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맞아 아마존 기후서약기금(Climate Pledge Fund)이 여성 기후테크 창업가가 설립한 기업에 투자했단 소식이 주목받았습니다.

이번에 투자를 받은 곳은 캐나다 생명공학 스타트업 ‘제네시스 바이오인더스트리(Genecis Bioindustries·이하 제네시스)’입니다. 캐나다 토론토대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한 과학자, 루나 유가 설립한 기업입니다.

이번 소식은 아마존 기후서약기금이 처음으로 여성이 설립한 기업에게 투자했단 점에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 기금은 현재까지 제네시스를 포함해 총 26개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했습니다.

아마존 기후서약기금이 선택한 기후테크 스타트업 제네시스가 어떤 곳인지 그리니엄이 정리했습니다.

 

▲ 루나 유 CEO의 모습 캐나다 토론토대학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한 루나 유 CEO는 2016년 같은 대학 학생 및 졸업생들과 함께 생명공학 스타트업 제네시스를 설립했다 ©Genecis 트위터

아마존 기후서약기금이 투자한 최초의 여성 CEO 스타트업, ‘제니시스’는? 🤔

아마존 기후서약기금이 ‘여성 창업가 이니셔티브(Female Founder Initiative)’를 발표한 지 약 3개월 뒤인 지난 1일(현지시각) 이니셔티브의 첫 투자 대상 기업이 발표됐습니다.

이 이니셔티브는 여성 창업가가 세운 기후테크 스타트업과 여성 리더 기업을 우선시하는 인큐베이터·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2016년 캐나다 토론토에 설립된 생명공학 스타트업 제네시스가 이니셔티브 투자 대상 기업으로 선정됐습니다.

제네시스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루나 유는 중국 출신의 과학자입니다. 그는 중국의 주요 경제 중심지이자 가장 오염된 도시 중 하나인 허베이성 스자좡시(石家庄市)에서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관심 두게 됐는데요.

아이디어가 구체화된 것은 캐나다 유학 시절이었습니다. 유 CEO는 캐나다 토론토대에서 환경과학 석사 과정을 밟던 중 식품폐기물을 활용한 바이오플라스틱을 개발할 생각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석사 과정을 수료한 후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학교에서 모아 제네시스를 설립합니다.

 

+ 아마존 기후서약기금은 왜 ‘여성 창업가’에 주목했을까? 💰
시장조사기관 피치북(Pitchbook)에 의하면, 2022년 전체 벤처캐피털(VC) 투자액 중 여성 단독 창업 기업이 받은 비중은 2.2%에 불과합니다. 전체 투자액에서 여성·남성 공동 창업 기업이 18.5%, 남성 단독 창업 기업이 79.3%을 받은 것과 비교됩니다.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아마존은 미국 국제개발처(USAID)와 힘을 합쳤습니다. 아마존은 여성 기후테크 기업의 기후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USAID 산하 기후성평등펀드(Climate Gender Equity Fund)에 300만 달러(약 39억원)를 투자합니다. 이와 별개로 아마존은 20억 달러(약 2조 6,000억원) 규모의 기후서약기금에 5,000만 달러(약 662억원)를 할당해 시작한 이니셔티브가 바로 ‘여성 창업가 이니셔티브’입니다.

 

▲ 미생물 배양기에서 박테리아가 식품폐기물을 분해하고 있다 ©Genecis

음식물쓰레기 먹은 박테리아, ‘바이오플라스틱’ 만든다고? 🦠

제네시스는 식품폐기물을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으로 전환하는 합성생물학 플랫폼을 개발했습니다.

정확히는 박테리아가 식품폐기물에서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을 생산할 수 있도록 세포를 재프로그래밍한 것입니다. 생산에는 두 종류의 박테리아가 사용됩니다.

첫 번째 박테리아는 식품폐기물의 영양분을 소화해 탄소화합물의 일종인 ‘휘발성 지방산’을 생산합니다. 이후 두 번째 박테리아가 이 휘발성 지방산을 먹습니다.

그러면 박테리아 세포 내에 바이오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PHA(Poly hydroxy alkanoate) 단량체가 축적됩니다. 제네시스는 해당 박테리아의 세포를 용해한 뒤 PHA 단량체를 추출·정제해 플라스틱을 만드는 것.

