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는 가운데 전기항공기가 해결책 중 하나로 거론됩니다. 전기항공기는 비행에 필요한 동력을 전기를 사용하는 비행기를 말합니다. 동체 안에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합니다.
5일 기준 전기항공기가 장거리 노선에 투입된 곳은 없습니다. 현 기술로는 항공기 성능과 안전성 입증에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중에서도 ‘배터리’가 관건입니다. 무거운 항공기를 하늘로 띄우기 위해선 배터리 에너지 밀도가 매우 높아야 합니다.
2022년 미국 기술전문매체 ‘MIT 테크놀로지 리뷰’ 또한 이 지점을 지적했습니다. MIT 테크 리뷰는 “현재 기술로는 전기항공기로 승객 수십 명을 태우고 약 50㎞ 정도 운항하는 것이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한계”라며 “전기항공기의 미래는 결국 배터리 기술의 발전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2024년에는 상황이 반전될지 모른단 기대가 나옵니다.
연초부터 전기항공기 스타트업들이 투자 유치나 실증 실험에 성공했을뿐더러, 관련 규제가 개선됐기 때문입니다.
빌 게이츠가 투자한 하트에어로스페이스, 시리즈 B 투자 유치 성공 💰
전기항공기 제조 스타트업 중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기업은 단연 ‘하트에어로스페이스(Heart Aerospace)’입니다.
2018년 스웨덴에서 문을 연 하트에어로스페이스는 빌 게이츠의 기후펀드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가 시리즈 A 투자에 참여해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카마이클 로버츠 BEV 투자위원회 공동대표는 당시 “(하트에어로스페이스의) 전기항공기가 항공업계 탄소배출량 감소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트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시리즈 B 자금 조달에도 성공했습니다.
하트에어로스페이스는 1억 700만 달러(약 1,43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고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이번 투자까지 합쳐 조달한 자금만 1억 4,500만 달러(약 1,940억원)에 달합니다.
하트에어로스페이스는 현재 하이브리드형 항공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당초 순수전기로만 움직이는 19인승 항공기를 개발했으나, 2022년에 이 계획을 포기했습니다. 그 대신 일반 엔진과 배터리를 결합한 30인승 항공기 ‘ES-30’을 개발 중입니다.
사측에 따르면, ES-30은 순수 전기만으로는 200㎞를 비행할 수 있습니다. 하이브리드로 전환하면 400㎞까지 비행할 수 있습니다.
캐나다 항공사인 에어캐나다가 ES-30 30대를 사전 주문한 상태입니다. 스칸디나비아항공과 에어뉴질랜드도 주문한 상황입니다. ES-30 기종의 경우 현재까지 250대가 사전 주문이 완료됐다고 사측은 밝혔습니다.
하트에어로스페이스는 2028년까지 유럽항공안전청(EASA)으로부터 ES-30 안전성을 획득하고, 같은해 해당 기종을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美 국방부·NASA가 협력한 라이트일렉트릭, 전기모터 실험 성공 ⚡
하트에어로스페이스 투자 유치 성공 전날(31일) 미국 전기항공기 제조 스타트업 ‘라이트일렉트릭(Wright Electric)’은 2㎿(메가와트)급 전기모터 실험이 성공적으로 완료됐다고 밝혔습니다.
2016년 설립된 이 기업은 영국 브리티시에어로스페이스(BAe)의 단거리 기종인 ‘BAe 146’을 기본으로 여객기를 개발 중입니다. 최소 승객 100명 이상을 싣고 1시간을 비행할 전기항공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목표 항속 거리는 800마일(약 1,287㎞)입니다.
BAe 146 기종은 제트엔진 4개가 달려 있습니다. 라이트일렉트릭은 이 엔진을 순차적으로 교체한단 계획입니다. 2024년 제트엔진 2개를 전기모터로 교체하고, 이듬해 남은 모두를 전기모터로 교체한단 것. 이 계획에는 미 국방부와 에너지부 그리고 항공우주국(NASA) 등이 협력하고 있습니다.
