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초 재생에너지가 석탄을 제치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발전원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재생에너지 주도권은 중국이 쥐고 있습니다.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각)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재생에너지 2023’ 연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IEA는 매년 재생에너지 보고서를 통해 향후 5년간 예상되는 세계 재생에너지 수요 변화와 시장 상황, 정책 과제 등을 제시합니다. 한국 등 44개 국가와 유럽연합(EU)이 분석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IEA는 2023년 한해 전 세계 재생에너지 용량이 510GW(기가와트)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전년 대비 거의 50%가량 증가한 수치입니다. 지난 20년간 가장 빠른 증가율입니다.
비롤 사무총장은 이후로도 연례 보고서를 통해 “당사국들이 COP28의 재생에너지 목표 약속을 이행하고 적절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지 면밀히 관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IEA가 바라본 2028년까지의 재생에너지 전망은 어떤지, 그리니엄에서 정리했습니다.
2025년 재생에너지 최대 발전원 등극 “2030년 3배 확대는 불확실” 🎯
IEA는 향후 5년간 전 세계에서 재생에너지 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2028년이면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이 2022년 대비 70%가량 증가한 1만 4,400TWh(테라와트시)에 달할 것이란 분석입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날 주요 연도별 재생에너지의 변화도 예측했습니다.
✔️2024년|가변재생에너지* 발전량 > 수력 발전량.
✔️2025년|재생에너지 발전량 > 석탄 발전량, 풍력 발전량 > 원자력 발전량.
✔️2026년|태양광 발전량 > 원자력 발전량.
✔️2028년|태양광 발전량 > 풍력 발전량, 재생에너지가 전 세계 발전량의 42% 이상 차지.
다만, COP28에서 나온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3배 확대 목표 달성은 불확실합니다. IEA는 기존 정책과 시장 상황을 볼 때 세계 재생에너지 용량이 2028년 7,300GW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재생에너지 3배 목표 달성을 위해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최소 1만 1,000GW까지 늘어야 합니다.
일단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을 향한 가능성은 열어두었습니다. IEA는 이를 위한 4가지 과제도 제시했습니다. ▲정책 불확실성 해소 ▲그리드 인프라(계통 기반시설) 투자 ▲행정 장벽·허가 절차·사회적 수용 문제 해결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 자금 조달 등입니다.
한편, IEA는 한국의 재생에너지 성장 전망치는 40% 이상 하향 조정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치를 30%에서 22%로 8%P(퍼센트포인트) 낮춘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단 설명입니다.
재생에너지의 분야별 전망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변재생에너지: 태양광, 풍력 등 가변성이 높은 재생에너지. 이와 달리 수력발전, 바이오매스 등은 제어 가능한 재생에너지로 간주한다.
1️⃣ 태양광|전 세계 태양광 증가, 中 90% 차지
IEA는 2023년 전 세계 재생에너지가 급증한 원인이 중국의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중국의 태양광 배치는 전년 대비 116% 증가했습니다. 다른 국가들이 평균 7%대 상향된 것과 비교됩니다. IEA는 중국의 태양광 배치 급증이 “다른 나라의 더딘 진행 상황을 숨겼다”고 표현했습니다.
태양광 배치가 늘어난 이유로는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이 영향을 끼쳤단 분석이 나옵니다. 그간 태양광 패널은 2017년부터 투자 지연과 세계 최대 생산시설 화재 등으로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허나, 2023년 중국의 생산능력이 3배 이상 증가하며 공급과잉이 발생했습니다.
러시아발 에너지안보 우려로 각국의 청정에너지 정책과 태양광 패널 수요가 증가하면서 2년간 투자 계획을 확대했기 때문이라고 IEA는 설명했습니다.
그 결과, 2028년 중국이 태양광 패널 생산의 75%~90%가량을 차지할 전망입니다. IEA는 현재 미국과 인도가 태양광 패널 생산능력 육성에 나섰지만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2️⃣ 풍력|비용 20% 상승에 타격 커 “중국만 빼고”
풍력 발전은 상황이 다릅니다. 잇따른 금리 인상과 공급망 문제로 비용이 상승하며 진전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해상풍력은 2020년 초 대비 투자 비용이 20% 이상 증가했습니다.
해상풍력 발전 배치에 앞장선 미국과 영국은 타격이 큽니다. 프로젝트 취소, 낙찰가 재조정, 입찰 참여 감소 등이 잇따랐습니다. 세계 최대 해상풍력 개발기업 오스테드는 미국 사업 좌초의 여파로 경영진 일부가 사임했습니다.
