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중에서도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만 골라 선글라스로 업사이클링한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인도의 임팩트테크 스타트업 ‘아샤야(Ashaya)’입니다.

아샤야는 해당 선글라스로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코카콜라 등이 주관한 ‘제1회 서큘러 플라스틱 챌린지(Circular Plastics Challenge)’에서 1위로 수상했습니다.

대회에서는 전 세계 10개국 대학생, 대학원생, 전문가들이 업스트림(Upstream)* 방식으로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작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총 50여가지 방법이 출품됐습니다.

과자봉지로 만든 선글라스가 대회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업스트림: 폐기물을 소각하거나 매립하지 않고 재활용하는 방안.

 

▲ 과자봉지 등 다층 플라스틱으로 선글라스를 만드는 아샤야 아샤야는 화학 기계공학적 추출 기술왼과 3D 프린팅 기술오을 활용한다고 설명한다 ©Ashaya 유튜브 캡처

버려진 과자봉지, 폐기물 걱정 ‘없는’ 선글라스로 재탄생 😎

2021년, 인도의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아샤야.

아샤야가 선보인 선글라스의 이름은 ‘위드아웃(WITHOUT)’입니다.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것으로 단어 그대로 환경오염 걱정 ‘없이’ 제품을 구매해도 된다는 의미가 담겼습니다.

아샤야는 버려진과자봉지 ▲우유팩 등 다층 플라스틱을 사용해 선글라스를 제작했습니다. 다층 플라스틱은 2~3겹 이상의 플라스틱필름이나 알루미늄 등을 접합해 재활용과 재사용 모두 어렵습니다.

이에 아샤야는 2년간의 연구를 거쳐 다층 플라스틱에서 자원을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합니다.

 

▲ 아샤야만의 독자적인 추출 기술을 통해 다층 플라스틱왼이 3D프린팅 원료인 분말오로 바뀐 모습 ©Ashaya 유튜브 캡처

아샤야는 먼저 다층 플라스틱에 포함된 금속과 종이 등을 제거했습니다. 이후 아샤야만의 화학-기계공학적(chemo-mechanical) 추출 기술을 사용해 고분자 화합물인 폴리올레핀과 페트(PET)를 추출합니다. 일종의 열분해 재활용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추출된 플라스틱을 원료로 사용해 3D 프린팅 기술로 선글라스의 형태를 만들면 끝.

아니쉬 말파니 아샤야 최고경영자(CEO)는 “만약 선글라스가 망가질 경우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수거해 재활용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샤야는 지난 2월 500여개의 시제품을 출시했고, 출시 6일만에 매진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선글라스는 오는 6월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 아니쉬 말파니 아샤야 최고경영자왼는 과자봉지 등 재활용이 어려운 다층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선글라스오를 선보였다 ©Ashaya

과자봉지 재활용률 0%…“복잡한 플라스틱 재활용할 돌파구 찾아” ♻️

아샤야가 선글라스의 주재료로 과자봉지 등 다층 플라스틱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말파니 CEO는 인도 뭄바이 내 데오느라 폐기장에 쌓인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고 이를 해결할 방안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합니다. 데오나르 폐기장은 아시아 최대 폐기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그는 과자봉지 같은 얇고 유연한 다층 플라스틱에 주목했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다층 플라스틱이 알루미늄, 종이, 구리 등 여러 재료로 구성돼 재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에 문제를 느꼈다는데요.

더 큰 문제는 다층 플라스틱이 식품포장재 등으로 널리 사용된다는 것.

말파니 CEO는 “인도에선 매년 6,500만 톤의 폐기물이 발생한다”며 그중 50~80%는 그저 매립지에 버려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는 플라스틱의 경우 “수거를 통해 약 60%는 재활용되고 나머지 40%는 재활용이 어려운 다층 플라스틱으로 구성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9년 한해 배출된 플라스틱 폐기물은 3억 5,300만 톤에 달합니다. 플라스틱 포장재의 17%가량은 다층 플라스틱으로 추정됩니다.

이에 대해 말파니 CEO는 “다층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어려워 버려진 과자봉지로 무언가를 만드는 생각은 아무도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그는 “재활용을 통해 환경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었다”고 덧붙였습니다.

 

▲ 선글라스의 QR 코드왼를 스캔하면 과자봉지를 수거한 이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비공식 폐기물 수거업자로 일했던 여성오은 작년 10월 아샤야의 공식 수거업자로 고용되며 시급이 2배 이상 올랐다 ©Ashaya 인스타그램 및 홈페이지

선글라스 QR코드, 폐플라스틱 사회적 영향도 추적 가능해! 🤝

한편, 아샤야의 선글라스 다리에는 QR코드가 새겨져 있습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과자봉지를 수거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구체적으로 QR코드에는 ▲수거업자의 이름과 사진 ▲아샤야에서의 담당 업무 ▲이들이 겪은 생활고 ▲아샤야 고용 전후로 증가한 수입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일례로 남편을 잃은 후 세 자녀를 키우는 한 여성의 경우, 아샤야에 고용된 후 시급이 약 2.25배가량 증가했습니다.

그는 폐기물 수거뿐만 아니라 폐기물을 분쇄하고 세척하는 일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기존보다 시급이 약 2배 늘어 자녀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증가했습니다.

이밖에도 아샤야는 현지 폐기물수거노동조합 2곳으로부터 쓰레기를 구매합니다. 그 중 한 곳은 4,000명 이상의 여성 수거업자로 구성돼 있습니다.

아샤야는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자신의 가치소비(Meaning out)**를 통한 사회적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가치소비(Meaning out): 정치적·사회적 신념과 같은 자기만의 의미를 소비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소비자 운동.

 

▲ 인도에는 비공식적으로 약 400만 명의 폐기물 수거업자가 있다 대부분 저소득층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 ©Ashaya

아샤야 플라스틱 순환경제, “환경 넘어 ‘사회적 가치’ 창출이 목표!” 🤝

아샤야가 수거업자의 처우 개선까지 목표로 하는 이유, 단순히 ‘선행’을 위해서는 아닙니다.

선형경제에서 폐기물 처리 및 재활용은 저부가가치의 3D업종으로 취급돼 왔습니다. 폐기물 수거업자 상당수는 저임금 고위험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합니다.

말파니 CEO 또한 데오나르 폐기장에서 막대한 플라스틱 폐기물과 함께,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일하는 수거업자를 마주했다고 설명합니다. 이에 대해 말파니 CEO는 “인도에는 비공식적으로 약 400만 명의 수거업자가 있고, 대부분 저소득층에 속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수거업자에게 일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주어지지 않기도 한다”며 “생계유지가 어려운 것은 물론 제대로 된 교육과 의료 서비스도 누릴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 아샤야가 다층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선글라스의 모습 ©Ashaya

더불어 폐기물 파쇄, 세척, 사전 처리 등 고부가가치 작업에도 수거업자를 단기 고용해 추가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앞서 폐기물로부터 창출한 수익을 이해관계자인 수거업자와도 공정하게 배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입니다.

아샤야는 또 선글라스 판매 수익의 일부를 장학금 형태로 수거업자 자녀에게 제공합니다. 말파니 CEO는 “수거업자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한 목적”이라며 “아이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돕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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