라이트일렉트릭은 시뮬레이션으로 이뤄진 이번 실험 결과, 자사가 개발한 전기모터가 고도 4만 3,000피트(약 13.1㎞)에서 방전되지 않고 문제없이 작동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실험은 미 오하이오주에 위치한 NASA의 전기항공시 실험시설 ‘NEAT’에서 이뤄졌습니다.
사측은 또 대용량 항공기용 배터리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라이트일렉트릭이 개발 중인 이 배터리는 전기자동차 리튬이온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약 4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배터리는 2027년을 목표로 미 국방부와 NASA에게 우선 납품됩니다.
라이트일렉트릭은 2030년을 목표로 승객 186명을 태운 전기항공기 운항을 시작한단 계획입니다.
한편, 같은날 미국 ‘아처에비에이션(Archer Aviation)’ 또한 캘리포니아주에서 이뤄진 1단계 실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전동 수직이착륙 항공기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 미 공군과 1억 4,000만 달러(약 1,870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한 곳입니다.
“경비행기 전기화 성공”…노르웨이 2040년 중·단거리 항공편 전기화 목표 ✈️
1·2인승 경비행기의 경우 전기화와 상용화가 모두 이뤄졌습니다. 이보다 큰 규모의 전기항공기는 개발 또는 시험 비행 단계입니다.
이스라엘 전기항공기 스타트업 ‘에비에이션(Eviation)’의 9인승 여객기 ‘앨리스(Alice)’는 2022년 미국 워싱턴주에서 8분간 시험 비행에 성공했습니다. 사측은 2025년까지 미 연방항공청(FAA)로부터 인증받고, 2027년까지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케이프에어 등 단거리 노선을 주력하는 항공사나 물류업체가 선주문을 완료했습니다.
슬로베니아 전기항공기 제조업체 ‘피피스트렐(Pipistrel)’이 개발한 2인승 경비행기 ‘벨리스 일렉트로(Velis Electro)’는 현재까지 120대 이상이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피피스트렐이 개발한 이 항공기는 2020년 EASA가 인증한 첫 전기항공기입니다.
영국에서 문을 연 ‘에코제트(Eco-Jet)’란 항공사는 2025년부터 19인승 전기항공기를 운영한단 계획입니다. 영국 에든버러와 사우샘프턴을 오가는 노선을 처음 운항할 예정입니다. 이후 유럽 전역으로 노선을 넓힌단 계획입니다.
에코제트는 작년 11월 수소연료 항공기 스타트업 제로아비아(ZeroAvia)로부터 수소전기엔진 70대 등 대량 주문 계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에어뉴질랜드는 2026년까지 150㎞ 단거리 시범 노선에 전기항공기를 투입한단 계획입니다.
노르웨이 정부는 2040년까지 자국 내 모든 중·단거리 항공편을 전기항공기로 운항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인허가 간소화·안전성 입증 관건…“EU서 전기항공기 가속화 결의안 통과” ⚖️
관건은 기술개발과 인허가에 달려 있습니다. 안전성 입증도 넘어야 할 숙제 중 하나입니다. 비행 중 배터리에 문제가 발생한단 뜻은 대규모 참사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전기항공기 운항 중 배터리 폭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독일 뮌헨공대 항공우주학부 교수인 소피 아르마니니 박사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항공업계는 안전이 매우 중요하다”며 “기존 항공기 또한 인증 절차가 느릴뿐더러, 규정이 불안전하거나 실험되지 않은 경우 인증이 얼마나 느려질지 상상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프랭크 스텐펜스 EASA 환경·추진 시스템 책임자 또한 “전기항공기가 엔진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 추진시스템만큼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가운데 지난 1월 유럽의회에서는 전기항공기 상용화 가속화를 목표로 하는 결의안이 통과됐습니다.
전기항공기 기술개발에 자금을 지원하고, 관련 규제를 없애거나 인허가를 간소화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단, 해당 전기항공기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도움이 된단 것을 입증해야 한단 전제가 달렸습니다.
기업 상당수가 전기항공기를 개발해도 승인이 쉽지 않았던 만큼, 상용화가 더 앞당겨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