이에 IEA는 대다수의 국가에서 풍력 발전 전망을 하향 조정했습니다. 다만, 중국에선 육상풍력을 중심으로 증가가 예상됐습니다. 세계 시장과 달리 중국이 낮은 금리를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중국 내 공급망 구축, 저렴한 자금 조달, 치열한 국내 경쟁 등으로 비용이 50% 이상 하락한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중국 정부 또한 작년 ‘재생에너지 녹색전력 인증서’를 개편하면서 재생에너지 수익성 확보를 보장하고 나섰습니다.
3️⃣ 바이오연료|신흥국 주도 성장에도 역부족
IEA는 2028년까지 향후 5년간 바이오연료 수요가 지난 5년 대비 약 30% 증가한 2,000억 리터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바이오연료에는 재생디젤, 재생에탄올, 바이오디젤, 바이오항공연료 등이 포함됩니다. 주로 운송용 연료로 사용됩니다.
수요 및 생산 증가의 60%가 브라질, 인도네시아, 인도 등 신흥경제국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재생에탄올과 바이오디젤이 주를 차지합니다.
미국, EU, 일본은 바이오항공연료 성장을 선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주정부 차원의 저탄소연료 표준(LCFS) 인센티브, 재생연료 혼합 규제 등 보조금 및 규제가 바이오연료 채택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중립 선언에 따라 해운업계에서도 청정 암모니아·메탄올 등의 바이오연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IEA는 바이오연료 생산이 ‘넷제로’ 목표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현재 정책대로면 넷제로 달성에 필요한 성장의 15%에 그칠 전망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가속화를 노력한다 해도 40%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신규 시장 진입 ▲원료 공급 확대 ▲기술 배포 가속화 ▲온실가스 배출 강도 감축 등이 필요하다고 IEA는 제시했습니다.
4️⃣ 재생 열에너지|산업·건물 전기화로 확장
현대사회에서 최종 에너지 소비의 절반가량은 열에너지 형태로 사용됩니다. 따라서 폐열회수, 히트펌프 등 재생가능한 열에너지 사용은 에너지 부문 온실가스 배출 감축의 주요 수단입니다.
IEA는 열에너지 소비에서 화석연료 사용을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향후 5년간 열 부문만으로도 1.5℃ 달성을 위한 탄소예산의 20% 이상을 소진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구체적으로 열에너지 소비는 산업과 건물 부문으로 나뉩니다.
먼저 산업 부문에서는 산업용 히트펌프가 고온 공정(200℃)이 가능해짐에 따라 전기화가 진전됩니다. 중국, EU, 미국, 일본이 선도합니다. IEA는 그럼에도 화석연료 사용을 억제하기는 충분하지 않으며, 섬유·화학·광업 등의 산업에 재생 열에너지 활용이 증가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건물 부문 또한 히트펌프와 전기보일러 등 전기화가 진행됩니다.
유럽 17개국과 미국 일부 주에서 통과 또는 논의 중인 화석연료 보일러 금지법안도 재생 열에너지 확대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IEA는 건물 부문의 재생 열에너지를 확장하기 위한 기회로 지역난방 네트워크 개발을 강조했습니다. 지역난방 네트워크를 통해 폐기물 연료화(WTE)와 바이오매스 혼소, 대규모 히트펌프,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통합을 촉진할 수 있단 설명입니다.
5️⃣ 바이오가스·메탄|에너지안보 우려에 급성장
이번 재생에너지 연례 보고서에서는 바이오가스·메탄(이하 바이오가스)이 특별 세션으로 추가됐습니다. 1990년대부터 증가하기 시작했으나 최근 2년간 정책 지원이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IEA는 그 원인으로 2가지를 꼽았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로 인한 에너지위기로 에너지안보 우려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추가적인 비용·시설 없이 도입이 가능한 탈탄소화 연료란 점입니다. 잘 정제될 경우 천연가스와 품질이 같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폐기물 및 농업·축산업에서 배출되는 메탄을 바이오가스화할 경우 온실가스 감축과 농가 소득 증대에 동시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현재 중국과 독일이 각각 5분의 1을 생산합니다. 미국과 인도가 그 뒤를 따릅니다.
IEA는 지난 2년간 13개국 이상에서 신규 정책이 도입됐다고 밝혔습니다. 그 덕에 향후 5년간 전 세계 바이오가스 생산량 증가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다만, IEA의 넷제로 경로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훨씬 더 빠른 속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