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태양광 업계들간 공급과잉과 가격경쟁으로 태양광 가격이 폭락하고 있습니다.
중국실리콘산업협회는 태양광 웨이퍼(Wafer) 가격이 직전 한주간 7.7%나 하락했다고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협회는 “태양광 웨이퍼 기업들이 생산원가 이하로 판매하는 등 지속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웨이퍼는 태양전지(Cell)의 원료로, 폴리실리콘(Poly-Si)을 가공한 소재입니다. 태양광 패널의 밸류체인(가치사슬)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패널로 구성돼 있습니다.
가격 폭락 여파가 웨이퍼뿐만 아니라 태양광 밸류체인 전반으로 이어지는 상황.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태양광 업계에서 “파산의 물결이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세계 태양광 시장 장악한 中, 비용우위·기술혁신 덕분 ☀️
전 세계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한 위상은 엄청납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의하면, 2022년 기준 중국은 전 세계 태양광 밸류체인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밸류체인 내 ▲폴리실리콘 88.2% ▲웨이퍼 97.2% ▲셀 85.9% ▲모듈 78.7%를 차지합니다.
이같은 추세는 2026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작년 11월 시장조사기관 우드맥킨지는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중국이 세계 태양광 생산용량의 8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는 중국 정부와 태양광 업계 간 노력이 빛을 발한 결과입니다.
중국 태양광 산업은 2005년 중국 정부의 막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급속히 성장했습니다. 더욱이 중국의 저렴한 원료·전기·인건 비용은 미국·유럽이 따라올 수 없는 비용우위를 제공하였습니다.
여기에 중국 기업들의 기술혁신 또한 원가 절감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웨이퍼 커팅 기술의 개발, 광 변환 효율 향상, 재활용 기술 등이 포함됩니다.
그 결과, 2023년 중국 내 태양광 모듈 생산원가는 와트당 15센트(약 200원)로 급감했습니다. 전년(와트당 26센트) 대비 42% 감소한 수치라고 우드맥킨지는 전했습니다.
이는 같은기간 와트당 생산단가가 미국 40센트(약 540원), 유럽 30센트(약 400원), 인도 22센트(약 300원)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습니다.
中 태양광 가격 폭락 원인은? “다양한 요인 겹쳐” 🇨🇳
그러나 2023년을 기점으로 중국 내 태양광 가격이 폭락하며 휘청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미 에너지 데이터제공업체 OPIS는 폴리실리콘과 패널 가격이 각각 연초 대비 50%와 40% 하락했다고 보고했습니다. OPIS는 글로벌 금융정보기업 다우존스 산하의 에너지 데이터·분석 기업입니다.
같은달 중국 태양광 모듈기업 ‘트리나 솔라’의 까오지판 회장은 “모듈 입찰 가격이 1와트(W)당 1위안(약 180원) 이하로 떨어졌다”며 “태양광 산업이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세계 2위의 태양광 기업 ‘GCL 테크놀로지’의 란티엔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도 같은해 12월 “최악의 시기”가 도래했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폴리실리콘 생산 기업의 약 25%가 시장에서 퇴출당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현재 중국 내 태양광 가격 폭락 원인은 크게 3가지로 꼽힙니다.
1️⃣ 정부 전폭적 투자로 공급과잉 초래
가장 큰 원인은 중국 정부의 대규모 투자지원이 부추긴 공급과잉입니다.
미 경제전문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중국 정부가 청정에너지 산업에 투자한 돈은 800억 달러(약 107조원)에 달합니다.
그 결과, 패션·화학·부동산 등 타업종 기업까지 태양광 산업에 뛰어들었습니다. 2022년 한해 중국 태양광 업계에 진출한 타업종 상장기업은 70여곳에 달합니다.
2023년에도 중국 낙농 대기업 로열그룹, 액세서리 기업 명패주보, 장난감 기업 목방고과 등이 태양광 투자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2️⃣ 코로나19 여파로 수요 과대평가
이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수요·공급을 교란시키면서 공급과잉에 기여했단 분석도 나옵니다.
2022년 코로나19 대유행 여파가 끝나며 태양광 패널 공급이 정상화됐습니다. 이후 2022년 하반기 들어 그간 밀렸던 수요가 터져 태양광 주문량이 한꺼번에 몰렸습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의하면, 2022년 중국의 태양광 모듈 총수출량은 154.8GW(기가와트)에 달했습니다. 2021년 88.8GW에 비해 174% 급증한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연합(EU)이 재생에너지 전환을 서두른 것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유럽 최대 태양광 유통기업 바이와알이의 마티아스 타프트 최고경영자(CEO)는 이 과정에서 “많은 중국 생산기업들이 과대하게 수요를 전망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중국 태양광 기업들이 생산용량을 늘리며 공급과잉을 초래했단 것.
