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산불·홍수 등 재난이 빈번해진 가운데, 미국 일부 지역에서 재해 관련 보험 상품 판매가 중단되고 있습니다. 재난재해로 보상금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보험사들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상품의 신규 가입을 중단하거나 파산하는 상황입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5월 미 캘리포니아주에서 가장 큰 보험회사인 스테이트팜(State Farm)은 주 전역에 걸쳐 주택 소유자에 대한 신규 손해보험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스테이트팜은 주택 손해보험 판매 중단에 대해 빈번해진 산불을 이유로 언급했습니다. 스테이트팜은 “모든 기업과 개인의 손해보험을 포함해 신규 접수를 중단한다”며 “급격히 커진 재해 노출과 건축 비용 급등, 재보험 시장을 고려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캘리포니아에서는 가뭄과 이상고온 현상이 겹치며 산불이 점점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소방당국에 의하면, 지난해 캘리포니아주에서만 7,490건의 산불이 발생해 876채 건물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 1980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 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재난재해 사건사고 수를 나타낸 그래프. ©NOAA

美 플로리다·루이지애나주서 기상이변으로 인한 손실로 보험사 철수 🏃

지난해 1월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보고서를 통해 2021년 미국 내 자연재해로 발생한 피해규모가 1,450억 달러(약 173조 4,000억원)라고 밝혔습니다. 전년 950억 달러(약 124조 4,400억원) 대비 53% 이상 급증한 것입니다.

NOAA는 지난 5년간(2017~2021년) 재해로 인한 경제적·사회적 손실 비용이 7,420억 달러(약 886조 1,700억원) 이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기상이변에 점점 취약해지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보험사들의 신규 손해보험 판매 중단 추세는 비단 캘리포니아 지역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켄터키주의 경우 지난해 여름 홍수 직후 보험료가 4배 이상 급등했습니다.

허리케인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남부 플로리다주에서는 대형 보험사 상당수가 철수한 상황입니다.

루이지애나주 또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로 보험사들이 철수를 시작했습니다. 이어 2020년 로라·델타·제타, 2021년 아이다 등 허리케인 피해를 연이어 겪은 루이지애나주는 막대한 보상금을 이겨내지 못한 민간보험사 12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그나마 남은 보험사 대다수도 이 지역에서 주택 손해보험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이에 루이지애나 주정부는 보험사를 유치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나, 보험사 유치는 크게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보험료 폭등은 곧 저소득층 중심으로 가계에 타격을 입히고 있습니다. 재해 취약 지역의 경우 보험 가입이 거절되거나 납부해야 할 보험금이 크게 높아, 지역주민 입장에서는 이주를 고려하는 상황입니다.

루이지애나 주민 대부분이 주정부가 운영하는 손해보험공사에 의존하는 실정이나, 연간보험료가 4,700달러(약 620만원)에 달한다고 NYT는 전했습니다.

 

▲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침수된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시가지의 모습. ©FEMA

기상이변으로 인한 보험료 부담 ↑…FEMA “보상금 손실 확대 추세” 📈

보험사들이 재해로 인한 손해보험을 기피함에 따라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가계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대개 시중은행이 손해보험 가입을 주택담보 대출의 조건으로 내걸기 때문입니다.

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에서는 보험 가입 거절이 빈번할뿐더러, 가까스로 가입을 승인받더라도 높은 보험료를 지급해야 합니다.

문제는 보험료 부담이 앞으로 더 무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단 것입니다.

국가 홍수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따르면, 현재 단독주택 손해보험 가입자들은 연평균 888달러(약 116만원)의 보험료를 지불합니다. FEMA는 폭우·홍수가 빈번해지면서 보상금 손실이 확대되는 추세라고 밝혔습니다.

FEMA 관계자는 NYT에 “(보상금) 손실을 줄이고자 최근 홍수 위험도를 반영하도록 보험료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신 정보를 반영할 결과, 연평균 보험료가 약 1,808달러(약 238만원)로 2배 이상 오를 것이라고 FEMA는 밝혔습니다.

다만,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예상보다 보험료가 더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고 FEMA는 덧붙였습니다.

 

▲ 2020년 허리케인 로라로 인해 쑥대밭이 된 루이지애나주 마을의 모습. ©FEMA

“저소득층 연이은 폭풍으로 주택 고칠 만큼 재산 남지 않아” 💰

전문가들은 기상이변으로 인한 보험료 상승이 지역사회 회복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제시 키넌 툴레인대 건축학과 교수는 “기후변화가 폭풍을 더 강하게 만들고 있다”며 “보험이 더는 선택사항이 아니게 됐다”고 꼬집었습니다. 기후적응 부문 전문가인 키넌 교수는 이어 “저소득층은 연이은 폭풍으로 인해 주택을 계속 고칠 만큼 재산이 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악화되는 상황으로 인해 정부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옵니다. 미 스크립스해양학연구소(SIO)의 톰 코링언 연구원은 “보험에 가입할 수 없거나 엄청난 보험료를 내야하는 집에서 계속 사는 건 지속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코링언 연구원은 “정책 당국이 (재해 취약지역 내) 가장 큰 위험에 처한 주택을 구입하거나 주민들을 취약지역에서 이주시키는 방안을 고래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캐럴린 코스키 환경보호기금(EDF) 부회장 또한 “(빈번한 기상이변으로) 정부의 보험 지원 효과가 무너지는 시점에 와 있다”며 “취약지역 내 건축기준을 강화하는 방식 등으로 보험금 지급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저작권자(c)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