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기후테크 전문투자사인 월드펀드가 3억 유로(약 4,360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에 성공했다고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당초 목표치보다 5,000만 유로(약 726억원)가 부족한 것이긴 하나, 경기투자 침체 등을 고려하면 성공했단 평가가 나옵니다.
2021년 독일에서 설립된 월드펀드는 시드(창업 극초기)와 시리즈 B 단계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전문으로 투자하는 곳입니다. 현재 독일 베를린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에 사무실에 두고 있습니다.
25일 데이터제공업체 크런치베이스를 통해 확인한 결과, 창립 후 월드펀드가 현재까지 조성한 투자금은 3억 5,000만 유로(약 5,086억원)에 이릅니다.
이번 펀드 조성에 유럽투자기금(EIF), 독일중소기업은행(KfW), 영국 환경청 연금기금,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독일지사 등이 참여했다고 월드펀드는 밝혔습니다.
사측은 이번 투자를 기반으로 “산업 내 탈탄소화 잠재력을 지닌 기술을 개발 중인 유럽 내 스타트업 25~30곳에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월드펀드 “경기침체로 2023년 펀드 조성 과정 매우 어려워” 💸
월드펀드의 이번 펀드 조성 소식은 전반적인 경기투자 침체 과정에서 나와 의미있단 평가가 나옵니다.
실제로 다니엘 비세비치 월드펀드 파트너는 “2023년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이 파산하고 금리가 급등했다”며 “그 결과, 지난해 펀드 조성 과정이 매우 과정이 어려웠다”고 토로했습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최근 1년간(2022년 4분기~2023년 3분기) 벤처캐피털과 사모펀드 투자는 모든 산업에서 평균 50% 이상 감소했습니다.
같은기간 기후테크 관련 투자 역시 40% 이상 감소했습니다.
그럼에도 기후테크 산업으로의 관심도가 높았단 것이 비세비치 파트너의 설명입니다. 비세비치 파트너는 “첫 번째 펀드 조성에 평균 3~4년이 걸리는 반면, (월드펀드는) 2.5~3년이 걸렸다”고 전했습니다.
“시리즈 B ‘죽음의 단계’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할 것” 💰
월드펀드는 이번에 조성한 금액 상당수를 중기 단계 스타트업, 즉 시리즈 B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단 계획입니다.
이에 대해 비세비치 파트너는 ‘죽음의 계곡(데스밸리·Death Valley)’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이는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시제품을 출시해 매출이 발생하기 직전까지의 시기를 말헙니다.
개발비, 인건비, 임대료 등 지출할 비용은 많은데 수익은 없어 이 시기를 버티지 못하고 많은 스타트업들이 문을 닫습니다.
비세비치는 파트너는 “초기 성장 단계에 있는 기후테크·딥테크 스타트업이 규모를 확장하기 위해선 공장 건설 등에 최소 3,000만 유로(약 435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합니다.
초기 단계 기후테크 스타트업에는 자금이 몰리는 반면, 중기 단계 스타트업에는 투자가 부족하단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그는 이를 ‘시리즈 B 죽음의 단계’라 부르며 “월드펀드는 초기 단계 이후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유럽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이 더는 실패하지 않도록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피력했습니다.
월드펀드가 투자 단행한 유럽 기후테크 스타트업 15곳은? 🤔
월드펀드는 시장조사기관 피치북 자료를 인용해 “2021년 이후 거의 모든 산업이 침체된 가운데에서도 유럽 내 기후테크 투자는 회복세를 유지했다”며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딜룸에 의하면, 2023년 유럽 기후테크 스타트업은 200억 달러(약 26조원)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2022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것이라고 딜룸은 밝혔습니다.
나아가 2023년 유럽 에너지 관련 연구개발(R&D) 특허는 전년 대비 18% 증가했습니다. 전체 상위 R&D 특허 중 43%는 유럽특허청(EPO)을 통해 나왔습니다.
지난해 유럽에서는 영국과 스웨덴 그리고 독일 순으로 기후테크 투자를 이끌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또 아이슬란드·리투아니아·불가리아 내 기후테크 투자도 증가했다고 기관은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월드펀드는 주로 어떤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한단 계획일까요?