3️⃣ 경쟁 심화로 ‘가격 전쟁’ 발발
공급과잉으로 중국 내 경쟁이 심화하면서 기업들은 앞다퉈 가격 인하에 나섰습니다.
중국 실리콘산업협회에 따르면, 작년 1월 중국 주요 태양광 웨이퍼 기업 3곳이 가격 인하를 단행했습니다. 론지솔라·통웨이·TCL중환이 웨이퍼 가격을 각각 27%·25%·27% 인하한 것. 공급과잉으로 폴리실리콘이 가격이 하락한 영향입니다.
여기에 같은해 5월 론지솔라는 대거 31% 가격 인하를 발표하면서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리전궈 론지솔라 CEO는 “태양광 밸류체인 내 공격적인 투자로 인해 생산량 과잉을 촉발시켰다”며 “앞으로 몇 년간 업계의 절반 이상이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론지솔라는 세계 최대 태양광 생산 기업 론지그린에너지의 자회사입니다.
올해 2월 중국 에너지 전문매체 ‘센추리뉴 에너지 네트워크’는 실적 예측을 발표한 중국 태양광 상장기업 58개 중 25개가량이 전년 대비 수익 감소 또는 손실을 보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수익성 하락에 中 기업, 해외 공략 중…세계 각국 “본격 방어 태세” 🛡️
가격 경쟁으로 수익성 하락에 직면한 중국 태양광 기업들은 해외 시장에 공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각국에서는 자국 내 산업의 보호를 위해 이미 무역장벽을 공고히 한 상태입니다.
🇺🇸 미국|강제노동방지법(UFLPA)·우회수출 관세 도입
미국 정부는 2018년부터 단결정 실리콘 태양전지 및 모듈 수입품에 14~15%대 관세를 매기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 태양광 산업을 견제하기 위한 정책으로 평가됩니다.
나아가 2022년 6월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UFLPA) 발효, 2023년 8월 우회수출 관세 발표 또한 중국 태양광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꼽힙니다.
UFLPA는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강제노동 등 인권침해로 제조된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입니다. 중국의 폴리실리콘은 대부분 이 지역에서 생산됩니다.
우회수출 관세는 반덤핑·관세 조치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3국 우회가 의심되는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뜻합니다.
중국 태양광 기업이 동남아시아에서 조립해 원산지를 바꿔 미국에 수출하는 행위를 막기 위함입니다. 해당 법은 오는 8월부터 시행됩니다.
🇮🇳 인도|관세 도입·탈세 조사
인도는 2022년 중국산 태양광 모듈과 셀 수입을 제한하기 위해 각각 40%와 25%의 관세를 도입했습니다.
작년에는 인도 세무 당국이 중국 40개 태양광 기업들에 대해 탈세 조사에 나선 바 있습니다. 자국 내 기업 보호를 위해 중국 기업들의 견제에 나섰단 분석입니다.
하지만 최근 인도 정부는 자국 태양광 패널 생산량 부족으로 관세 인하를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유럽연합|별도 조치 X
EU의 경우 반응이 조금 다릅니다. 지난 2월 EU 집행위원회는 중국 태양광 수출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태양광 패널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공급 차질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다만, 메이리드 맥기네스 EU 집행위 금융서비스 및 금융안정 담당위원은 ‘넷제로산업법(NZIA)’을 언급하며 역내 산업 보호를 위한 수단이 마련되고 있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유럽태양광제조협의회(ESMC) 등 업계에서는 반덤핑 과세 등 긴급 대책을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韓 “내수·수출 양쪽서 치여”…기술개발이 답 🇰🇷
한편, 한국 태양광 기업 또한 중국의 가격 공세에 내수와 수출 양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내수시장의 경우 중국산 비중이 급격히 늘었습니다. 지난 1월 한국에너지공단이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중국산 셀은 국내 전체 보급량의 74.8%를 차지했습니다.
이에 많은 국내 태양광 기업이 중국 태양광을 견제하는 미국으로의 수출로 눈을 돌렸습니다.
그러나 최근 대미 수출에서 재고가 급증했습니다. 미국 기업들이 우회수출 관세를 부과하기 전에 저렴한 중국산 물량을 대량 확보하였기 때문입니다.
결국, 저가 경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페로브스카이트 등 차세대 기술 확보가 필요하단 분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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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태양광 산업 모아보기]
① 中 태양광 업계, 공급과잉·가격경쟁에 연일 가격 폭락
② 최대 中 태양광 기업, 대규모 인력 감축 논란 “美 진출 본격화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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