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직접해양포집(DOC) 설비가 싱가포르에 건설될 계획입니다.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합니다.
12일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미국 기후테크 스타트업 에쿼틱은 싱가포르 국립수자원청(PUB)과 협력해 ‘에쿼틱 시설-1’ 건설에 나섰다고 지난달 27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에쿼틱 시설-1은 연간 약 4,000톤을 포집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는 현존하는 세계 최대 DAC(직접공기포집) 설비인 ‘오르카(Orca)’의 연간 포집량과 같습니다.
싱가포르 총리실 직하 국가연구재단(NRF)과 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학(UCLA) 산하 탄소관리연구소가 개발에 참여합니다.
UCLA서 분사한 에쿼틱, 연 4000톤 포집할 직접해양포집 시설 건설 나서 🌊
2021년 UCLA 탄소관리연구소에서 분사해 설립된 에쿼틱. 해수 속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곳입니다.
미 에너지부와 국립과학재단(NSF) 등으로부터 약 3,000만 달러(약 400억원) 이상을 지원받으며 출범했습니다. 마크 저커버그와 프리실라 챈 페이스북(현 메타) 창업자 부부가 세운 자선재단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 또한 에쿼틱에 투자한 바 있습니다.
에쿼틱은 이미 작년 4월부터 싱가포르와 로스앤젤레스(LA) 항구에서 각각 소규모 포집 시설을 운영 중입니다. 시범적으로 운영된 두 시설의 포집량은 각각 100㎏ 규모입니다.
이번 에쿼틱 시설-1은 기존 시범시설을 확장하는 형태입니다. 해당 시설은 싱가포르 서부 투아스에 위치한 국립수자원청 연구개발(R&D) 시설에 건설될 예정입니다.
건설은 2단계에 걸쳐 진행됩니다. 1단계는 연내 완공될 계획이며, 일일 1톤 규모의 이산화탄소(CO2)를 포집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2단계는 2025년 상반기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일일 포집량도 10톤으로 늘어납니다. 해양 내 탄소포집이 가능한 10개 모듈이 설치될 예정입니다. 총 건설비용만 2,000만 달러(약 263억원)가 소요될 것이라고 사측은 밝혔습니다.
에쿼틱은 “에쿼틱 시설-1이 성공적으로 작동할 시 연간 최대 약 4,000톤에 이르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제거할 수 있다”며 “이는 약 850명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맞먹는다”고 밝혔습니다.
+ 왜 미국이 아닌 싱가포르에서 건설하려는 걸까? 🤔
이는 싱가포르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와 연결돼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연간 6,000만 톤으로 줄이고,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한단 계획입니다.
싱가포르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해양 기반 탄소제거’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단 입장입니다. 이번 에쿼틱 시설-1 건설에 대해 싱가포르 정부는 “기후변화의 영향 완화에 기여할 수 있는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같은 신기술을 확보하려는 광범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습니다.
“스펀지가 물먹듯, 탄소만 흡수해 반복 제거”…확보한 청정수소도 판매 💰
에쿼틱의 기술은 다른 직접해양포집 기술개발 스타트업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허나, 주요 공정을 살펴보면 청정연료인 수소를 확보한단 점이 차별화됩니다.
에쿼틱의 직접해양포집 공정은 크게 6단계로 진행됩니다. ①해수 유입 ②전기분해(탄산염으로 해수 내 탄소제거) ③공기 주입(탄소포집) ④수소 확보 ⑤중화 ⑥해수 방류 순입니다.
먼저 탄산칼슘과 탄산마그네슘이 있는 해수를 설비 안으로 주입합니다. 이후 전해조에 전기를 흘려 넣어 물을 수소이온(H+)과 수산화이온(OH-)으로 전기분해합니다.
그러면 양극과 음극에서 산소와 수소가 각각 생성됩니다. 전기분해된 해수는 생성된 산성도(pH)기준으로 ‘알칼리성(염기성) 해수’와 ‘산성 해수’로 구분됩니다.
이때 알카리성 해수에 녹아 있던 탄소는 물 속에 함유된 칼슘과 마그네슘과 결합해 탄산염으로 변환됩니다. 산호나 조개가 단단한 골격을 만드는 원리와 유사합니다.
