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에너지 유틸리티 업계에 대한 투자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그리니엄이 6일 확인한 결과, 버핏 회장은 지난달 24일(이하 현지시각) 버크셔해웨이 연례 서한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투자목적 지주회사로 버핏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직책을 역임하고 있습니다.
버핏 회장은 투자 중단 이유에 대해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 증가와 일부 주정부의 환경 규제를 언급했습니다.
이로 인해 에너지 유틸리지 산업이 “수익성이 전혀 없거나 파산 우려에 처했다”고 그는 피력했습니다.
에너지 유틸리티 산업은 발전·송전·배급 등 필수 기반 산업을 일컫습니다. 해당 산업이 버핏의 장기투자 철학을 상징하는 산업 중 하나였단 점에서 시장의 이목이 집중됩니다.
버크셔해서웨이 산하 전력기업, 산불 합의금만 1조원 달해 💰
버핏 회장은 올해 서한에서 “심각한 실정 실망은 ‘버크셔해서웨이 에너지 사업부(이하 BHE)’에서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BHE는 버크셔해서웨이의 전력 부문 자회사로 한때 4대 매출처로 꼽혔습니다. 1,340억 달러(약 178조원)에 이르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을뿐더러, 산하 기업들까지 모두 합치면 연간 3만㎿(메가와트)가 넘는 전력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BHE의 수익은 매년 악화하고 있습니다. 주요 원인은 미국에서 거듭된 산불로 인한 타격 때문입니다.
그중에서도 BHE의 핵심 기업인 퍼시피코프의 피해가 가장 큽니다.
퍼시피코프는 미 서부 6개 지역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력 기업입니다. 현재 300억 달러(약 40조원) 규모 부채를 지고 있으며 이미 파산보호를 신청했습니다.
막대한 부채의 원인은 산불에 따른 자산 손실입니다. 화재 발생에 퍼시피코프의 관리 부실 책임 등이 인정됨에 따라 합의금·손해배상금도 막대합니다.
2020년 오리건주 산불, 2022년 오리건주·캘리포니아주 산불에 대한 손해 배상금과 합의금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퍼시피코프가 물기로 한 합의금만 7억 3,500만 달러(약 9,800억원)에 달합니다.
2020년 오리건주 산불의 경우 형사 사건도 진행 중입니다. 기상예보 서비스의 사전 경고에도 전력을 차단하지 않았단 혐의를 받습니다. 해당 소송으로 예상되는 최소 손해배상액은 80억 달러(약 10조원)입니다.
이와 별개로 미 법무부도 산불 대책 소홀 등의 사유로 퍼시피코프를 제소할 계획입니다.
산불 완화에 소요될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3년간 퍼시피코프는 산불 완화에만 6억 달러(약 8,000억원) 이상을 지출했습니다. 향후 3년간 예상 지출액도 11억 달러(약 1조 4,600억원)를 넘길 것으로 추산됩니다.
재무상황이 날로 악화한 가운데 퍼시피코프는 주주들에게 배당금 지급을 중단한 상황입니다. 또 향후 몇년간 배당금 지급을 재개할 계획도 없다고 밝힌 상황입니다.
👉 산불 등 기후리스크에 보험업계도 비상, 일부 보험사는 신규 보험 판매 중단도
4대 거인에서 투자 중단까지 “기후리스크 인정한 것” 😰
버핏 회장은 “산불로 인한 손실에 대한 최종 집계와 북미 서부 주들에 대한 투자 적합성을 결정하려면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버크셔해서웨이는 재정적 충격을 견딜 수 있지만 나쁜 일이 발생한 걸 알면서도 좋은 돈을 투자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유틸리티 업계에 대한 투자 중단을 암시했습니다.
유틸리티 산업은 버핏의 오랜 투자 원칙이 반영된 분야였습니다. 버핏은 그간 저평가 종목에 장기 투자하는 가치투자의 중요성을 역설해왔습니다.
앞서 2021년 연례 서한에서 버핏 회장은 보험·철도·애플과 함께 에너지 유틸리티 사업을 ‘4대 거인’으로 꼽은 바 있습니다.
이 때문에 유틸리티 업계에 대한 투자 중단을 암시한 버핏 회장의 이번 서한이 남긴 충격은 큽니다. 버핏 회장이 에너지 유틸리티 산업의 수익 전망이 기후변화로 인해 불투명해졌단 점을 직접적으로 인정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버핏 회장은 서한에서 에너지 유틸리티 산업에 대해 “한때 미국에서 가장 안정적인 산업으로 간주됐지만 (지금은) 수익과 자산 가치 모두 예측하기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Berkshire can sustain financial surprises but we will not knowingly throw good money after bad.
기후위기에 대형 산불 급증…“기후리스크, 워렌 버핏만의 문제 아냐” 🔥
이는 비단 버크셔해서웨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해 8월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의 산불 또한 지역 전력 기업 ‘하와이안 일렉트릭’의 전선 접촉이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해당 산불은 약 8.78㎢를 불태웠고, 1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하와이안 일렉트릭의 책임으로 밝혀진다면 수십억 달러의 손해배상은 물론 파산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이에 무디스·피치·스탠다드앤푸어스(S&P) 글로벌 등 3대 신용평가사 모두 하와이안 일렉트릭업의 신용등급을 정크(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강등한 상황입니다.
더욱이 기후변화가 나날이 악화됨에 따라 유틸리티 산업의 기후리스크는 악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021년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지원한 연구에 따르면, 북미 서부 화재의 주요 원인은 기후변화였습니다. 미국 서부 기준, 연평균 기온 1℃가 상승할 시 연간 산불로 인한 연소 면적은 600% 증가할 것으로 NOAA는 분석했습니다.
현재 미국 텍사스주 서남부지역에서는 대형 산불이 진행 중입니다. 산불로 불탄 면적은 4,350㎢ 이상으로, 서울시 7배가 넘습니다. 텍사스주 역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이번 화재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일부 지역주민은 지역 전력 기업 ‘엑셀에너지’를 고소했습니다. 전봇대 및 전선 관리 소홀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단 것이 원고 측 주장입니다.
지난 1일 로이터 통신에 의하면, 엑셀에너지 측 변호인은 “엑셀은 산불로 인한 모든 비용을 지불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해당 내용 공개된 직후 엑셀에너지 주가는 당일 8%가량 하락했습니다.
버핏 회장, 산불 소송에 불편 드러내 “기후대응 비용 부담 문제” 💰
한편, 버핏 회장은 이번 서한에서 규제 당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정부 당국이 “현재 (산불) 문제를 몰수로 해결”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는 전력 기업을 상대로 하와이·캘리포니아·오리건 주정부의 산불 소송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산불 책임을 전력 기업에 오롯이 떠맡기고 있단 지적입니다.
버핏 회장은 지난 100년간 전력 기업은 안정된 수익성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민간 자본을 모집해 에너지 유틸리티를 구축했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이러한 모델이 “규제기관, 투자자, 대중 모두에게 합리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BHE 또한 2006년부터 미 서부 지역 송전망 구축 사업에 80억 달러(약 10조 6,700억원)를 투자해 왔습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2030년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그러나 일부 주정부가 기업에 과도한 산불 책임을 물으면서 이러한 모델이 깨지고 있단 것이 버핏 회장의 주장입니다.
버핏 회장은 이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전력 기업이 파산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이는 기후대응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일례로 산불 대응을 위해서는 송전망 지하화 등 막대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버핏 회장은 이에 대해 공공기업을 비롯해 “누가 그러한 건설에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싶겠느냐”고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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