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음식으로 초콜릿이 자주 언급됩니다.

초콜릿의 주원료인 코코아 열매는 햇빛·강수량 등 기후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입니다. 습도가 충분하고 토양이 비옥하지 않으면 열매가 금세 시듭니다.

영국 옥스퍼드대 환경변화연구소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각각 연구를 통해 지구 평균온도가 2℃ 이상 상승하면, 초콜릿의 주원료인 코코아 열매의 재배지를 더는 유지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국제열대농업센터(CIAT) 또한 기후변화가 지금처럼 이어질 경우 오는 2030년 코코아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없는 걸까요? 최근 영국 푸드테크 스타트업 ‘WNWN 푸드랩스(WNWN Food Labs·이하 WNWN)’가 코코아를 사용하지 않은 대체 초콜릿을 선보여 화제입니다.

코코아는 물론 팜유와 설탕까지 사용하지 않은 대체 초콜릿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발됐단 것인지 그리니엄이 정리했습니다.

 

▲ 미국 노동부 산하 국제노동국ILAB에 의하면 서아프리카 가나와 코트디부아르 내 코코아 산업에 약 156만 명의 아동이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다 ©Swaddle

기후·아동노동·삼림벌채 문제 직면한 초콜릿 산업 😥

세계 초콜릿 산업은 여러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인덱스박스(IndexBox)는 오는 2030년 세계 초콜릿 시장의 시장규모가 2,360억 달러(약 309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합니다. 같은기간 세계 초콜릿 수요는 4,350만 톤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문제는 주원료인 코코아 열매 수확량은 꾸준히 감소 중이란 것. 더불어 초콜릿 산업 내 아동노동 및 삼림벌채 문제도 심각합니다.

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약 60%를 차지하는 서아프리카 가나와 코트디부아르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두 국가에서만 약 156만 명의 아동이 코코아 산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미국 노동부 산하 국제노동국(ILAB)은 추정했습니다.

또 2019년 코코아 재배를 위해 코트디부아르에서 1만 9,421헥타르(ha), 가나 3만 9,497만 헥타르 크기의 삼림이 사라졌다고 국제환경단체 마이티어스(Mighty Earth)가 밝힌 바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삼림벌채로 인한 생물다양성 손실도 심각한 상황.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이들이 모여 만든 스타트업이 바로 WNWN입니다. “waste not, want not(낭비를 하지 않으면 부족을 못 느낀다)”라는 문구에서 파생된 WNWN은 초콜릿 산업의 환경 및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됐습니다.

 

▲ WNWN 공동설립자인 조니 드레인 박사왼와 박아름 대표오의 모습 드레인 박사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재료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세계 최고 레스토랑 노마NOMA에서 경력을 쌓았다 박 대표는 핀테크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투자전문가다 ©WNWN Food Labs

푸드테크 스타트업 WNWN “지속가능한 초콜릿의 답은 ‘발효’에 있어!” 🤔

WNWN 공동창립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조니 드레인 박사는 유명 초콜릿 기업인 캐드버리(Cadbury)의 본사가 위치한 영국 버밍엄에서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그는 세계 최고 레스토랑이었던 ‘노마(NOMA)’에서 일한 경력을 갖춘 재료공학자입니다.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초콜릿 산업이 일으키는 여러 환경·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드레인 CTO는 회상했습니다. 이에 그는 대체 초콜릿 개발을 위해 팀을 꾸리는데요. 식품폐기물 및 지속가능한 식품 문제에 관심이 많던 투자전문가 박아름 대표를 만나 2020년에 WNWN을 창업합니다.

WNWN은 실제 초콜릿의 맛과 냄새를 모방할 수 있는 화합물을 탐색했습니다. 드레인 CTO는 “특정 작물이 가지고 있는 화합물 목록을 만들고 각각의 성분을 결합해 코코아의 풍미를 재현할 방법을 알아내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조니 드레인 최고기술책임자CTO을 주축으로 구성된 WNWN은 보리와 케럽을 혼합외한 후 독자적인 발효 공정을 사용해 초콜릿의 풍미를 재현했다 ©WNWN Food Labs

오랜 연구 끝에 WNWN은 맥주와 위스키 제조에 사용되는 보리와 케럽(Carob)의 화합물이 코코아와 비슷하단 것을 발견합니다. 지중해 콩과식물인 캐럽은 영양가가 풍부할뿐더러, 코코아와 유사한 맛과 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WNWN은 보리와 캐럽을 섞은 후 독자적인 발효 공정을 사용해 초콜릿의 풍미를 재현했습니다. 드레인 CTO는 “발효 덕에 코코아에서 발견되는 동일한 화합물을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계인 박 대표의 발효 관련 지식이 도움이 됐다고 회사 측은 밝혔습니다.

회사 측은 제품 전생애주기를 분석한 결과, 자사의 대체 초콜릿이 기존 초콜릿보다 탄소배출량이 80% 적었다고 밝혔습니다.

 

WNWN “초콜릿 지금처럼 먹기 위해선 대안 필요…하반기 영국서 출시” 🍫

WNWN처럼 코코아가 아예 들어가지 않은 대체 초콜릿 개발을 위한 연구는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입니다. 미국 푸드테크 스타트업 캘리포니아컬쳐드(California Cultured)는 코코아 열매에서 추출한 세포를 배양해 초콜릿 원료를 생산하려 하고 있습니다.

독일 푸드테크 스타트업 플래닛에이푸드(Planet A Food)은 식물 기반의 대체 초콜릿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는 곳은 WNWN입니다.

회사 측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소비자 상당수는 “별다른 맛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고 응답했습니다. 또 지난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세계제과콘퍼런스에서 ‘최고의 완제품’ 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 WNWN은 초콜릿의 풍미를 재현하기 위해 수백가지가 넘는 화합물을 조합했다왼 그 결과 나온 대체 초콜릿은 지난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푸드랩스Foodlabs 연례총회에서 소개됐다 사진은 푸드랩스 연례총회에서 연설 중인 박아름 WNWN 대표의 모습 ©WNWN Food Labs

아울러 지난 2월 WNWN은 560만 달러(약 73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유치에 성공했습니다. 해당 투자는 기후 및 건강에 중점을 둔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 피크브리지(PeakBridge)가 주도했습니다.

해당 투자를 바탕으로 WNWN은 제조시설을 확장하고 신규 인력도 추가로 채용할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올해 하반기 영국 시장에 대체 초콜릿 출시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WNWN 최고경영자(CEO)인 박 대표는 “초콜릿을 지금처럼 계속 먹으려면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WNWN의 대체 초콜릿이 기존 초콜릿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박 대표는 강조했습니다.

박 대표는 “(대체 초콜릿 개발을 위해) 발효 공정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확장성과 가격경쟁력 때문이다”라며 “궁극적으로 대형 초콜릿 브랜드와 협력을 통해 공급망 내에서 더 큰 변화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WNWN은 이어 커피·홍차·바닐라 등도 지속가능하게 만들고 싶은 계획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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