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디자인의 성지’ 인도네시아 발리에 새로운 순환디자인 기업이 등장했습니다.
인도네시아 비영리단체 순가이와치가 새롭게 선보인 자매회사 ‘순가이디자인(Sungai Design)’입니다.
2020년 설립된 순가이와치는 인도네시아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막기 위해 힘쓰는 대표적인 단체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거한 폐플라스틱은 1,800톤에 달합니다.
순가이와치는 자매회사와의 협업으로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을 업사이클링하는 방법을 혁신해 나갈 계획입니다.
플라스틱 폐기물 해결에 힘써 온 순가이와치의 여정을 살펴봤습니다.

순가이와치는 프랑스 출신의 켈리, 게리, 샘 벤체기브 남매가 창립했습니다.
발리에서 자란 세 남매는 어렸을 적부터 플라스틱 문제를 몸소 피부로 느꼈다고 회고합니다. 발리는 몬순과 서풍 등 지리적 요건으로 인해 전 세계 해양 쓰레기가 밀려오기 때문입니다.
이에 세 남매는 10대 시절이던 2009년 매주 토요일 해변을 청소하러 다녔습니다.
이들의 활동이 주변에 널리 알려지면서 청소년 환경단체 ‘메이크어체인지발리(Make A Change Bali)’가 설립됩니다.
샘과 게리 형제는 2017년, 인도네시아 하천의 쓰레기 문제를 더 널리 알리기 위해 여행에 나섭니다.
이들은 대나무와 폐플라스틱병으로 만든 카약을 타고 인도네시아 서부 자바섬에 있는 찌따룸강을 따라 2주간 여행합니다. 찌따룸강은 자바섬에서 가장 오염된 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쓰레기가 가득한 강에서 쓰레기로 만든 배를 타고 136㎞를 여행하는 형제의 영상은 소셜미디어(SNS)에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찌따룸강 7개년 복원 계획 발표로 이어집니다.

게리는 해당 경험을 토대로 하천 청소에 집중해야 한단 것을 깨닫습니다. 하천 청소 및 복원을 목표로 설립된 단체가 바로 순가이와치입니다.
순가이는 인도네시아어로 ‘강’을 뜻합니다.
실제로 폐플라스틱의 상당수는 강을 따라 바다로 유입됩니다. 해양 플라스틱 오염을 막기 위해서는 강에서부터 플라스틱 유입을 차단해야 한단 것.
이를 위해 순가이와치는 부유식 쓰레기 장벽인 ‘플로팅 배리어’를 활용해 하천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거합니다. 플로팅 배리어는 다양한 강의 수심에 맞춰 제작돼 효과적으로 쓰레기를 수거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작된 플로팅 배리어는 270개가량. 덕분에 2023년 한해에만 844톤의 플라스틱을 수거할 수 있었습니다.
수거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8곳의 재활용 분류센터로 향합니다. 센터에서는 플라스틱 종류와 재활용 여부에 따라 쓰레기를 분류해 처리합니다.
이밖에도 지역사회 고용 창출과 교육 제공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수거·분류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요?
분류를 마친 플라스틱은 재활용 처리 파트너에게 전달돼 재활용된다고 순가이와치는 설명합니다.
그럼에도 재활용이 어려운 폐기물은 끝내 매립지로 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례로 과자봉지·우유팩처럼 플라스틱과 기타 소재가 결합된 폐기물은 재활용이 어렵습니다. 재활용 시설의 톱니바퀴나 부속장치에 걸리기 쉬운 비닐봉지도 재활용이 어려운 폐기물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폐기물까지도 업사이클링하기 위해 순가이와치는 기업 및 예술가와 함께 연구개발(R&D)을 진행해 왔는데요.
올해 1월에는 현지 재활용 소재 신발 브랜드 인도솔(indosole)과 협업해 ‘리버솔(RIVERSOLE)’이란 슬리퍼를 공개했습니다. 이름 그대로 강에서 수거한 버려진 슬리퍼를 업사이클링해 새로운 슬리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2022년에는 미국 유명 그라피티 아티스트 퓨추라가 발리 강에서 수거한 1만 4,300장의 비닐봉지로 조형물을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자매회사인 순가이디자인은 이러한 R&D의 결과물로 탄생했습니다.
순가이디자인은 그간의 R&D 경험을 살려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을 대규모 업사이클링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첫 시작으로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각) 순가이디자인은 폐비닐봉지를 업사이클링한 의자 ‘옴박(Ombak)’을 선보였습니다. 옴박은 인도네시아어로 ‘파도’를 뜻합니다.
순가이디자인은 “(순가이와치가) 수거한 폐기물 중 비닐봉지가 36%를 차지했다”며 “그간 재활용이 어려워 창고에서 자리만 차지했다”고 밝혔습니다.
옴박 의자 하나를 만들기 위해선 비닐봉지가 평균 2,000개가 사용됩니다. 열로 압착해 단단한 소재로 만들고, 이를 재단해 의자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옴박 의자는 인도네시아 내 판매로 시작해 올 여름경 전 세계 판매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순가이와치는 앞으로도 쉽게 버려지는 소품 대신 오래 사용되는 제품을 만드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순가이와치는 순가이디자인 출범을 비롯해 올해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입니다.
일례로 2024년에는 활동 범위를 자바섬 서부에 위치한 수도 자카르타까지 넓힐 것이라고 단체는 밝혔습니다.
현재까지 순가이와치는 발리섬과 자바섬 동부에서 활동해 왔습니다. 이것만 해도 380개 강과 해안선 수백 ㎞에 달합니다.
벤체기브 남매는 여러 도움으로 확장에 필요한 핵심 기반을 구축한 덕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2023년 순가이와치 활동가는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한해 후원금도 130만 달러(약 17억원)에 달했습니다.
올해 2월에는 사회적기업가를 지원하기 위한 ‘엘레베이트프라이즈(Elevate Prize)’를 수상해 30만 달러(약 4억원)의 상금도 받았는데요.
벤체기브 남매는 “우리의 임무는 사업을 중단하는 것”이라며 하루빨리 지방정부와 마을에 폐기물 관리 절차가 도입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