‘폴리하이드록시알카노에이트’의 줄임말인 PHA는 미생물에 의해 자연적으로 생산되는 바이오폴리머입니다. 대표적인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 소재입니다.

미생물이 체내에 쌓은 일종의 에너지원인 만큼 일반 자연 환경에서도 생분해가 가능합니다. 또 가소성*이 좋아 여러 형태로 재가공할 수 있습니다. 일반 바이오플라스틱과 달리 기존 재활용 공정에서도 작동한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현재 제네시는 캐나다 쓰레기 수거업체 등으로부터 공급받은 식품폐기물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네시스는 식품폐기물을 PHA로 전환해 기존 플라스틱을 대체하고, 사용한 PHA 제품은 퇴비화해서 다시금 새로운 PHA 제품을 생산하는 순환경제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가소성: 외부의 힘으로 형태가 변한 물체가 그 힘이 없어져도 본래의 모양으로 돌아오지 않는 성질.

 

▲ 제네시스는 식품폐기물왼을 재료로 박테리아를 사용해 바이오플라스틱오을 생산한다 ©Pique Action 유튜브 썸네일

제네시스 “식품폐기물·플라스틱 오염·비용 문제 모두 해결할 수 있어!” 💪

박테리아를 활용해 바이오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기업은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제네시스의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 생산 기술은 유독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설명됩니다.

첫째, 식품폐기물 재자원화를 통해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둘째, 탄소배출과 각종 환경 오염 문제를 일으키는 석유계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셋째는 기존 바이오플라스틱의 환경영향과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제네시스도 이 점을 유독 강조합니다.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은 일찍이 석유계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환경영향과 비용 문제로 생산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는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싁 상당수가 옥수수·사탕수수 등의 작물을 주재료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생산 비용이 높을뿐더러, 작물 생산 과정에서 토지 이용과 물 소비 등으로 인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지적이 꾸준이 제기됐습니다

이와 달리 제네시스의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은 식품폐기물을 원료로 사용한 덕분에 원료비가 거의 없습니다. 생산비를 기존 대비 최대 40%까지 줄일 수 있다고 유 CEO는 설명했는데요. 환경영향도 크게 줄어드는 효과도 있습니다.

아마존 기후서약기금도 이 부분에 주목했습니다. 아마존 수석소재과학자인 앨런 제이콥슨은 제네시스의 기술이 아마존이 더 저렴한 플라스틱 대체품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제이콥슨 연구원은 현재 제네시스의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 포장재를 자사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지 여러 평가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제네시스의 설립자 겸 CEO 루나 유왼와 아마존 기후서약기금의 투자 파트너이자 여성 창업가 이니셔티브 책임자인 피비 왕오 ©Genecis

루나 유 CEO “여성에게 더 많은 기회·롤모델 필요해” 🚺

아마존 기후서약기금의 여성 창업가 이니셔티브에 선정된 것에 대해 유 CEO는 자신의 소식이 더 많은 여성에게 기후변화 솔루션을 개발하도록 격려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유 CEO는 아마존과의 인터뷰에서 본인의 창업에는 대학 친구의 역할이 컸다고 밝혔습니다. 대학 시절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설립한 친구의 모습에서 힘을 얻었단 것인데요.

유 CEO는 당시 자금을 모으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여성 창업가’의 모습을 보며 자신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덕분에 2016년, 21살의 나이로 대학원을 마친 유 CEO는 그해 제네시스를 설립했습니다. 이후 세계최대 화학 기업 바스프(BASF), 영국 포장재 기업 몬디(Mondi) 등이 주최한 창업 경진 대회에서 잇따라 수상하며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제네시스가 지금까지 조달한 자금은 2,000만 달러(약 264억원)에 달합니다. 토론토대 스카버러 연구소 한켠에서 시작했던 제네시스는 현재 직원 45명과 연구·파일럿 실험실 3곳으로 규모를 확장했습니다.

한편, 여성 창업가 이니셔티브 책임자이자 기후서약기금의 투자 파트너인 피비 왕은 기후문제를 대규모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 기후테크 창업가에 대한 지원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이니셔티브가 여성들에게 “그들의 아이디어를 시장에 내놓는데 도움이 되는 자금이 있다는 신호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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