이와 관련해 월드펀드는 “이번에 모은 3억 유로 중 1억 유로(약 1,450억원)를 15개 기후테크 스타트업에게 이미 투자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니엄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살펴본 결과, 15개 기업 중 7곳은 독일 소재 기업이었습니다. 이어 영국이 4곳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스웨덴·핀란드·슬로베니아·네덜란드 소재 기업이 각각 1곳이었습니다.
분야별로 보면 대체식품 개발 등 푸드테크 기업이 5곳으로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3분의 1을 차지했습니다.
전체 15곳 중 주목할 기업 3곳을 간추려 보았습니다.
🇬🇧 미션제로|일론 머스크·빌 게이츠가 인정한 ‘DAC’ 개발 스타트업
2020년 영국 런던에 설립된 미션제로. 모듈식 DAC(직접공기포집) 설비를 개발하는 기업입니다. 전기화학 공정을 사용해 대기 중 탄소를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 중입니다. 영국 딥사이언스벤처스(DSV)로부터 분사해 설립됐습니다.
모듈식 설계 덕에 빠르게 탄소포집 규모를 늘릴 수 있단 것이 사측의 설명입니다. 미션제로는 현재 2040년까지 10억 톤 규모의 탄소제거가 가능한 DAC 설비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술 자체는 일단 여러모로 입증됐습니다.
미션제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진행하는 ‘X프라이즈 카본 리무버’ 대회에서 마일스톤 상을 수상한 상위 15개 기업 중 1곳이기도 합니다.
지난 18일 미션제로는 2,180만 파운드(약 368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월드펀드와 함께 빌 게이츠의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가 투자자로 참여했습니다.
미션제로는 현재 크게 3가지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①영국 셰필드대학과 지속가능항공연료(SAF) 공동 개발 ②탄소포집 건축자재 개발 ③캐나다 딥스카이와 DAC 설비 공동개발 등입니다.
🇩🇪 플래닛에이푸드|코코아, 팜유 없는 대체 초콜릿 개발 성공
플래닛에이푸드는 2021년 설립된 독일 푸드테크 스타트업입니다. 코코아나 팜유가 들어가지 않은 대체 초콜릿, 일명 ‘코코아 프리 초콜릿’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와 공급망 대란 등의 여파로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해당 제품이 대안이 될 수 있단 것이 사측의 말입니다. 나아가 해당 제품이 기존 초콜릿 생산 방식보다 탄소배출량이 90% 더 적다고 사측은 주장했습니다.
지난 2월 사측은 시리즈 A 투자를 통해 1,540만 달러(약 206억원) 조달에 성공했습니다. 현재 독일 식료품 체인점인 레베(REWE) 등 주요 식품 제조업체가 플래닛에이푸드의 원료를 기반으로 비건 초콜릿 제품을 잇따라 출시했습니다.
플랫닛에이푸드는 올해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 전역으로 시장을 확장한단 계획입니다.
🇩🇪 사이립|리튬이온배터리 핵심원료 90% 이상 추출할 친환경 공정 개발
2022년 설립된 사이립은 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입니다. 독일 아헨공대(RWTH)에서 분사해 설립된 기업입니다. 공동설립자 3명 모두 아헨공대 출신입니다.
사이립은 리튬이온배터리 재활용 공정에서 핵심원료를 90% 이상 추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회사 공동설립자 겸 CEO인 릴리안 슈바이크 박사는 “대학생 때부터 원자재 추출로 인한 심각한 영향을 줄일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재활용이라 믿었다”며 “(사이립의 공정은) 다른 공정에서 폐기되는 리튬·코발트·흑연 등 귀중한 핵심 원료를 모두 회수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F)에 의하면, 배터리 제작에 필요한 리튬 수요는 2025년 150만 톤에서 2030년 300만 톤으로 예상됩니다. 리튬 수요가 급증한 만큼 이를 재활용하기 위한 기술 파트너가 육성돼야 한단 것이 월드펀드의 설명입니다.
사이립 또한 지난 2월 시드 확장을 통해 800만 유로(약 115억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