이후 에쿼틱은 알칼리성 해수에 추가로 공기를 주입하여 대기 중 탄소를 포집합니다.
즉, 알칼리성 해수를 통해 총 2차례에 걸쳐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제거한단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확보한 수소는 별도 저장용기에 포집해 산업계에 판매한단 것이 에쿼틱의 구상입니다. 생성된 탄산칼슘 등 탄산염은 비료나 시멘트 재료 등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알칼리성 해수와 산성 해수는 기존 바닷물과 비슷한 산성도로 중화돼 방류됩니다.
사측은 이를 ‘스펀지’에 비유합니다. 물이 가득 찬 스펀지를 짜서 다시 물을 빨아들일 수 있게 하는 것과 비슷하단 것입니다.
“모듈형 설계 덕에 빠른 확장”…2028년 톤당 포집비 100달러 미만 목표 📊
에쿼틱의 직접해양포집 설비는 모듈형으로 설계됐습니다. 덕분에 빠르게 확장할 수 있단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사측은 2026년까지 연간 약 10만 톤 규모의 탄소제거 역량을 입증한단 계획입니다. 궁극적으로는 2028년까지 톤당 포집 비용을 100달러(약 13만원)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톤당 포집 비용 100달러는 미국 정부가 2030년까지 제시한 탄소제거 비용입니다.
에쿼틱 공동창립자 겸 UCLA 화학생체분자공학 부교수인 단테 시모네티 박사는 “(싱가포르와 LA 항구에서) 2023년 시운전된 설비에서 탄소제거의 효율과 수소 생산 그리고 에너지 요구성능 파악에 필요한 중요한 성능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에쿼틱 시설-1의 포집 규모를 더욱 늘릴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항공기 제조사 보잉, 6200톤 규모 탄소제거 크레딧 사전 구매 계약 체결” 💸
한편, 에쿼틱은 직접해양포집 시설 운영에서 나온 탄소제거 크레딧을 자발적 탄소시장(VCM)에 판매한단 구상입니다.
이는 정밀한 탄소제거 측정이 가능한 MRV(측정·보고·검증) 체계가 구축된 덕분입니다.
시설 내 부착된 센서가 해수 유입부터 대기 성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탄소가 얼마나 제거됐는지 산출할 수 있습니다. 사측은 크레딧 품질 보증을 위해 “탄소회계와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제정한 주요 보고 표준 및 검증 원칙을 엄격하게 준수하고 있다”고 피력했습니다.
이와 별개로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 또한 지난해 5월 에쿼틱과 사전 구매 계약을 체결한 상태입니다. 보잉은 에쿼틱으로부터 6,200톤의 크레딧을 구매할 계획입니다.
또 지속가능한항공연료(SAF) 생산을 위해 2,100만 톤 규모의 수소를 에쿼틱으로부터 공급받는단 계약도 체결했습니다.
에쿼틱과 보잉의 구체적인 계약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양사의 계약 규모가 “최소 5,000만 달러(약 658억원)에 이른다”고 전했습니다.
과학자 200명 ‘해양 기반 이산화탄소 제거’ 기술 연구서 우선순위 필요 🧪
물론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각에선 에쿼틱 같은 기업들이 시도 중인 ‘해양 기반 이산화탄소 제거(OCDR) 기술’의 잠재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200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공개서한을 통해 OCDR 기술이 초래할지 모르는 위험을 우려한 바 있습니다.
당시 서한은 “OCDR 기술은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으나 위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OCDR 기술로 인한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선 연구의 우선순위가 지정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습니다.
11개국 과학진으로 구성된 기후위기자문그룹(CCAG) 창립자이자 서한 서명자 중 한 명인 데이비드 킹은 로이터통신에 “발전소 안팎으로 물을 끌어오는 일에 많은 비용이 드는 에쿼틱 같은 에너지 집약적 OCDR 기술에 회의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전(前) 영국 외무부 기후변화 특사를 지낸 그는 OCDR 연구가 장점만 부각해 연구가 서둘러 진행되어선 안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나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해선 이산화탄소 제거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OCDR 연구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킹 전 기후특사는 덧붙였습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2018년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에서 탄소제거를 통해 대기 중에서 제거해야 할 이산화탄소의 양을 최소 1,000억 톤에서 최대 1조 톤으로 계산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