기업으로써는 미국 태양광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선 미국 현지 생산이 필수가 된 것.
일본 투자은행 다이와증권그룹의 데니스 입 분석가는 “론지는 미국 사업 확장을 계속할 것”이라며 “대부분의 인력 감축은 중국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계 10위권 中 태양광 기업, 美 적극 진출 나서 🤔
한편, 해외 진출에 눈을 돌린 중국 태양광 기업은 론지만이 아닙니다.
론지를 포함해 작년에만 5개 중국 기업이 미국 내 공장 건설을 발표했습니다. 모두 태양광 셀·모듈 생산량 세계 10위권 기업입니다.
2023년 1월, 중국 태양광 기업 ‘JA솔라’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2GW 규모의 태양광 모듈 공장 건설을 발표했습니다. 6,000만 달러(약 800억원)가 투자됩니다.
3월에는 세계 최대 태양광 모듈 생산 기업 ‘진코솔라’가 8,137만 달러(약 1,090억원)를 투자해 플로리다주 잭슨빌에 1GW 규모의 태양광 모듈 공장을 건설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같은달 론지 또한 오하이오주 공장 설립을 발표했습니다.
같은해 6월에는 ‘캐나디안솔라’가 텍사스주 메스키트에 5GW 규모의 모듈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투자 규모는 2억 5,000만 달러(약 3,300억원)에 달합니다.
이어 ‘트리나솔라’가 그해 9월 텍사스주 월머에 2억 달러(약 2,600억원) 투자를 발표했습니다. 연간 5GW의 태양광 패널 생산이 가능한 규모입니다.
한편, 트리나솔라는 2023년 10월 멕시코 북부 누에보레온주에 7억~10억 달러(약 9,400억~1조 3,4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멕시코는 미국 대비 비용은 저렴하면서 미국과 접근성이 뛰어납니다. 또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라 IRA에서 북미 생산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각광받습니다.
USMCA는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를 대체하는 새로운 무역협정입니다.
[중국 태양광 산업 모아보기]
① 中 태양광 업계, 공급과잉·가격경쟁에 연일 가격 폭락
② 최대 中 태양광 기업, 대규모 인력 감축 논란 “美 진출 본격화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