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겉껍질과 속껍질 사이 두꺼운 껍질층을 일컫는 코르크. 주로 와인병에 사용되는 코르크 마개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코르크가 플라스틱을 대체한다면 어떨까요?
코르크가 플라스틱을 대체할 지속가능한 소재로 떠올랐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습니다.
코르크 대다수가 병마개로 사용되고 있으나, 지난 10년간 산업계가 여러 용도를 찾아냈단 것이 WP의 말입니다.
예를 들어 바닥재나 단열재 같은 건축재료나 가구 제작에도 사용될 수 있단 것. 패션업계 또한 코르크를 지속가능한 소재로 보고 활용할 방안을 연구 중입니다.
“세계 최대 코르크 생산지 포르투갈 2023년 상반기 수출량 사상 최고치” 📈
특히, 세계 최대 코르크 생산지인 남유럽 포르투갈에서 관련 연구가 활발합니다. 포르투갈은 세계 코르크 전체 공급량의 약 60%를 담당합니다.
포르투갈의 코르크 사랑은 남다릅니다. 코르크는 코르크참나무에서 양의 털을 깎듯이 수확합니다. 코르크 참나무 숲은 전 세계 약 220만㏊(헥타르)가 조성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중 약 34%를 포르투갈에 있습니다. 코르크참나무는 포르투갈을 상징하는 국목(國木)으로 벌목이 법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포르투갈에서 코르크는 국가적 산업이란 뜻입니다.
포르투갈 코르크협회(APCOR)에 따르면, 실제로 작년 상반기 포르투갈의 코르크 수출액은 6억 7,000만 유로(약 9,680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APCOR은 “같은기간 전체 수출량이 15% 감소했다”며 “코르크 수출량과 수출액 모두 늘어난 것은 제품의 고부가가치에 따른 결과”라고 평가했습니다.
포르투갈 아베이루대학 산하 재료연구소의 루이 노바이스 조교수는 “지속가능한 소재로서 코크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예컨대 단열재로 사용할 경우 폴리우레탄에 비해 코르크가 에너지 소비량이나 탄소배출량이 더 적단 것이 노바이스 조교수의 설명입니다.

“NASA·ESA 우주선부터 전기차 배터리 단열재로 사용된 코르크” 🛰️
코르크는 단열과 내열 그리고 방음 모두 효과가 뛰어나 기존 단열재의 대체제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포르투갈에서는 건축자재로 코르크가 사용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현재 코르크 소재 연구개발(R&D)에 선두적인 곳은 ‘코르티세이라 아모림(Corticeira Amorim·이하 아모림)’이란 기업입니다.
아모림은 세계 코르크 마개 전체 시장의 25%를 점유하는 포르투갈 기업입니다.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아모림이 유명해진 계기는 끊임없는 기술투자 덕입니다. 아모림이 현재까지 R&D에 투자한 재원만 약 1,200만 유로(약 173억원)로 알려져 있습니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안토니오 아모림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코로크 세포 구조의 70%는 공기”라며 “입방센티미터(㎤)마다 4,000만 개의 세포가 있어 매우 가볍고 강할뿐더러, 우수한 절연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항공우주 산업들이 코르크를 신소재로써 적극 활용하려 하고 있습니다.
2021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아틀라스 5호(Atlas V)’ 로켓에 코르크 단열재가 사용됐습니다. NASA는 “코르크 단열재가 기존 폴리우레탄보다 무겁지만 특정 용도에서 더 강력한 보호 기능을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단열재는 2022년 1월 발사된 ‘아르테미스 1호(Artemis I)’에도 사용됐습니다.
유럽우주국(ESA)이 개발한 초소형위성 ‘카르만(Qarman)’에도 코르크 단열재가 사용됐습니다. 해당 위성은 대기권에서 타지 않고 지구로 재진입한 위성으로 기록됐습니다. 영국 우주국(UKSA)은 발사대 추진 시스템 단열재로 코르크 재료를 사용한단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2021년 롤스로이스가 개발한 순수전기항공기 ‘스피릿 오브 이노베이션(Spirit of Innovation)’에도 코르크 단열재가 사용됐습니다. 전기항공기의 경우 배터리 열폭주를 차단하는 고성능 단열재가 필수입니다. 여기에 단열성과 내화성이 뛰어난 코르크가 주재료로 사용된 것.
작년 5월에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열폭주를 차단하는 단열재로 코르크가 사용된 사례도 나왔습니다.

“생분해성에 주목한 산업계”…코르크 마개 재활용 프로그램도 활발 🍾
코르크가 재생산과 생분해가 모두 가능한 소재란 점도 산업계가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마리타 모레노(Marita Moreno)’란 포르투갈 현지 브랜드는 코크크 원단으로 가방이나 가두를 제작해 판매 중입니다. 틴텍스(TinTex)란 기업은 아예 코르크 마개를 원단으로 재활용 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코르크 마개를 수거하는 프로그램도 활발합니다. 포르투갈 환경단체인 퀠커스(Quercus)는 아모림 등 코르크 기업과 협력한 ‘그린 코르크’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포르투갈 각지에서 코르크 마개를 수거한 후 이를 기업이 분쇄하여 다른 제품으로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2009년부터 시작된 프로그램으로 약 1억 개가 넘는 코르크 마개가 수거돼 재활용됐습니다.
“기후변화로 가뭄·산불 기승…포르투갈 참나무 숲도 취약” 🌲
코르크는 나무를 벌목하지 않고 껍질을 벗겨 생산합니다. 껍질이 다시 자라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10년. 코르크 참나무 평균 수명이 150~200년인 것을 고려하면, 한 나무당 16번에서 최대 20회까지 코르크 수확이 가능하단 뜻입니다. 달리 말하면 코르크 생산에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탄소를 나무에 저장할 수 있단 뜻입니다.
문제는 코르크 참나무가 기후변화에 더 취약해졌단 점입니다.
코르크 수확 후 나무는 나무껍질 재생산까지 산불이나 가뭄에 모두 취약합니다. 기후변화로 남유럽에 산불과 가뭄이 더 빈번해짐에 따라 코르크 참나무 숲이 위험에 처했다고 WP는 전했습니다.
산림학자인 콘세이카오 산토스 실바는 “코르크 수확 후 처음 2년은 보호장치가 없기 때문에 나무가 산불에 훨씬 취약하다”고 밝혔습니다. 단, 코르크 참나무 숲 산불은 여전히 드문 편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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